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혼입된 식품에 의무적으로 기재되는 주의·환기 표시가 오히려 사업자의 품질관리 책임 소홀·면책 목적으로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의 주의·환기 표시 빈도가 높고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망라해 표시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주의·환기 표시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의·환기 표시란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 이외에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품과,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원재료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같은 제조 과정(작업자, 기구, 제조라인, 원재료보관 등 모든 제조과정)에서 생산해 불가피하게 혼입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주의사항 문구를 표시하도록 한 제도다. 난류(가금류에 한함), 우유, 메밀, 땅콩 등 총 21개 품목을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지정해 표시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초콜릿류, 우유류, 과자류(유탕처리제품), 어린이음료 각 30종 총 120개 제품의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91개(75.8%) 제품에서 주의·환기 표시를 하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음료 30개 중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원재료로 사용한 제품은 8개(26.7%)에 불과했으나, 28개(93.3%) 제품은 별도의 주의·환기 표시를 통해 다양한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었다.
어린이음료 제품에 주의·환기 표시된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복숭아(86.7%) △토마토(86.7%) △대두(76.7%) △우유(73.3%) △메밀(64.4%) △밀(63.3%) △땅콩(46.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품질관리 소홀, 면책 목적으로 오용될 수 있어
유럽연합(EU)·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알레르기 유발물질 혼입가능성에 대해 주의·환기 표시를 사업자 자율에 맡기고 있으나, 원재료 표시란에 기재돼 있지 않은 성분이 검출될 경우 제조업체의 원재료·완제품 관리책임을 물어 회수조치를 적극 실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재료 표시와는 별도로 혼입 가능성이 있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대해 주의·환기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주의·환기 표시된 성분이 검출되더라도 위해식품 회수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동 제도가 사업자의 회수 면책 목적으로 오용될 우려가 있다. ‘위해식품 회수지침’에 따라 표시대상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는 회수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은 알레르기 유발물질도 사업자가 자유롭게 주의·환기 표시를 별도로 할 수 있어, 사업자가 품질관리를 소홀히 해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소비자는 제품의 원재료 이외 주의·환기 표시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
위해사고 2년새 2배 증가
실제로 최근 3년간(2015년~2017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식품 알레르기 관련 위해사고는 총 1853건으로, 2017년에는 835건이 접수돼 2015년(419건)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세 미만’ 영유아·어린이 안전사고가 4건 중 1건일 정도로 영유아·어린이 사고 비율(451건, 26.6%)이 높았다.
한국소비자원은 “부모 이외 돌봄교사나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어린이도 알레르기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주의·환기 표시 폐지 및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방법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