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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준의 역사기행

삼추가연, 조선 여인들의 우울



[시사뉴스 박웅준 칼럼니스트] 조선이 신봉했던 성리학은 인간의 욕망에 대해 ‘존천리멸인욕(存天理滅人欲)’을 요구했다. 개인의 욕망은 없애야 했고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충신, 효행, 열녀 등의 모범을 강조하고 성(性)을 억제하여 예의 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시대 전반의 흐름이었다. 

욕망은 정(精)과 욕(欲)이었기 때문에 이를 드러내는 것을 금기했으며, 이른바 선비라고 불리는 사대부들은 절제를 미덕으로 삼았다. 이 때문인지 조선에서 강간은 살인에 필적할 정도로 무거운 범죄였다. <대명률>의 규정에 따라 강간이 성립되면 신분과 관계없이 교수형을 처했고 강간미수는 장형과 유배형이 함께 부과되었다.

조선 전반기에는 물리력이 동원되지 않고 단순히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정황만으로 강간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 12년 10월25일 형조에서 강간범인 신통례를 왕에게 데려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작목 감역관(斫木監役官) 호군(護軍) 신통례(申通禮)가 관비(官婢) 고음덕(古音德)을 강간하였사오니, 율에 의하여 교형에 처하시고, 고음덕은 처음에는 거절하여 소리를 내어 울었으니 죄에 저촉되지 않을 듯하오나, 그 뒤에는 제 스스로 와서 서로 간음하였으니, 화간(和奸)으로서 논하여 장(杖) 90대를 처하는 것이 마땅하오나, 다만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남자는 강간으로, 여자에게는 화간으로 다루어 죄를 다르게 처결한다면 법을 집행함에 있어서 의문스럽습니다. 성상께서 결정을 내려 주시옵소서(세종실록 권20).” 

이에 세종은 남자에게는 장형을 여자에게는 별다른 형벌을 내리지 않는다. 여자가 울었다는 이유만으로 강간미수에 준하는 형벌을 내린 것이다. 이 외에도 실록에서 유사한 기록을 다수 볼 수 있다. 이렇게 강력하던 법의 집행이 조선 후반 이후에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성리학은 더욱 발달하고 강간에 관한 법은참수형에 처하는 것으로 강화되지만 실제로는 유명무실해지고 오히려 강간 사건이 늘어난다. 

대부분 관인이 직위를 이용하거나 위세를 빌어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피지배층 여성을 겁탈하는 사건이었다. 한성부 좌윤이 숙종 5년에 “요즘 세력 있는 사람들은 남의 아내나 첩을 빼앗아 간음하고 속이며 온갖 추행을 자행”한다고 상소를 올릴 만큼 권력층의 강간 사건이 만연했다. 예전 유행한 사극영화에서 양반 주인에게 겁탈당하는 노비 여성의 기구한 운명이라는 스토리가 이 시기에 정형화된 이미지이다.

그러나 이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권력을 이용해 빠져나가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예외적으로 여인이 강간에 저항하다 수치심으로 자살한 경우에만 법대로 처벌했다. 이 같은 현상은 사건의 책임을 여성으로 전가한 결과다. 

조선을 지배한 사대부들은 자신들의 절제가 여성의 욕망을 이기지 못했던 것이었다고 정당화시켰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피해 여성의 자살밖에 없었다. 성매매의 우울함만이 맴도는 삼추가연 통치이념에 변화는 없었고 법은 강화됐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조선 시대 사대부는 욕망을 극복하지 못했고 국가와 사회는 이를 묵인했다. 이를 사실적으로 보여준 인물이 조선말 유명한 풍속화가인 신윤복이다. 그는 많은 작품을 통해 사대부의 이런 행태를 풍자하고 조선적 에로티시즘을 보여줬다. 그의 작품 가운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이한 작품이 있다. 

삼추가연(三秋佳緣)이란 제목의 작품이다. ‘가을 세 명의 아름다운 인연’이란 제목의 이 그림은 좌측의 젊은 양반과 가운데 노파 그리고 뒤돌아 앉아있는 젊은 여성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이들이 인연으로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남성은 웃옷을 벗고 있고 바지는 입고 있는지 벗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노파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남성에게 올리고 있고 우측의 여인은 표정은 알 수 없으나 힘이 빠진 듯 어깨가 축 처져 있고 다리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노골적이진 않지만 젊은 남녀 사이에 관계가 이루어졌고(또는 이루어질 것이고) 노파는 이를 중재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조선말 애정 소설인 절화기담(折花奇談)에는 이 그림과 유사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남자주인공은 한양의 이생(李生)으로, 풍채가 뛰어나며 시문도 제법 아는 일대의 재자(才子)이다. 여자주인공인 순매(舜梅)는 방씨네 계집종으로, 이미 머리를 얹은 지 몇 해가 된 열 일곱 살의 절세미인이다. 어느 날 이생이 우물가에서 순매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만날 길이 없어 마음만 태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 이생이 얹혀사는 집에 말 잘하고 중매를 잘 서는 노파가 있어, 이생은 그 노파에게 순매와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노파가 중간에서 순매와의 만남을 주선하는데, 약속이 번번이 무산되고 만다. 



작품의 마지막에 가서야 주인공들은 한 차례 정사를 나누고 헤어지게 된다. 장르가 다른 두 작품에 공통된 남녀 관계를 주선하는 노파와 양반, 여종의 구도는 유사하다. 그러나 순매는 이미 결혼한 유부녀이고 그림에는 소설과 같은 순애보는 볼 수 없다.

그림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이 기녀라는 주장도 있다. 젊은 양반이 재물을 주고 기녀의 초야권을 사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 기녀는 머리를 올린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러기엔 일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그리고 실내가 아닌 곳에서 이러한 일을 벌인다는 것은 맞
지 않는다. 아마도 신윤복은 이 그림을 통해 단순히 하나의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사대부들의 이중성과 이를 묵인하는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다른 신윤복의 작품은 장면을 묘사할 때 대부분 구체적인 장소를 나타내고 매우 사실적이나 이 작품에는 국화밭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장소로 표현된다. 그 공간에서 옷을 벗은 남자는 유교적 가치를 벗어버린 사대부를 상징한다. 

그리고 젊은 여인의 힘없는 자세는 저항할 수 없는 신분이란 것을, 보이지 않는 얼굴은 특정인이 아닌 조선의 여성이란 것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가운데 노파는 이러한 양반의 행태를 묵시적으로 용인하는 당시 사회 자체를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노파는
음흉한 미소와 남자에게 술을 권하는 모습에서도 그 의도가 확인된다. 세 명의 아름다운 인연은 결국 반어법이다.

지금도 우리는 유교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OECD 34개국 가운데 주요 금기(낙태, 매춘, 사촌간 결혼, 동성간 결혼, 포르노 등)를 유일하게 모두 금지하는 나라이자, 사회적으로도 성에 관한 관념이 보수적이다. 비록 표면적일지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욕망에 대한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것은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순 없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한 번쯤 그 가치를 되돌아 보는 것도 필요하다. 진짜로 세 명이 아름다운 인연으로 맺어지기 위하여.




유성엽, "정시 확대는 공정한 입시 위해 반드시 필요"
[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게도 수능 정시 확대가 적용되게 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제기된 가운데, 5일 국회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정읍·고창, 민주평화당)이 교육부의 대학입시 관련 정시비율 확대 방안에 대하여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유 위원장은 이날 "현재 대학입시는 수시 80% 정시 20% 정도로, 정시의 비율이 지나치게 축소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의 공정성 확보와 학생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차원에서 정시 확대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입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부 종합전형은 평가 방법과 항목 및 합격 기준에 대해 주관적 요소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 끊임없이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특히, 현재 교육부가 조사 중인 대학 교수들의 자기 자녀 논문 공저 등록과 같은 일이 사실로 밝혀지면서‘금수저 전형’, ‘불공정 전형’이라는 오명을 피할 길이 더욱 없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 위원장은 “비록 혼선이 있었지만, 이제라도 교육부가 정시 확대 방침을 세운 것은 교육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사회 계층간 이동의 사다리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라며“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이마트, 추모집회 충돌 관련 마트노조 고소·고발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이마트가 근무 중에 쓰러져 사망한 구로점 직원 권모씨에 대한 이마트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는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했다. 이마트 측은 “마트노조가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명예를 훼손하고 있고 집회 후 무리하게 매장을 진입하려 하면서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마트노조 측은 “폭력을 행사한 일이 없었고 오히려 이마트 측이 충돌을 유도했다”는 입장이다. 이마트는 “지난 2일 발생한 마트산업노조의 과격시위 및 명예훼손과 관련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 전수찬 마트노조 수석부위원장 겸 이마트지부장 등 6명과 성명불상자 다수를 4일 오후 구로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구로점에서 발생한 권씨의 사망(허혈성 심장질환)과 관련해 노조의 폭력적 행동과 주장이 사회적 통념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마트 측은 “사고 당일 이마트는 권씨가 쓰러진 후 즉시 119에 신고하고,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119센터의 지시에 따라 구조에 필요한 일련의 선행 조치를 했다”면서 “마트노조가 마치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망인을 방치한 것처럼 주장한 것은 허위사실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


[책과 사람]자본주의를 넘어설 대안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탈리아 현대 정치사와 정당정치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적극적인 좌파 정치운동가인 폴 긴스버그 교수의 대표작이자 이탈리아 현대사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책 가운데 하나. 1945년 영국에서 태어나 현재 피렌체 대학교 유럽 현대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리볼타 데이 프로페소리’(교수들의 반역)를 조직하는 등 시민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분투한 민중의 역사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 독일과 연합군에 의한 반도의 분할과 해방, 반파시즘 저항운동을 주도한 좌파와 연합군을 등에 업은 우파의 격렬한 대립,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농업국에서 시작해 1950~60년대를 거쳐 선진 공업국으로 빠르게 도약한 경험으로 수놓아진 이탈리아의 현대사를 다룬다. 또한 무솔리니부터 그람시, 톨리아티, 베를링구에르, 베를루스코니에 이르는 이탈리아 주요 정치인들의 꿈과 좌절은 물론, 해방 직후 공장 점거 운동과 1969년의 ‘뜨거운 가을’, 공장 평의회 운동과 자율주의 정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이탈리아’를 건설하고자 분투한 이탈리아 민중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무렵 끈질기게 펼쳐진 저항운동의 기록으로 시작

[시사칼럼]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시사뉴스 민병홍 칼럼니스트] 이건희, 이명박, 푸틴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들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인무백세인 천년왕작계(人無百歲人 枉作千年計/인간이 백세를 살지 못하면서 부질없이 천년의 계획을 세움)를 잊은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이건희 삼성회장은 대한민국 경제의 쌍두마차인 정주영, 이병철 중 이병철의 아들로 삼성을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일궈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 화려함의 뒷면에는 1,000여개 가 넘는 차명계좌가 있고 그 속에는 5조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무엇에 쓰는 물건이기에 그렇게 숨겨 놓았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칭 ‘역대 정권 중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한 대통령’이다. 그 자신감 뒤에는 아들을 비롯한 부인과 그리고 인척과 측근들의 비리로 점철되어 있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도덕이 숨겨져 있고 수백억 대 이상의 차명재산이 있는 인물이다. 전형적인 독수독과의 전형으로 보이는 행태를 보여준 인물로 무엇에 쓰는 물건이기에 숨기고,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할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의 재임기간 연봉과 군 연금, 예금이자 등을 포함해 7억원의 소득을 올렸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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