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8 (목)

  • 맑음동두천 1.6℃
  • 맑음강릉 9.4℃
  • 맑음서울 3.9℃
  • 맑음대전 4.6℃
  • 맑음대구 6.4℃
  • 맑음울산 7.9℃
  • 맑음광주 5.9℃
  • 맑음부산 12.8℃
  • 맑음고창 6.2℃
  • 맑음제주 11.6℃
  • 맑음강화 2.3℃
  • 맑음보은 2.1℃
  • 맑음금산 -0.8℃
  • 맑음강진군 8.6℃
  • 맑음경주시 7.5℃
  • 맑음거제 8.6℃
기상청 제공

박웅준의 역사기행

[역사기행] 서안 섬서역사박물관의 소그드인과 신라

URL복사

[시사뉴스 박웅준 칼럼니스트] 서안(西安, Xi'an)의 8월 여름. 이곳은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뜨거웠다. 한낮에는 해가 쨍쨍하여 야외에서는 걷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그래도 습도는 우리나라보다 높지 않아 그늘에 가면 견딜만하다. 필자가 찾은 섬서역사박물관(陝西歷史博物館), 전체 7만여평방미터의 규모에 11만건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중국 최대 박물관 중 하나. 이곳에는 과거 실크로드를 종횡무진했던 소그드족과 신라인의 비밀이 숨겨져있다. 

서안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곳은 박물관이다. 역사기행이라는 목적과 피서(避暑)라는 현실의 부합이 나를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이끌었다. 서안은 중국의 시작인 주나라부터 진, 한, 수, 당의 수도로 당시의 문화를 대표하는 수많은 유물 유적이 있고 지금도 땅 밑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묻혀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당나라 때는 장안(長安)으로 불리며 중국의 최전성기를 누렸는데 당시 장안성 내에만 인구가 100만이 넘었다고 한다. 이 중 상당수는 외국에서 온 사람들로 주변국은 물론이고 중앙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서까지 왔다.

당 정부는 이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하도록 성 서쪽에 서시(西市)를 만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자유롭게 활동하게끔 한 당나라의 개방성은 장안을 당대 세계 최대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이자 코스모폴리탄(cosmopolotan)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시진핑은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주창하면서 육지기반의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서안을 지목하여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서안 노동남로에 위치해 있는 예전 서시(西市)를 ‘대당서시(大唐西市)’ 란 이름으로 80억위안(약 1조4300억원)을 투자한 것은 예전 대당제국의 영화를 되찾기 위한 노골적인 역사적 오마주인 것이다.

중국 곳곳에 남긴 소그드인의 발자취 

이러한 관점에서 박물관의 유물을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한 눈에 봐도 중국인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무덤이다. 안가묘(安伽墓, An Jia Tomb)로 땅 밑에 묻혀 있던 돌로 된 관과 석문을 실물을 사용해 복원해 놓았다. 안가는 북주(北周, 557-581)시대에 서안에 기반을 두고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 활동을 한 서역인이다.

기록에는 그가 고장(姑藏) 창송(昌松) 출신으로 살보(薩保) 및 대도독(大都督)을 역임하였다고 한다. 살보란 대상(隊商, Caravan) 즉 실크로드를 횡단하며 무역을 한 상인집단의 우두머리를 뜻하며 그의 성씨인 안(安)은 그가 소그드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소무구성이라 하여 속특인(粟特人) 즉 소그드인을 출신지에 따라 강(康), 사(史), 안(安), 조(曹), 석(石), 미(米), 하(何), 화심(火尋), 무지(戊地)로 구분하였다. 

안가는 출신지가 안국(安國)이라서 성을 안가로 한 것으로 안국은 지금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Bukhara)이다. 소그드인은 일반적으로 호인(胡人)이라고 칭했으며 조로아스터교(拜火敎,
Zoroastrianism)를 믿었다.

안가의 석관에 묘사되어 있는 다양한 그림에는 그가 생전에 했었던 무역, 연회, 수렵, 협상장면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당시 소그드인의 활동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석문에는 불의 제단을 모시고 의식을 하고 있는 장면이 있어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소그드인의 무덤은 약 10여개가 발견되었는데 섬서성뿐만 아니라 감숙성, 하남성, 산서성, 산동성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들이 활동한 지역이 동서 무역루트이자 실크로드로 당제국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구당서』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소그드인은 자식을 낳으면 반드시 꿀을 먹이고 손에 아교를 쥐어 준다. 그것은 아이가 성장했을 때 입으로는 항상 꿀처럼 감언을 말하고, 손에 돈이 들어오면
아교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호서(胡書)를 배우며 장사에 능하고 지극히 적은 이익도 다툰다. 남자가 스무살이 되면 장사를 위해 가까운 이웃 나라로 여행을 보내는데, 중
국에도 찾아온다. 이익만 있으면 그들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신라인 사로잡은 소그드인의 춤사위 이처럼 장사를 숙명처럼 여기고 무엇이든 이익이 된다면 사고 팔며 어디라도 갔던 그들, 중국 동쪽 끝인 산동성 청주(靑州)까지 낙타를 끌고 와서 무역을 했던 그들이 조금 더 동쪽에 있는 나라인 신라에는 관심이 없었을까? 신라의 서역인은 9세기 경주의 원성왕릉과 흥덕왕릉 그리고 구정동 방형분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심목고비(深目高鼻)와 턱수염 그리고 의복 등이 소그드 인을 모델로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신라에 방문한 소그드인을 보고 묘사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전래된 소그드인의 모습을 차용하거나 불교의 수호신인 금강역사 이미지의 변용일 뿐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난 9세기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것도 의문이다. 그러나 최근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는 소그드인의 토용(土俑)이 발견되어 주목된다. 경주 월성 성곽 바깥의 해자에서 발견된 이 토용은 같이 발굴된 목간의 추정연대(526년 또는 586년)에 비추어 6세기의 가장 이른 시기로 추정되는 서역인상이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 형식의 카프탄 복식을 하고 있고 특이한 형태의 모자와 수염은 소그드인을 묘사한 것으로 보여 진다. 

얼굴은 신라의 다른 토우와 마찬가지로 간략하게 묘사하였지만 신체적 특징은 정확하게 포착하였다. 특히 양 갈래로 벌어진 턱수염은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 형식으로 직접 보지 않고 상상으로 묘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실크로드상에 있는 베제클릭(Bezeklik) 천불동에는 턱수염이 양갈래로 벌어진 소그드인 공양상이 있다.

이 상이 6세기 것이라면 남북조시대말부터 중국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한 소그드인이 신라에까지 영역을 넓혔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부터 신라에 발을 들여 놨다면 지속적으로 교역했음이 당연하다. 신라 하대 최치원이 쓴 「향악잡영」은 『삼국사기』에 전하는 5수의 시로 이 가운데 속독(束毒)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더벅머리 남색얼굴 괴상한 인간들이 떼지어 뜰에 와 난새춤 시늉하네. 북소리 두둥둥 바람은 살랑살랑 남에 닫다 북에 뛰다 두서없이 노니누나.”

속독은 속특(粟特)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며 소그드인의 춤을 묘사한 시로 이들의 춤이 신라악인 향악에 편입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비록 신라 하대이지만 소그드인에 대한 인식이 있었고 문화적으로도 영향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유목 민족의 전유물인 양탄자가 외국에 수출되었고 일본 정창원에 보물로 보관될 정도로 신라의 특산물이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박물관을 돌아보던 중 들려온 어떤 목소리. 그 방향으로 눈길이 돌려진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큰소리로 유물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었다. 학교 숙제인지 아니면 어떤 프로그램의 일환인지는 모르겠으나 결의에 찬 모습으로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하는 것에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은 많이 봐서 익숙했지만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어떠한 확신을 불어넣는 중국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본 것이다. 일대일로로 다시 한번 대당제국의 영화를 꿈꾸는 중국몽(中國夢)이 백일몽(白日夢)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14편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 수업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영화와 함께하는’ 첫 번째 시리즈로 발간됐던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가 개정돼 새로 출간됐다. 2021년 처음 발간된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는 전근대 시기를 다룬 4편의 영화와 근현대 시기를 다룬 8편의 영화를 활용한 역사 수업을 제시했다. 이번에 발간되는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 개정증보판은 전근대 영화인 ‘자산어보’와 근현대 영화인 ‘서울의 봄’을 추가해 쉽고 재미있는 한국사 수업을 제시했다. 영화와 함께하는 역사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 영화와 함께 재미있게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청소년, 그리고 역사 상식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는 영화마다 영화의 기본 정보와 함께 영화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이 역사서에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교과서에는 어떻게 구현돼 있는지 살펴보고 팩트 체크 코너를 통해 그 내용을 영화가 얼마나 역사적 상황과 맥락에 맞게 그려냈는지 분석하고 있다. 이어 선정된 영화를 통해 어떤 역사적 맥락과 상황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며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지 질문과 함께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무대나 역사적 배경이 됐던 곳, 영화 속 역사적 인물을 만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