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15 (목)

  • 흐림동두천 -1.7℃
  • 구름많음강릉 2.8℃
  • 흐림서울 0.4℃
  • 구름많음대전 1.7℃
  • 구름많음대구 0.0℃
  • 흐림울산 3.4℃
  • 흐림광주 7.0℃
  • 흐림부산 6.9℃
  • 구름많음고창 6.9℃
  • 구름조금제주 9.1℃
  • 흐림강화 0.1℃
  • 구름많음보은 0.8℃
  • 구름많음금산 0.7℃
  • 흐림강진군 2.4℃
  • 구름많음경주시 -1.7℃
  • 구름많음거제 3.7℃
기상청 제공

박웅준의 역사기행

지상에 펼쳐진 미륵의 유토피아 속리산 법주사

URL복사



[시사뉴스 박웅준 칼럼니스트]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처럼 자신이 믿는 것을 성스럽게 만든다.”(프랑스 언어학자·철학자·종교사가·비평가 에르네스트 르낭, 1823-1892)

구불구불한 말티고개를 넘어 법주사로 가는 길에 정이품송을 봤다. 예전의 당당했던 모습은 간데없고 지지대에 힘겹게 의지해 있는 모습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고정된 것, 영원한 것이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이 같은 무상(無常)의 범위 안에는 우리가 사는 이 세계도 포함되어 있음을 불교는 설한다. 지금은 많이 변한 모습이지만 초창기 법주사는 그것을 세속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하여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번 답사는 그 흔적을 확인하고자 했는데 고목(古木)에서 그 첫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 공경과 화목, 자비로운 유토피아

경내에 들어서자 금동미륵불상이 눈의 띈다. 현대에 만들어졌지만 이 사찰이 신라의 열렬한 미륵 신앙자였던 진표 율사와 제자 영심이 중흥시킨 미륵도량이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시키려는 듯 크고 위압적이다. ‘미륵래시경(彌勒來時經)’에는 먼 미래에 도래할 미륵의 신장이 십육장(十六長)이라고 한다. 1장을 3m라고 하면 48m의 거인으로 출현하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중국 사천성에 산을 깎아 만든 71m 크기의 낙산대불이 미륵이고 돈황막고굴(敦煌莫高窟)에서 가장 큰 불상인 33m에 달하는 제96굴의 상도 미륵이다.

탈레반이 2001년 폭파시킨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Bamiyan) 대불(53m)과 우리나라 최대의 석불인 고려시대의 관촉사석불(약 18m)도 미륵으로 알려져 있다. ‘속리산대법주사사적기’에 의하면 지금 법주사의 금동미륵대불이 있던 자리에는 원래 용화보전(龍華寶殿)이라는 전각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현 경내의 가장 큰 전각인 대웅전이 28칸인데 그보다 큰 2층 35칸이었다고 하니 그 내부에 미륵대불이 모셔져 있었고 사찰의 중심이었음은 자명하다. ‘미륵하생경(彌勒下生經)’에는 미륵이 도래할 때는 인간 수명이 아주 길어 병으로 앓는 일이 없이 8만4000세를 살며 여인은 500세에 결혼을 한다고 한다.

또한 미륵이 태어나는 케투마티(Ketumati)라는 성은 항상 풍요하고 아름다우며 청정한 곳이다. 밝은 구슬이 밤낮으로 밝혀주며 대소변이 생기면 땅이 열리고 그 속으로 사라진다. 도둑질과 기근도 없으며 사람들은 항상 자비로운 마음으로 서로를 공경하고 화목하게 산다.

재물을 보면 “예전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서로 죽이고, 도둑질하고, 속이고, 거짓말을 하면서 죄의 인연을 키웠지”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토마스 모어가 1516년에 쓴 소설 ‘유토피아(utopia)’에서도 계급이 없으며 하루에 6시간만 일해도 매우 풍요롭게 사는 나라를 그리는데 그 나라에서도 귀금속이나 보석을 하찮은 것으로 여겨 죄수에게 금 족쇄를 채울 정도라고 묘사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이 생각하는 이
상향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 미륵불이 석가모니의 가사를 입은 이유

불교는 여기에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부여하는데 바로 거대한 미륵상의 조성이다. 현재 법주사의 미륵불입상은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 역할이 더욱 지대했을 것이다. 또 다른 흔적은 없을까. 경내를 돌아다보니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두 개의 석조물이 눈에 띈다. 석연지(石蓮池)와 희견보살입상(喜見菩薩立像)으로, 각각 국보64호 보물1417호인 중요 유물들이다. 

지금은 미륵불상 좌우에 위치해 있지만 원래는 미륵불상 앞에 일렬로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륵과 깊은 연관이 있는 유물로 봐야할 것이다. 조선시대 기록인 ‘법주사사적기’에 의거한 두 유물의 명칭은 미륵신앙과는 관련이 크게 없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르게
기록된 것으로 보인다. 두 유물이 만들어진 신라시대 본래의 의미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석연지를 살펴보면 높이 1.95m에 둘레 6.65m의 거대한 석조물이다. 물을 채우고 연꽃을 띄워 불국토의 연지를 모방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높다. 물을 채우기에도 그 위의 연꽃을 보는 것도 힘든 구조이다. 화려한 장식과 정성스럽게 만든 받침으로 보아 유물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추정하건데 이것은 발우(鉢盂, 승려의 식기, 그릇)일 것이다. 경전에 의하면 석가모니가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제자인 가섭존자에게 맡겨 미래에 미륵불이 내려올 때 전달하라는 의무를 지어준다.

가사와 발우는 석가모니불이 미륵불에게 주는 부처의 증표인 것이다. 발우를 묘사한 통도사 봉발탑(보물 제471호)도 용화전(龍華殿=미륵전) 앞에 있듯이 미륵과 발우는 중요한 연결 관계를 갖는다. 그 크기가 거대한 것도 내려오는 미륵의 크기에 맞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가사는 어디 있을까? 그 가사는 이미 하생한 미륵이 입고 있다. 미륵불의 가사는 석가모니의 가사인 것이다.

◇ 희견보살상은 미륵 아닌 천신의 형상

희견보살상도 미륵과 관련이 있을까? 역시 조선시대 기록에 의해 향로를 머리에 이고 고행하는 희견보살로 알려져 있지만 미륵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그 모습으로 인해 당나라때 유행한 곤륜노(崑崙奴)상이라는 설이 있지만 이 역시 미륵과의 연관성은 찾기 어렵다. 미륵과 연관되어 의발(衣鉢)을 이고 있는 가섭상이라는 설도 있지만 가섭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그 정체는 무엇일까? 

이는 결국 부처님의 말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석가는 자신이 열반한 후 불법의 흥망성쇠를 말하며 발우가 세상과 천계를 떠돌아다니다가 미륵불이 하생할 때 사리와 함께 나타난다고 예언한다. 이 두 가지 석가의 유물은 미륵에게 전해지며 신통력을 발휘해 중생을 제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석연지는 발우임이 다시 증명이 되고 희견 보살상이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은 향로가 아닌 사리가 들어있는 용기라고 할 수 있다. 

상의 얼굴을 보았을 때 흑인의 모습을 본딴 곤륜노라기보다 서역인 또는 사나운 천왕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어 사리를 받들어 모시는 천신(天神)으로 봐야할 것이다.

머리에 이고 있는 자세도 정대(頂載, sirasodvahata)라 하여 부처의 유물을 옮기거나 받칠 때 공경의 의미로 고대 인도의 예법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머리에 이고 도량을 도는 정대불사(頂載佛事)도 같은 의미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발우와 사리는 석가가 미륵에게 주는 성스러운 유물(relic)로 미륵불과 자연스러운 도상을 이룬다. 이 세 가지가 일직선을 이루던 원 모습을 상상해 볼 때, 신라인들은 미륵이 내려와 석가모니의 유물을 받고 중생을 제도하는 장면을 충실하게 이미지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장소는 세속과 분리된 성(聖)의 세계였으며 그 세계에 들어간 신라인들은 미륵의 세계를 체험하였다.



◇ 법주사, 미륵의 불교적 이상향 품어

한참을 있다 사찰 경내를 빠져나와 주차장까지 이어진 숲길은 아주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이 길을 걸으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경전상의 미륵은 이미 건설된 유토피아에 내려온 것이 아닌가. 고통 없이 8만4000세까지 사는 사람들을 제도할 필요가 있을까? 숙소에 돌아와 경전을 뒤적여 석가모니는 그 나라(케투마티) 사람들은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도 마음 깊이 있을 뿐,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다”라고 한 말을 찾았다. 

겉으로 아무 걱정이 없는 것처럼 보일뿐 속으로는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미륵은 그 세상에 숨어있는 오욕(五慾)을 발견하고, 사람들이 죽음과 같은 삼악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알고 출가한다고 말한다. 결국 석가는 미륵을 통해서도 깨닫기 혹은 구제받기 전까지는 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불교의 기본교리를 충실하게 설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것은 깨닫기 위한 방편일 뿐 지상에 완벽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토피아(Utopia)란 단어의 뜻 자체도 그리스어로 ‘없는 곳’에 기원한다. 이러한 개념은 현실도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미륵이 오기 전 이상향에 가까운 세상은 사람들이 건설하기
때문이다.

법주사는 미륵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석가의 유물을 받고 사람들을 제도하는 불교적 이상향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을 방문한 옛사람들이 어떠한 생각을 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상향의 도래에 대한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인간의 손을 빌어 창조한 불교적 이상향인 법주사. 미래에 존재 하는 진정한 미륵의 유토피아가 펼쳐진 곳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정청래 “수사·기소 분리하고 공소청법안·중대범죄수사청법안 수정하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소청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법안’을 수정할 것임을 밝혔다. 정청래 당대표는 14일 서산축산종합센터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해 “‘기소는 검사에게 수사는 경찰에게’ 이것이 수사·기소의 분리 대원칙이다. 수사·기소 분리는 점 하나 바꿀 수 없는 대원칙이다. 검찰의 폐해를 목도한 수십 년 동안의 시대와 국민의 통합된 의견이다”라며 “12·3 비상계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란 청산을 바라는 시대적 과제이고 국민들의 열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당대표는 “검찰개혁 공소청·중수청 정부 입법예고안에 대한 국민적 걱정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 입법예고안은 확정된 안이 아니다. 수정·변경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목소리,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수정·변경하겠다. 국민들의 열망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불어민주당이 충분히 국민 여러분들의 의사를 수렴해 잘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는 13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출연해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을 주고 경찰공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사형 구형...“전두환보다 더 엄정 단죄, 12·3비상계엄 중대한 헌법질서 파괴”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1심 선고는 오는 2월 19일 오후 3시에 있을 예정이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과 제25형사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무기징역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부 사령관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조은석 특검팀은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20년을, 김봉식 전 서울특별시경찰청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실행한 자도 같다. 3. 부화수행(附和隨行)하거나

문화

더보기
뇌와 감정의 관계에 관한 탐구... 진화의 흔적, 삶의 기억, 뇌의 회로, 이야기의 집합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북라이프가 노벨 생리의학상 유력 후보이자 세계적 과학자인 칼 다이서로스 교수의 첫 책 ‘감정의 기원’을 출간했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낼까? 슬픔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떤 사람은 왜 갑자기 달라지는가? 왜 우리는 때때로 자신을 해치고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는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이자 정신과 임상의이기도 한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이 모든 질문의 답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의 연구실과 삶의 가장 치열한 현장인 병실을 오간다. 이 책은 바로 그 여정의 기록이다. ‘감정의 기원’은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칼 다이서로스 교수의 특이한 경력이 장점으로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는 뇌의 내부 회로에 대한 냉철한 지식과 환자에 대한 깊은 공감을 연결해 정신 질환이 어떻게 발생하고 또 인간의 마음과 감정에 대해 무엇을 드러내는지, 상처 입은 마음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온전한 마음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지를 서술한다.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감정의 기원’을 통해 교통사고 이후 눈물이 사라진 남자,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성격이 확 바뀐 정년퇴직자, 남들이 자기 머리를 해킹하고 있다고 확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