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30 (월)

  • 흐림동두천 13.3℃
  • 흐림강릉 18.2℃
  • 흐림서울 14.5℃
  • 흐림대전 14.3℃
  • 연무대구 13.4℃
  • 연무울산 15.1℃
  • 흐림광주 16.4℃
  • 연무부산 16.9℃
  • 흐림고창 15.9℃
  • 제주 17.7℃
  • 흐림강화 11.8℃
  • 흐림보은 11.2℃
  • 구름많음금산 11.7℃
  • 흐림강진군 15.5℃
  • 흐림경주시 14.7℃
  • 구름많음거제 15.8℃
기상청 제공

박웅준의 역사기행

[역사기행] 서안 섬서역사박물관의 소그드인과 신라

URL복사

[시사뉴스 박웅준 칼럼니스트] 서안(西安, Xi'an)의 8월 여름. 이곳은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뜨거웠다. 한낮에는 해가 쨍쨍하여 야외에서는 걷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그래도 습도는 우리나라보다 높지 않아 그늘에 가면 견딜만하다. 필자가 찾은 섬서역사박물관(陝西歷史博物館), 전체 7만여평방미터의 규모에 11만건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중국 최대 박물관 중 하나. 이곳에는 과거 실크로드를 종횡무진했던 소그드족과 신라인의 비밀이 숨겨져있다. 

서안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곳은 박물관이다. 역사기행이라는 목적과 피서(避暑)라는 현실의 부합이 나를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이끌었다. 서안은 중국의 시작인 주나라부터 진, 한, 수, 당의 수도로 당시의 문화를 대표하는 수많은 유물 유적이 있고 지금도 땅 밑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묻혀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당나라 때는 장안(長安)으로 불리며 중국의 최전성기를 누렸는데 당시 장안성 내에만 인구가 100만이 넘었다고 한다. 이 중 상당수는 외국에서 온 사람들로 주변국은 물론이고 중앙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서까지 왔다.

당 정부는 이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하도록 성 서쪽에 서시(西市)를 만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자유롭게 활동하게끔 한 당나라의 개방성은 장안을 당대 세계 최대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이자 코스모폴리탄(cosmopolotan)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시진핑은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주창하면서 육지기반의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서안을 지목하여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서안 노동남로에 위치해 있는 예전 서시(西市)를 ‘대당서시(大唐西市)’ 란 이름으로 80억위안(약 1조4300억원)을 투자한 것은 예전 대당제국의 영화를 되찾기 위한 노골적인 역사적 오마주인 것이다.

중국 곳곳에 남긴 소그드인의 발자취 

이러한 관점에서 박물관의 유물을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한 눈에 봐도 중국인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무덤이다. 안가묘(安伽墓, An Jia Tomb)로 땅 밑에 묻혀 있던 돌로 된 관과 석문을 실물을 사용해 복원해 놓았다. 안가는 북주(北周, 557-581)시대에 서안에 기반을 두고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 활동을 한 서역인이다.

기록에는 그가 고장(姑藏) 창송(昌松) 출신으로 살보(薩保) 및 대도독(大都督)을 역임하였다고 한다. 살보란 대상(隊商, Caravan) 즉 실크로드를 횡단하며 무역을 한 상인집단의 우두머리를 뜻하며 그의 성씨인 안(安)은 그가 소그드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소무구성이라 하여 속특인(粟特人) 즉 소그드인을 출신지에 따라 강(康), 사(史), 안(安), 조(曹), 석(石), 미(米), 하(何), 화심(火尋), 무지(戊地)로 구분하였다. 

안가는 출신지가 안국(安國)이라서 성을 안가로 한 것으로 안국은 지금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Bukhara)이다. 소그드인은 일반적으로 호인(胡人)이라고 칭했으며 조로아스터교(拜火敎,
Zoroastrianism)를 믿었다.

안가의 석관에 묘사되어 있는 다양한 그림에는 그가 생전에 했었던 무역, 연회, 수렵, 협상장면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당시 소그드인의 활동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석문에는 불의 제단을 모시고 의식을 하고 있는 장면이 있어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소그드인의 무덤은 약 10여개가 발견되었는데 섬서성뿐만 아니라 감숙성, 하남성, 산서성, 산동성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들이 활동한 지역이 동서 무역루트이자 실크로드로 당제국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구당서』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소그드인은 자식을 낳으면 반드시 꿀을 먹이고 손에 아교를 쥐어 준다. 그것은 아이가 성장했을 때 입으로는 항상 꿀처럼 감언을 말하고, 손에 돈이 들어오면
아교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호서(胡書)를 배우며 장사에 능하고 지극히 적은 이익도 다툰다. 남자가 스무살이 되면 장사를 위해 가까운 이웃 나라로 여행을 보내는데, 중
국에도 찾아온다. 이익만 있으면 그들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신라인 사로잡은 소그드인의 춤사위 이처럼 장사를 숙명처럼 여기고 무엇이든 이익이 된다면 사고 팔며 어디라도 갔던 그들, 중국 동쪽 끝인 산동성 청주(靑州)까지 낙타를 끌고 와서 무역을 했던 그들이 조금 더 동쪽에 있는 나라인 신라에는 관심이 없었을까? 신라의 서역인은 9세기 경주의 원성왕릉과 흥덕왕릉 그리고 구정동 방형분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심목고비(深目高鼻)와 턱수염 그리고 의복 등이 소그드 인을 모델로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신라에 방문한 소그드인을 보고 묘사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전래된 소그드인의 모습을 차용하거나 불교의 수호신인 금강역사 이미지의 변용일 뿐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난 9세기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것도 의문이다. 그러나 최근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는 소그드인의 토용(土俑)이 발견되어 주목된다. 경주 월성 성곽 바깥의 해자에서 발견된 이 토용은 같이 발굴된 목간의 추정연대(526년 또는 586년)에 비추어 6세기의 가장 이른 시기로 추정되는 서역인상이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 형식의 카프탄 복식을 하고 있고 특이한 형태의 모자와 수염은 소그드인을 묘사한 것으로 보여 진다. 

얼굴은 신라의 다른 토우와 마찬가지로 간략하게 묘사하였지만 신체적 특징은 정확하게 포착하였다. 특히 양 갈래로 벌어진 턱수염은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 형식으로 직접 보지 않고 상상으로 묘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실크로드상에 있는 베제클릭(Bezeklik) 천불동에는 턱수염이 양갈래로 벌어진 소그드인 공양상이 있다.

이 상이 6세기 것이라면 남북조시대말부터 중국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한 소그드인이 신라에까지 영역을 넓혔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부터 신라에 발을 들여 놨다면 지속적으로 교역했음이 당연하다. 신라 하대 최치원이 쓴 「향악잡영」은 『삼국사기』에 전하는 5수의 시로 이 가운데 속독(束毒)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더벅머리 남색얼굴 괴상한 인간들이 떼지어 뜰에 와 난새춤 시늉하네. 북소리 두둥둥 바람은 살랑살랑 남에 닫다 북에 뛰다 두서없이 노니누나.”

속독은 속특(粟特)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며 소그드인의 춤을 묘사한 시로 이들의 춤이 신라악인 향악에 편입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비록 신라 하대이지만 소그드인에 대한 인식이 있었고 문화적으로도 영향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유목 민족의 전유물인 양탄자가 외국에 수출되었고 일본 정창원에 보물로 보관될 정도로 신라의 특산물이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박물관을 돌아보던 중 들려온 어떤 목소리. 그 방향으로 눈길이 돌려진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큰소리로 유물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었다. 학교 숙제인지 아니면 어떤 프로그램의 일환인지는 모르겠으나 결의에 찬 모습으로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하는 것에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은 많이 봐서 익숙했지만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어떠한 확신을 불어넣는 중국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본 것이다. 일대일로로 다시 한번 대당제국의 영화를 꿈꾸는 중국몽(中國夢)이 백일몽(白日夢)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특집-김광열 영덕군수】 "영덕, 미래를 준비하는 지역으로"
[시사뉴스 박순보 기자] 40여 년 영덕 행정 전문가에서 군수로 보낸 지난 4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저에게 지난 4년은 40년 행정 경험을 ‘결과로 증명한 시간’이었습니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행정가로서, 군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취임 직후 245개 전 경로당을 직접 찾아뵙고 소통하며 군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했고, 약속드린 공약은 반드시 실천한다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그 결과 공약 이행 최우수 등급을 3년 연속 받으며 ‘신뢰받는 행정’의 기반을 마련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신규 원전 유치 신청을 공식화했다. '영덕 100년 먹거리'라고 강조하셨는데, 원전 유치가 인구 소멸 위기의 영덕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원전 유치는 단순한 발전소 건설이 아니라, 영덕의 미래 산업 구조를 바꾸는 ‘100년 먹거리’입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 안정적인 지방재정 확보를 통해 지역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영덕에 있어, 원전 유치는 성장의 전환점을 만드는 핵심 전략입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구축해 ‘사람이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4·3 앞두고 “나치전범 같이 국가폭력 범죄 영구적으로 처벌받도록 하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4·3사건 78주년을 앞두고 나치(Nazi, Nationalsozialistische Deutsche Arbeiterpartei,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전쟁 범죄인 같이 국가폭력 범죄는 영구적으로 처벌받도록 할 것임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제주특별자치도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제주4·3사건’ 희생자 유족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제주4·3사건 진압 공로 서훈에 대한 취소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와 소멸시효를 배제해 또 다른 4·3을 방지하는 입법을 재추진하겠다”며 “나치전범과 같이 국가폭력 범죄는 영구적으로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가폭력 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 배제법을 꼭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공소시효가 25년이지만 2015년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시효로 인해 소멸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정치(政治)’를 잃은 시대, 지도자의 야욕이 부른 재앙
야욕이 낳은 비극, 명분 없는 전쟁의 참상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동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당초 단기전 예상을 깨고 4주째를 넘기고 있다. 이란의 저항이 거세어지며 장기전 돌입이 자명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란의 반격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정당성 없는 전쟁으로 인해 중동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까지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내상을 입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왜 총성을 울렸는가? 명분은 자국민 보호였으나, 실상은 트럼프의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네타냐후의 집권 연장이라는 '개인적 정치 야욕' 때문임을 천하가 다 알고 있다. 지도자의 광기에 가까운 무모함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극단의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本領)이다 정치(政治)의 한자를 풀이하면 ‘구부러진 곳을 편편히 펴서 물이 흐르듯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즉, 삶이 고단한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펴서 모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 정당이 존재하고, 정권을 획득한 집권 여당은 행정·사법부와 협력하여 오직 국리민복(國利民福)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