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4.27 (월)

  • 흐림동두천 11.6℃
  • 흐림강릉 13.5℃
  • 서울 14.3℃
  • 흐림대전 18.2℃
  • 구름많음대구 19.2℃
  • 구름많음울산 14.9℃
  • 맑음광주 17.8℃
  • 구름많음부산 16.7℃
  • 구름많음고창 14.2℃
  • 맑음제주 16.6℃
  • 흐림강화 11.1℃
  • 흐림보은 17.0℃
  • 구름많음금산 18.1℃
  • 구름많음강진군 17.4℃
  • 구름많음경주시 15.3℃
  • 구름많음거제 17.3℃
기상청 제공

사회

기다리는 죽음 vs 맞이하는 죽음

URL복사

4개월간 9000여명 존엄사 선택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죽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그저 늦추거나 기다리기보다는 어차피 맞게 될 죽음이라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과거보다 오래 살게 되면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국민들은 연명의료(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전국 65세 이상 1만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인의 대다수인 91.8%가 연명의료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9월 건양대 의과학대학 병원경영학과 김광환 교수팀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3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명의료 관련 인식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9.2%가 연명을 위한 항생제 투여를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임종 직전에 인공호흡·혈액투석·심폐소생술을 ‘받지 않겠다’는 응답도 각각 80.1%, 82.4%, 77.2%로 높게 나타났다.



‘존엄사법’ 54건 이행… 본인의향·가족합의 비율 ‘반반’


이 같은 인식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2월부터 일명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의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남겨놓을 수 있고, 이미 작성된 의향서와 계획서도 본인이 언제든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대상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하더라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 제한된다. 이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와 전문의에 의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 만약 환자가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남겨놓지 않았고,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평소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향을 환자가족 2인 이상이 동일하게 진술하고 그 내용을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위의 경우가 모두 불가능하더라도 환자가족 전원이 합의할 경우 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본격 시행 이전 실시된 4개월간의 시범사업 기간(2017년 10월16일~ 2018년 1월15일)에만 9336건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보고된 것.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현재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아니지만 향후 말기·임종기를 맞게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서류로,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법적으로 유효하다.


말기·임종과정의 환자가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는 시범사업 기간 107건 보고됐다. 이 중 90%(96건)가 말기 암환자에 의해 작성됐는데, 실제로 이행된 사례는 54건이다.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이 이행된 54건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한 이행이 27건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을 통한 이행이 23건 △환자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이행이 4건으로 집계됐다.



존엄사, 소극적 안락사와 유사 개념


최근 들어 자주 언급되는 ‘존엄사’와 기존에 사용되던 ‘안락사’는 비슷한 용어 같지만 차이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는 안락사(安樂死)는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불치의 환자에 대해 본인 또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 공급이나 약물 투여 등을 중단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소극적 안락사’와 약물 투여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존엄사(尊嚴死)의 경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며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을 뜻해, 소극적 안락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존엄사에 대한 논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을 통해서였다.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던 환자에 대해 가족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퇴원을 만류했던 병원 측은 가족의 강한 퇴원 의사에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환자를 퇴원시켰다. 이 사건으로 2004년 환자가족은 살인죄, 의사는 살인방조죄로 유죄를 받았다.


존엄사를 인정하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이다. 2007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 김모 할머니의 가족들이 김 할머니의 연명치료가 1년째 이어지자 이에 대한 중단을 요구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평소 환자의 뜻이라며 연명치료 중단 소송을 제기했고, 2008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첫 판결 이후 2009년 2월 고등법원이, 같은 해 5월에는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허용기준을 제시했다.




“환자 상황·죽음 현실 이해 부족”


한국골든에이지포럼과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주최로 지난 28일 열린 세미나에서 김일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회장은 ‘존엄사법 제정의 국제적 흐름 및 기본 의미’ 발표를 통해 “그동안 사망에 대한 정책과 윤리·종교적인 논의는 모두 환자 자신의 느낌이나 뜻은 배제된 상태에서 제3자의 죽음을 가상하고 다뤄왔다”며 “환자 본인의 느낌이나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적었고 실제 죽음 현실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들어 죽음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삶의 질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식의 점증 △사망자 수의 급속한 증가 △병원에서의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한 인식 △사망원인 질병의 변화 등을 들었다. 과거 다수의 사망원인이 급성 감염성 질환 등이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만성 퇴행성 질환을 겪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질병을 얻게 된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길어져 고통이 장기화되거나 무의식의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환자들이 조기에 죽음을 선택하려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긴 고통 외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에게 부담을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삶에 대한 의미 상실 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존엄사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라면서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인식될 때 죽음의 시기 및 방법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법적·윤리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이재용 회장 자택 집회 “이건 선 넘었다” 비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예고하면서, 그 배경과 경제적 영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평택에서 열린 대규모 결의대회에서 노조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15%에 해당하는 약 45조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총파업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요구가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 성과 배분을 둘러싼 갈등 삼성전자 노조는 내달 21일부터 시작하여 오는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임금 인상률과 근무환경 개선 및 안전 문제에 대한 요구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회사의 우수한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에 대한 성과 배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중심으로 총파업을 선언하였다. 노조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견조한 매출과 수익 증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 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몫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두고 삼성전자 경영진은 현재 글로벌 경기 둔화 위험과 반도체 및 신사업 분야에 대한

정치

더보기
국민의힘 영덕군수 공천 논란 확산...김광열 “금권부정경선” vs 조주홍 “악의적 흑색선전”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 경상북도 영덕군수 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20∼21일 김광열·조주홍 예비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경선을 실시했고 22일 조주홍 예비후보자의 공천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경북도당 등에 따르면 김광열 예비후보자는 24일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하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경북도당의 한 관계자는 27일 ‘시사뉴스’와의 통화에서 “김광열 예비후보자 측이 이의신청 등을 한 것은 맞고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광열 예비후보자 측은 24일 “김광열 예비후보자는 (이의 신청 등을 하면서) 조주홍 예비후보자 본인 및 그 직계존속의 중대한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인 ‘금권부정경선’ 내용과 자료를 첨부했다”며, “(첨부)자료를 통해 올해 4월 8일 조 후보의 아버지 조○○가 지역 주민 80명에게 여행경비·식대·여행자보험 등 일체의 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아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행위와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군수 자리를 돈으로 사려 하는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변사 현장 출동해 변사자 금목걸이 절취한 검시관 벌금형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변사 현장에 출동해 변사자의 금목걸이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검시 조사관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김기호 판사는 27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검시관 A(30대)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20일 오후 3시10분경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B(50대)씨의 목에 걸려있던 30돈짜리 금목걸이(시가 2000만원 상당)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공무원으로 변사 현장에서 사망자의 외표 검시를 통해 사인을 판별하고 수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맞고 있다. 최초 출동한 남동경찰서 형사가 촬영한 사진에는 B씨의 목에 금목걸이가 걸려있었지만 이후 과학수사대가 찍은 사진에서는 이 목걸이가 보이지 않으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빌라 인근에서 신고자의 진술을 청취하는 사이 B씨의 목에서 금목걸이를 빼내 자기 신발 안에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변사자 검시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공무원으로서 고도의 직업윤리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이를 위배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 사실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삼성전자 총파업만은 안된다. 노사 손잡고 세계1위 기업 만들어 내길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인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오는 5월 21일부터 예고된 총파업은 단순히 노사 간의 임금 협상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평택캠퍼스에 집결한 4만여 명의 조합원이 외친 성과급 제도 투명화와 상한제 폐지는 단순한 금전적 요구를 넘어선, 조직 내 뿌리 깊은 ‘불신’의 발로라는 점에서 사태의 엄중함이 크다. “사측에 무리하게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성과급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투명하게 알기를 원한다”는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공정한 보상 시스템에 대한 정당한 권리 주장이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상한을 폐지하며 산정 기준을 단순화한 사례는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뼈아픈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고 결국 노조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두게 되었다. 하지만 파업이라는 수단이 가져올 결과는 노사 모두에게 가혹하다. 업계와 학계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