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세계은행 동아시아 지역 전문가들은 15일 "한국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인다면 2040년까지 생산가능인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 오키프(Philip O’Keefe) 세계은행 선임 연구원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한국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다른 OECD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키프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1960년~90년대까지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GDP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 저출산 고령화의 진행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직면했으며, 한국의 경우 생산 가능인구가 2040년까지 15% 감소,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여성의 경제 참여를 늘리는 것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여성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조사 결과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3704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7년부터 감소 추세에 접어든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4년 기준 51.3%로 전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4년까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6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지만 요원한 실정이다.
오키프 연구원은 이어 "한국은 늦은 나이까지 일하지만 노인층이 매우 빈곤한 이례적 국가"라고 지적했다.
고령화 속도는 빠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늘지 않아 노인이 돼서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키프 연구원은 "한국은 실제로 일을 그만두는 나이가 다른 나라 대비 높은 편"이라며 "오래 열심히 일하지만 노인 빈곤이 심각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노인 인구 중 우울감을 느끼는 비중도 OECD 국가중 매우 높다"면서 "우울하고 빈곤한데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연금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며, 실제 노인인구의 연금수령액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아 빈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키프 연구원은 "노인층의 근로 참여 확대가 반드시 청년층의 일자리 뺏기를 의미하는 것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 전체적으로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이 늘어나면 총 노동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에 고령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청년 실업을 더욱 악화시키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자리 문제는 기술발전 등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것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 부족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경제 파라다임이 변하면서 생긴 구조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변화에 따라 근로형태도 바뀌며 기존의 학습-노동-은퇴 사이클이 이제 선진국에선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은 OJT(On the job training·직장 내 교육훈련)비율이 OECD국가 중 매우 낮아 문제"라고 말했다.
오키프 연구원은 "한국이 연금 개혁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고령화된 뒤에 했고, 다른 나라 대비 늦었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년을 연장하고, 연금을 임금보다 물가상승률에 연동할 경우 재정 리스크를 확연하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수드히르 셰티(Sudhir Shetty) 세계은행 동아태지역 담당 수석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기조 속에서 앞으로 세계 각국이 차별화된 저성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내년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률 6%는 중국 경제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이 점진적일 때만 가능하다"면서도 "역사적 평균치와 비교해보면 미국 금리 인상될 것이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