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30 (월)

  • 흐림동두천 18.2℃
  • 흐림강릉 13.9℃
  • 흐림서울 18.9℃
  • 대전 13.1℃
  • 대구 13.2℃
  • 울산 12.7℃
  • 광주 12.3℃
  • 흐림부산 13.5℃
  • 흐림고창 12.0℃
  • 흐림제주 17.4℃
  • 흐림강화 15.7℃
  • 흐림보은 11.8℃
  • 흐림금산 12.1℃
  • 흐림강진군 13.2℃
  • 흐림경주시 13.3℃
  • 흐림거제 13.2℃
기상청 제공

사회

기다리는 죽음 vs 맞이하는 죽음

URL복사

4개월간 9000여명 존엄사 선택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죽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그저 늦추거나 기다리기보다는 어차피 맞게 될 죽음이라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과거보다 오래 살게 되면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국민들은 연명의료(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전국 65세 이상 1만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인의 대다수인 91.8%가 연명의료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9월 건양대 의과학대학 병원경영학과 김광환 교수팀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3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명의료 관련 인식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9.2%가 연명을 위한 항생제 투여를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임종 직전에 인공호흡·혈액투석·심폐소생술을 ‘받지 않겠다’는 응답도 각각 80.1%, 82.4%, 77.2%로 높게 나타났다.



‘존엄사법’ 54건 이행… 본인의향·가족합의 비율 ‘반반’


이 같은 인식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2월부터 일명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의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남겨놓을 수 있고, 이미 작성된 의향서와 계획서도 본인이 언제든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대상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하더라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 제한된다. 이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와 전문의에 의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 만약 환자가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남겨놓지 않았고,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평소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향을 환자가족 2인 이상이 동일하게 진술하고 그 내용을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위의 경우가 모두 불가능하더라도 환자가족 전원이 합의할 경우 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본격 시행 이전 실시된 4개월간의 시범사업 기간(2017년 10월16일~ 2018년 1월15일)에만 9336건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보고된 것.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현재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아니지만 향후 말기·임종기를 맞게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서류로,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법적으로 유효하다.


말기·임종과정의 환자가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는 시범사업 기간 107건 보고됐다. 이 중 90%(96건)가 말기 암환자에 의해 작성됐는데, 실제로 이행된 사례는 54건이다.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이 이행된 54건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한 이행이 27건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을 통한 이행이 23건 △환자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이행이 4건으로 집계됐다.



존엄사, 소극적 안락사와 유사 개념


최근 들어 자주 언급되는 ‘존엄사’와 기존에 사용되던 ‘안락사’는 비슷한 용어 같지만 차이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는 안락사(安樂死)는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불치의 환자에 대해 본인 또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 공급이나 약물 투여 등을 중단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소극적 안락사’와 약물 투여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존엄사(尊嚴死)의 경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며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을 뜻해, 소극적 안락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존엄사에 대한 논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을 통해서였다.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던 환자에 대해 가족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퇴원을 만류했던 병원 측은 가족의 강한 퇴원 의사에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환자를 퇴원시켰다. 이 사건으로 2004년 환자가족은 살인죄, 의사는 살인방조죄로 유죄를 받았다.


존엄사를 인정하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이다. 2007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 김모 할머니의 가족들이 김 할머니의 연명치료가 1년째 이어지자 이에 대한 중단을 요구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평소 환자의 뜻이라며 연명치료 중단 소송을 제기했고, 2008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첫 판결 이후 2009년 2월 고등법원이, 같은 해 5월에는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허용기준을 제시했다.




“환자 상황·죽음 현실 이해 부족”


한국골든에이지포럼과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주최로 지난 28일 열린 세미나에서 김일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회장은 ‘존엄사법 제정의 국제적 흐름 및 기본 의미’ 발표를 통해 “그동안 사망에 대한 정책과 윤리·종교적인 논의는 모두 환자 자신의 느낌이나 뜻은 배제된 상태에서 제3자의 죽음을 가상하고 다뤄왔다”며 “환자 본인의 느낌이나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적었고 실제 죽음 현실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들어 죽음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삶의 질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식의 점증 △사망자 수의 급속한 증가 △병원에서의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한 인식 △사망원인 질병의 변화 등을 들었다. 과거 다수의 사망원인이 급성 감염성 질환 등이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만성 퇴행성 질환을 겪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질병을 얻게 된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길어져 고통이 장기화되거나 무의식의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환자들이 조기에 죽음을 선택하려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긴 고통 외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에게 부담을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삶에 대한 의미 상실 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존엄사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라면서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인식될 때 죽음의 시기 및 방법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법적·윤리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특집-박관열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 준비된 '직통(直通) 시장’
[시사뉴스 성남=윤재갑 기자]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 선출을 넘어 ▲정권에 대한 평가 ▲중앙 정치 영향력의 반영 ▲행정구역 재편에 따른 새로운 선거구 조정 ▲선거 질서 관리 강화 등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로 평가되고 있다. 2024년 말 비상계엄 사태와 2025년 정권 교체(탄핵 등 정치적 격변 시나리오 포함) 이후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은 지방권력을 새로 잡거나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고,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상황 반전을 위한 토대마련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극복해야 하는 양상이다. 특히, 정치 양극화와 중앙정치 흐름이 지역 민심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광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박관열 예비후보를 만나 광주시장 출마의 변과 시장이 되면 어떤 시장이 될 것인가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이번 선거의 핵심 슬로건으로 '직통(直通) 광주'를 내걸으셨다. 소통을 넘어 '즉시 연결'되는 행정을 강조하셨는데, 박관열식 '직통 행정'을 설명해 달라. 단순히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식의 수동적인 소통은 이제 유

정치

더보기
여야, 2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 4월 10일까지 처리 합의...2일 시정연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2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이 오는 4월 10일까지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등은 30일 국회에서 회동해 이같이 합의했다. 추가경정예산안은 4월 10일까지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하고 4월 임시회는 4월 3일부터 연다. 4월 2일 추경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7∼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및 부별 심사를, 4월 3·6·13일 대정부질문을 진행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즉시 심사에 착수하겠다”며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추경 처리를 하겠다. 이를 통해 중동 전쟁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선거용 현금 살포가 아닌 산업과 민생을 지키는 ‘생존 추경’이 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혁신당은 이번 추경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단 한푼



문화

더보기
K-컬처 예술의 치유적 역할 탐색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K-컬처가 ‘마음건강’을 돌보는 문화치유 영역으로 확장된다. 오는 4월 2일(목)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문화강국 대한민국, K-컬처 예술의 치유적 역할’을 주제로 한 연합학술대회 및 국회 토론회가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조경태, 김종민, 박주민, 어기구, 박주하, 임오경, 이해식, 김태선 의원 등 8개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온프렌즈,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가 후원한다. 미술·음악·표현예술 등 8개 단체의 협의체인 심리상담예술영역단체협의회(심상예단협)*가 주관하며, 예술 기반 치유의 공공 정책화를 위한 본격적인 정책 행보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토론회는 고령화와 사회적 고립 등 현대 사회의 주요 문제에 대응해 예술치유와 문화치유의 공공적 역할과 사회적 확장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다. 주요 강연으로는 WHO 히로마사 오카야수 국장이 ‘초고령 및 고립사회 대응을 위한 글로벌 예술 기반 치유 전략’을 발표하며,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예술 기반 치유의 인지적 가치와 역할을 조명할 예정이다. 예술치유는 임상적 치료 개념을 넘어 문화적·사회적 차원의 마음건강 증진을 지향한다. 지구덕(한서중앙병원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정치(政治)’를 잃은 시대, 지도자의 야욕이 부른 재앙
야욕이 낳은 비극, 명분 없는 전쟁의 참상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동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당초 단기전 예상을 깨고 4주째를 넘기고 있다. 이란의 저항이 거세어지며 장기전 돌입이 자명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란의 반격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정당성 없는 전쟁으로 인해 중동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까지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내상을 입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왜 총성을 울렸는가? 명분은 자국민 보호였으나, 실상은 트럼프의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네타냐후의 집권 연장이라는 '개인적 정치 야욕' 때문임을 천하가 다 알고 있다. 지도자의 광기에 가까운 무모함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극단의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本領)이다 정치(政治)의 한자를 풀이하면 ‘구부러진 곳을 편편히 펴서 물이 흐르듯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즉, 삶이 고단한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펴서 모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 정당이 존재하고, 정권을 획득한 집권 여당은 행정·사법부와 협력하여 오직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