[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지난 8일 치러진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제1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상하원의 과반 의석을 넘어서는 압승을 거뒀다.
이제 미얀마에서는 53년 만에 첫 민주정부가 탄생하게 됐다. 반세기 동안 막전 막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온 군부는 선거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테인 세인 대통령과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 슈웨만 국회의장 등 실력자들은 하나같이 수지 여사에게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렵사리 선거를 치러낸 미얀마를 진정한 민주국가로 이끌려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성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인 벤 로즈는 12일(현지시간) "우리는 미얀마가 민주주의와 문민통치로 완전히 돌아가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난 수년간 얘기해왔다"며 압력을 행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같은 날 수지 여사에게 보낸 축하성명을 통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 그리고 진정한 보통 선거 수립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어려운 일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NLD의 압승에도 불구하고,군부는 여전히 막강한 안전판을 지니고 있다. 2008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현행 미얀마 헌법은 이번 총선의 최대 승리자인 수지 여사가 대통령직에 오르는 길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외국인과 결혼한 자에게는 대통령 입후보 자격을 불허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지 여사는 영국인과 결혼을 했다. 남편 마이클 애리스는 1999년 암으로 사망했다. 아들 둘은 영국 시민권을 지니고 있다.
수지 여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상하원 의원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행 헌법은 상하원 의석의 25%를 선거와 무관하게 군부 몫으로 정하고 있다. 군부의 동의 없이는 헌법 개정은 불가능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수지 여사는 지난 10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대통령 위의 권력이 될 것”이라며 “승리한 정당의 지도자로서 내가 모든 결정을 내릴 것이다. 나를 막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수지 여사는 흘라잉을 비롯해 테인 세인 대통령, 슈웨 만 국회의장에게 “국가적 화해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며 만남을 제안했고, 3명도 회담 제안을 수락한 상태다. 다음주 초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온 다음 국민·정부·군·의회를 대표하는 ‘빅 4’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동이 미얀마 민주정권 탄생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