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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22) - 감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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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감악산이다. 
어제는 어머님의 기일로 토요 산행에 불참, 아침을 먹자마자 자동차로 감악산을 향해 출발했다. 집사람이 어제의 피곤으로 산행을 같이 갈까 말까 망설였으나, 지인이 몇 주 전에 다녀왔는데 꼭 가보라고 추천하여 피곤을 무릅쓰고 따라나서겠다고 한다. 


감악산(紺岳山)이란 지명은 검푸른 바위산이라는 뜻인데, 바위 사이로 검은빛과 푸른빛이 보인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양시에 살면서 자동차로 적성과 연천 등지를 돌아다닐 때, 감악산 계곡이 좋아 영국군 참전 기념비 등을 다녀온 기억이 있지만 십수 년 내에 방문한 기억이 없어 초행길이나 다름없다.


인터넷 검색으로 감악산 출렁다리 제5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바로 감악산 출렁다리로 오르는 안내판이 보인다. 2016년에 출렁다리를 만들어 방송에도 나오며 제법 전국적으로 유명한 다리가 됐다고 한다. 오르며 보니 동물 조형물도 있는데, 저녁에는 운계폭포 라이팅 쇼(Lighting Show)라고 운계폭포를 배경으로 용이 나오기도 하는 등 빛 퍼포먼스를 공연하느라 입장료도 받으며 저녁 데이트족도 많이 몰린다고 한다. 


몇 주 전 다녀간 집사람 지인은 출렁다리가 코로나로 통제되었다는데, 오늘은 다행으로 출렁다리를 건널 수 있다. 손주들과 함께 온 할머니는 출렁다리가 무섭다며 손주들과 장난하는 모습이 정겹다. 


아찔함을 느끼며 출렁다리를 지나니, 범륜사(梵輪寺)로 오르는 차도와 운계폭포로 가는 데크 길로 갈라진다. 테크 길을 따라 조금 가니 눈앞에 20여 미터의 직벽 폭포가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쏟아진다. 운계폭포다. 어제 모처럼 온 봄비로 수량이 제법 있어 폭포다운 물소리가 시원하다. 등산 초입부터 시원한 폭포를 보니 심산다운 생각이 든다. 다시 폭포를 오르니 범륜사 차 길이 나온다. 


범륜사의 역사는 잘 모르지만 새로 지운 절에 조형물이 많은 법, 여러 불상과 십이지신상 등이 보이며 부도밭도 석탑도 제법 많이 보인다. 절 앞을 흐르는 작은 하천은 산이 깊어서인지 사방공사를 한 사방댐도 보이고, 버드나무의 순이 한 아름씩 부풀어 올랐다. 


하천을 건너 오르는 길옆의 잣나무 숲에는 명상의 숲이라는 안내판도 보이며 그리 급하지 않은 경사의 바위가 많은 길은 ‘묵은 밭’이라는 지명에 어울리는 듯도 하다. 앞서가는 젊은 두 여성은 자주 가는 길인지 한 발씩 앞서 길 안내를 해주고 있고, 따라가는 길에는 ‘숯가마 터’도 있고, 군사 시설물도 보이며 평상으로 된 쉼터 등도 보인다. 


집사람에 의하면 그 둘은 자주 산행을 하는지 산행은 6월까지만 하고 여름은 잠시 쉬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 등산 매니아 같다고 한다. 약 2 ㎞ 정도를 오르니 정상이 가까운지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감악산 정상, 오른쪽은 임꺽정 봉. 

 

우선 정상으로 가봐야겠다. 조금 더 오르니 ‘양주 감악정’이라는 정자가 나오고 양주 쪽이 훤히 보인다. 다시 조금 더 오르니 현대식 건물 공사장이 나오고 넓은 공터다. 건물은 강우측정을 위한 장비 등을 위한 건물이란다. 감악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에 든다고 하여 정상 표지석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지만, 정상에서의 경치는 생각보다 허전하다. 

 


넓은 정상에는 공사 중인 새 건물과 헬기장, 또 방송 탑도 있어, 어렵게 올라온 정상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며,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감악산 비는, 비문은 마모되어 읽을 수 없고, 신라 진흥왕의 제5번째 순수비라는 추측도 있지만, 그 유래가 불명하며, 관리 상태도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닌 것 같아 문화재 관리의 허술함도 정상에서의 풍경만큼이나 허전하다. 


다시 돌아 내려와 반대편의 임꺽정 봉으로 향한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의 또 다른 봉우리. 이곳이 1.3m 더 높은 676.3m다. 감악산(675m)은 파주에 속하고 임꺽정 봉은 양주에 속하는가 보다. 


임꺽정 봉은 임꺽정이 피난하던 임꺽정 굴이 근처에 있다고 하여 임꺽정 봉으로 이름 붙였다 하는데 높이도 더 높으니 임꺽정 산이라 부를 만도 하겠다. 임꺽정 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감악산 정상보다 훨씬 좋다. 정상에 하늘공원이나 전망대, 데크 길도 절벽과 조화롭게 어울려 아름다운 전경을 만들고 있다. 


다시 하산 길을 장군봉으로 하여 조금 내려온 곳 능선의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옆에 있는 암벽에는 암벽등반용 하켄도 보이는 걸 보면 이곳에서 암벽등반 훈련도 하는 듯하며 까마득한 발아래로는 양주 고을이 눈앞에 펼쳐 보인다. 가져온 김밥과 음료를 먹으며 바라보는 하늘은 흐리던 날씨가 어느덧 화창하게 해가 났다.

 

집사람도 피곤해도 이런 맛에 산에 온다며 임꺽정 봉의 풍광을 한껏 즐기고 있다. 그래도 잠시 쉬고 있자니 바람이 있어 한기가 느껴진다. 다시 일어나 하산 길을 재촉하여 악귀봉을 지나 호젓한 숲길로 하산한다. 이쪽은 아직 진달래가 피지 않았지만, 생강나무의 노란 빛 꽃은 이곳저곳 지천으로 보인다. 인적이 뜸한 조용한 숲길을 따라 하산하다 보니 헤르만 헤세가 생각난다. 


헤르만 헤세는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고민하며 작품을 쓰는 작가이자 시인으로 독일의 군국주의를 반대하다가 조국과 국민으로부터 극심한 비난과 비판을 받아 불안 증세가 심한데도, 칼 융의 정신 치료를 받으며 그의 분열하는 정신을 그림으로 치유하며,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고찰을 끊임없이 표현해냈다고 한다. 


지방으로 내려가 그림을 그리며, 나무와 이야기하고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이며 말년에는 정원을 가꾸며 진리를 배웠다고 한다. 나무는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며,  나무가 하는 말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더 이상 나무가 되기를 바라지 않게 된다고 한다.  나무를 이해하는 사람은 더 이상 자신 이외의 무언가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살면서 타인에게서 받은 상처는 치유가 필요하며, 진정한 치유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으로,  늘 내 안에 있었지만 미쳐 몰랐던 깊은 나를 깨닫고, 그 숨어있던 나를 온전히 발휘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나임을 자각하는 삶의 본질이다. 그 온전한 삶의 정수가 이 고요한 숲에 가득 찬 느낌이다. 내가 나무고 나무가 나인 듯한 착각을 느끼며 걷다 보니 다시 잣나무 숲이 나오고 범륜사 가는 길과 만난다. 다시 돌고 돌아온 길은 다시 출렁다리다.


그러고 보니 예부터 감악산은 신령스러운 산으로 조선 시대에도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 경기 오악의 하나다. 그래서 지금도 무술인의 기도가 끊이지 않는다 한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모든 심오한 종교는 자유를 향한다. 그 자유는 내가 무언가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벗어나는 자유, 나의 자유가 아니라 나로부터의 자유가 종교가 향하는 곳이다. 중국의 선불교가 한창인 시절, 금강경에 통달한 덕산이라는 승려가 선승으로 이름난 용담에게 금강경을 장시간 강설하고 밤이 깊어 쉬러 가는데 밤이 어두워져 용담에게 등불을 청했다. 


용담이 등불을 주고는 훅 불어 등불을 껐다.  깜깜한 밤에 사방이 어두운 곳에서 한참을 서 있던 덕산이 어둠 속에 서서히 별빛과 달빛으로 밝아옴을 대오각성하고 금강경을 불태우고 다시 정진수행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지 않은가. 금강경에 매달리지 말고 네 스스로를 밝혀라. 산은 그렇게 남 아닌 나로 사는 법을 말없이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산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니 서산 대사의 시 한 수 생각난다.


山自無心碧/雲自無心白/基中一上人/亦是無心客
산은 스스로 무심히 푸르고/ 구름은 스스로 무심히 희어라/ 그 가운데 한 사람의 상인(上人)/ 이 또한 무심한 나그네일세.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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