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4·13 총선을 앞두고 3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는 새누리당에서는 서울시장을 지낸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 대표를 역임한 정세균 의원이 6선에 도전해 빅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 박태순 후보, 정의당 윤공규 후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종로는 윤보선(4대), 노무현(16대), 이명박(17대) 등 전직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지역인 만큼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곳이다. 이 곳이 정치1번지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1998년 재보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제외하고 단독 선거구가 된 1988년 13대 총선부터 지난 18대 총선까지 모두 보수당 후보가 승리를 차지했을 만큼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가 당선 돼, 노무현 의원 이래로 14년만에 야권이 종로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4년 서울시장 선거와 종로구청장 선거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종 구청장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된 바 있다.
◆정세균”4년 전보다 민심 더 좋아…여론조사는 왜곡“
더민주 정세균 의원은 24일 오후 3시께 자신의 지지자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창신시장을 찾아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곤색 패딩 점퍼 위에 기호 2번이 적힌 어깨띠를 두른 정 의원은 "많이 도와주세요. 꼭 2번을 찍어주세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건강하시죠"라며 인사를 건냈다. 주민들은 "이번에 꼭 이겨달라"며 정 의원의 손을 꼭 잡았다.
지나가던 70대 할머니는 정 의원을 보자 먼저 다가와 "뭐 하러 이곳에 왔어. 우리는 다 정 의원 편인데 청운동, 효자동쪽으로 가야지"라며 살갑게 인사했다.
쌍용그룹 임원을 거쳐 정계에 입문한 정세균 의원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당 의장과 민주당 대표 등을 지낸 거물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범친노계 인사이기도 하다.
정 의원은 15대에서 18대까지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만 내리 4선을 하고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52.26%의 지지율로 새누리당 친박 핵심 홍사덕 전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지난 22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신문이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p)한 결과 오세훈 후보(43.3%)가 정세균 의원(33.9%)을 9.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결과는 중앙선거 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정 의원은 이에 대해 "당 대표로 선거를 여러번 해봤는데 여론조사는 믿을게 못된다. 오히려 4년 전보다도 더 민심이 좋은 것 같다"며 "나는 민심이 우리편에 있다는 것을 믿는다. 여론조사가 왜곡인지 아닌지는 이번에 승리해서 증명해 보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세훈 후보에 대해서는 "2011년 서울시장 재임당시 무상급식에 시장직을 걸었다는 것은 엄청난 판단 미스다"며 "시민들이 믿고 맡겨줬는데 직을 버린것은 배신을 한 것이다. 오 후보는 이 일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못하면 정치에 복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남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들이 무상급식 찬성으로 돌아섰는데도 아직도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은 시대 변화를 잘 읽지 못하는 그릇된 판단"이라며 "오 후보는 자신이 추진했던 것 중 뉴타운도 그렇고 종로 구민들이 동의했던 업적이 없다. 과거의 행적을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듯이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 의원은 의정보고회 100회와 한국매니페스토 제출 공약이행률 자체평가 83.6%를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신분당선을 연장하고 쫒겨나는 뉴타운을 해제하는 한편 봉제와 주얼리 사업에 대한 지원법도 만드는 등 지난 4년간 공약 이행률이 83.6%나 된다"며 "의정보고회도 1년에 100차례나 했을 정도로 주민과 소통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야권이 분열돼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단일화해서 이기라는 것이 국민들의 뜻이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늦었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고 지금이라도 노력을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의원 등 정세균계의 공천 대거 탈락에 대해서는 "언론의 해석일 뿐"이라며 "우리는 뚜렷한 계보가 없는 정당이다. 계보를 가지고 공천에 이익을 주고 안 주고 하는 당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공천 잡음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 발전하고 전진해야 하는데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국민들에게 부끄럽다"며 "국민들은 여든 야든 간에 정치권으로 같이 매도해 판단하기 때문에 우리쪽이 아니라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송구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각의 친노패권 시각에 대해서는 "그런 측면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그런게 있다면 빨리 청산하는 것이 정권교체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내가 종로구 적임자“
지난 25일 종로구 내자동에 위치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는 오후 7시까지 주민 700여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사무실을 방문한 주민들은 "꼭 이겨 달라"며 지지 의사를 표했고 오 후보는 손을 잡으며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오 후보는 "실제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민들이 서슴없이 다가와 악수도 청하고 사진도 찍자고 한다. 꼭 뽑아 줄 테니 더 열심히 하라고 지지해 준다"며 "그런 말 한마디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종로 주민들의 뜨거운 열망에 본선 승리로 응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사무실을 찾은 주민들과 일일히 만나 의견을 들었다. 한 주민은 "서촌 한옥 보존을 위해서는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의견을 냈고 또 다른 주민들은 "주차문제가 심한데 해결해 달라", "우리 지역에서 창신동이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종로 출마는 필연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크다. 종로에 출마하는 다른 어떤 후보와 비교해도 종로에 대해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시장 재임 시절에도 종로구에 상당 부분의 정책적 노력을 투입했고 종로를 중심축으로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을 시행해왔다. 종로는 내가 일을 잘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며 종로 출마 의지를 밝혔다.
오 후보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출마해 당선된 후 2006년, 2010년 잇따라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여권 내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2011년 서울시장 재임시절 전면 무상급식 반대 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투표율이 주민투표 개표 기준에 못미쳐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자, 이에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오 후보는 이후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자문단 역을 하며 지난 5년간 와신상담(臥薪嘗膽) 해 왔다. 오 후보가 당선 돼 당에 복귀할 경우 벌써부터 김무성 대표를 강력 견제하는 차기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오 후보는 "종로는 지난 5번의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야당에 패했던 지역인 만큼 여당에 결코 유리한 지역이 아니다"며 "정세균 후보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더 열심히 선거운동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의원에 대해서는 "정 의원은 오랜 경륜의 정치인이지만 상대적으로 행정 경험은 내가 더 풍부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선 4기, 5기 서울시장을 역임하며 습득한 행정경험은 종로구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이 적임자 임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강·남북 연계활성화, 주얼리·봉제 등 특화산업 육성 등을 주요 지역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종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지역이 함께 있어 지역별 생활밀착형 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며 "신분당선 조기 착공으로 대표되는 '강·남북 연계활성화'와 주얼리, 봉제 등 특화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활력 도모, 각종 규제와 노후기반시설로 인한 주민불편 해소 등을 통해 종로의 발전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팽팽하게 맞선 종로 민심
종로구의 민심은 '정치 1번지'답게 여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팽팽하게 맞섰다.
종로 민심은 대체로 지역에 따라 양분돼 있다. 역대 선거 결과를 봐도 서민층이 많이 사는 창신동, 숭인동 등은 야당 지지층이 많고, 전통적인 부촌이 위치한 평창동과 부암동 등은 여당 지지자가 많은 편이다.
창신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40대 여성은 "정 의원이 살갑기도 하고 소통도 많이 하는 편"이라며 "우리 지역을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며 정 의원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창신동에 사는 60대 정모씨는 "정 의원은 지역 행사에도 자주 나타나서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며 "공천 가지고 장난질이나 치는 새누리당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봉제업에 종사하는 40대 남성은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고 나서 우리같은 사람들이 먹고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바빠서 신경쓰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는 박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야당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
사직동에 사는 최석용(55)씨는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에 무상급식 약속을 지키기 않았어도 됐는데 물러나서 신뢰를 얻었다"며 "정치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 내 밷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모(54·여)씨는 "오 시장을 직접 만나보니 생각도 건전하고 모든 일에서 공정해서 좋다"며 "한때 대선주자이기도 한만큼 우리 종로의 발전을 위해 더 적합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평창동에 사는 50대 여성은 "오세훈 후보가 시장을 했기 때문에 더 잘하지 않겠냐"며 지지를 표했다.
창신시장의 한 상인은 "이곳에 정말 오로지 주민들을 위해 일하기 위해 오는 후보들은 없는 것 같다"며 "다들 대권 노리고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니냐. 그것 때문에 시끄럽기만 하고 실제 우리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주요 후보자 프로필 및 지역공약
정세균 의원(더불어민주당)= ▲1950년 전북 진안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 미국 페퍼딘대학원 경영학 석사, 경희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15·16·17·18·19대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오세훈 후보(새누리당)= ▲1961년 서울 ▲대일고, 고려대 법학과, 同대학원 석·박사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제33대, 34대 서울특별시장 ▲제16대 국회의원 ▲강·남북 연계활성화, 주얼리·봉제 등 특화산업 육성
박태순 후보(국민의당)= ▲1963년 ▲서울대 생물학과, 同대학원 석·박사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국민의당 국민소통기획위원장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 5%로 확대
윤공규 후보(정의당)= ▲1963년 ▲정의당 종로구위원회 위원장 ▲심상정 상임대표 정책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