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성완 박사]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되면 대학병원 응급실은 눈코 뜰새없이 바빠진다. 옛날에는 오랜만에 피운 연탄가스로 인한 사고가 많았다고들 하지만, 내가 응급실 당직 서던 90년대 말에도 급격한 기온저하로 인한 심혈관계 환자가 유난히 많았고, 특히 소변을 못 본다고 불룩해진 아랫배를 움켜쥐고 기다시피 응급실을 찾는 노인들도 많았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비뇨기과를 전공하고 보니, 평소 배뇨장애를 나이 탓으로만 돌리던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이 갑자기 방광이 제 기능을 잃어 배뇨기능이 정지되는 ‘급성요로폐색’상태로 소변을 못 보는 심각한 문제였던 것이다.
평소에도 소변 줄기가 약하고 한참 아랫배에 힘을 주고 기다려야 소변이 나오시는 노인들이 오랜만에 술을 과음하거나, 콧물 기침 감기약을 잘 못 먹으면 어느 날 갑자기 소변이 안 나와 쩔쩔매는 ‘급성요로폐색’이 생겨 가뜩이나 평소 늘어난 풍선처럼 힘이 없고 약해진 방광도 망가뜨리고, 간혹 이 상태에서도 무조건 참다보면 소변으로 배설되야 하는 노폐물이 체내에 쌓여 의식을 잃거나 신장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사실 남성에게 중년, 노년기에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고(세뇨) 가끔 중간에 끊기기도 하거나, 소변 마려워 변기 앞에 서도 금방 소변이 잘 안 나오거나(지연뇨), 예전보다 낮에 너무 자주 마렵거나(빈뇨), 밤에 소변마려워 자주 깨서 보거나(야간뇨), 소변이 마려워지면 예전과 달리 너무 급해 참기가 어려운 증상(급박뇨) 등은 단순히 나이 탓이 아닌 전립선 질환 때문이다.
이런 노인들은 큰맘 먹고 여행 한번 하려고 해도 차타기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기차나 비행기는 화장실이 있어 그나마 수시로 들락거리는데 고속버스나 승용차로 가야 한다면 아예 여행을 포기하기도 한다. 낮이건 밤이건 한 두 시간마다 한 번씩은 화장실을 가야하고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아 종종 걸음으로 갔다가도 한참을 힘을 줘야 겨우 쫄쫄쫄 조금밖에 안 나오는 소변 때문에 집을 벗어나기가 영 불편하기도 하다.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가 되면 ‘전립선’이라는 단어를 주변에서 자주 듣게 된다. 도대체 전립선이 무엇인가?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 있으면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호도보다 약간 큰 기관으로, 선(腺)이란 글자의 의미대로 정액으로 분비물을 만들어 내는 침샘과 같은 샘이다. 정액의 일부를 만들고, 정자에 영양을 보급하고 운동성을 도와주고, 요로감염의 방어기능이 있어 임신에는 꼭 필요하지만, 여성의 자궁과도 같이 나이가 들면서 많은 질환을 유발하는 양면성이 있다. 즉 여성의 자궁이 임신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노화에 따라 자궁경부암, 자궁근종 등이 호발하는 것처럼 전립선도 염증이나 비대증, 암 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전립선비대증은 60대 이상 남성의 50∼60% 이상에서 경험하게 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그래서인지 중년이상의 건강검진에서는 전립선암을 찾는 혈액검사나 가벼운 복부초음파로 확인하기도 하지만, 보다 정확히 진찰받고자 하면, 소변이 마려운 상태로 비뇨기과를 찾으시면 몇가지 검사를 순서대로 받고 바로 결과를 확인해 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전립선암이나 신장의 이상 등을 체크하는 혈액검사나 전립선의 구조, 크기 등을 확인하는 경직장 전립선초음파검사(전립선의 위치가 항문 안쪽에 위치하므로 보다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항문쪽으로 접근해야 정확한 영상을 얻을 수 있어서), 소변이 마려울 때, 변기에 부착된 기계에 소변을 보면 소변의 흐름으로 기능을 체크하는 요속검사, 소변에 이상성분이나 혈액, 염증 등을 확인하는 일반 소변검사 등을 검사하면 어떤 질환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한 확인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경우 축가검사로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으면 다른 기관의 암들보다 완치율이 월등히 높기도 하다. 그래서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주기적으로 전립선 검진을 권유받는 것도 어떤 질환이든 발견되면 치료효과도 좋고, 심지어 암도 다른 암에 비해 안전하게 치료가 될 수 있어서이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포기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해결하려는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수월하게 소변을 보고, 밤잠도 깊고 편하게 잘 수도 있다. 단, 모든 환자가 똑같은 과정을 겪는 게 아니므로 간단한 검사로 전립선과 방광의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경미한 정도라면 과음이나 과로를 피하는 정도의 생활습관의 변화로도 충분하지만, 본인이 불편함을 확실하게 느낄 정도라면 약물치료나 수술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은 크게 전립선 요도를 열어주는 약과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약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보통 두가지 계열의 약을 한가지씩 골라 장기적으로 복용하게 된다. 약의 종류와 용량에 따라 가벼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환자 개개인의 건강상태나 전립선비대증의 심한 정도에 맞추어 잘 선택해야 하며, 방광의 이차적인 변화에 따른 증상이 심하면 그 증상에 해당하는 약물치료까지 병행할 수 있다. 수술도 부분마취 하에 1시간만에 끝나는 가벼운 수술부터 일주일이상 입원치료가 필요한 큰 수술도 있는데, 이 역시 전립선의 크기와 막히는 정도, 환자의 건강상태와 나이 등을 고려해서 전문의와 잘 상의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잘 먹고(쾌식), 잘 자는(쾌면) 것과 함께 건강의 필수요소로 꼽는 것이 노폐물을 잘 처리하는(쾌변) 것이다. 값비싼 옷도 좋지만 아버님이 편안하게 생활하시는지 보살펴 드리는 것이 진정한 사랑과 효도가 아닐까?
성의학전문의 조성완 박사는…
■ 명동 이윤수ㆍ조성완 비뇨기과 원장
■대한 비뇨기과학회 정회원
■대한 남성의학회 정회원
■대한 전립선학회 정회원
■대한 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 정회원
■대한 비뇨기감염학회 정회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기과학교실 외래교수
국내뿐만 아닌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성의학 전문의로 ‘서울신문’, ‘헤럴드 경제’, ‘스포츠칸’, ‘스포츠 한국’ 등 다수 연재했으며 현재도 활발한 집필 활동중이다. 또한 한국경제 와우TV 생방송 ‘부부만족 100%’ 출연 등으로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