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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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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걸음마 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권역별 건립’ 약속은 어디로?

고인건비 구조 탓 전문병원 운영 기피
“수요에 맞는 규모 및 공공성 확보돼야”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공공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재활 전문병원이 국내에 전무한 가운데, 어린이재활치료에 대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어린이재활 의료기관 확충 계획에 대해 그동안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요구해왔던 각계각층은 “미흡하다”,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내 어린이재활병원의 실태와 정부 확충 계획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저는 11살 중증장애아동 건우의 아빠입니다. 건우는 2살 때 사고로 인한 뇌손상으로 9년째 병원을 찾아 떠돌며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입으로 밥을 먹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건우에게 재활치료는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방법이고, 병원은 세상을 배우고 재활의 꿈을 꾸는 곳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건우에게 이마저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 200여개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이 대한민국에는 단 1개뿐입니다. 대다수 재활병원들은 수익성이 없다고 소아재활치료를 기피했고, 소수의 재활병원에서도 대기를 걸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중증장애라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입원 등 치료를 거부당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건우 아빠 김동석 씨의 ‘국정과제 42번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에서 ‘공공’을 살려주세요’ 글 중 일부다. 김 씨는 청원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설립 목적인 ‘민간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아동의 집중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약속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모습을 ‘경제 논리’가 아닌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으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에 ‘공공’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전문병원, 전국 단 1곳뿐


김 씨의 지적처럼 국내에 어린이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단 한곳, 민간에서 운영하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하 푸르메넥슨병원)’뿐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202개에 달하는 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어린이재활병원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어린이재활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푸르메넥슨병원에 전국의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 지원 비영리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 관계자는 “지방에서 푸르메넥슨병원을 찾아온 환자 비율이 60~70%에 달한다. 서울을 오가며 치료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아예 병원 인근으로 이사 오는 분들이 있을 정도”라며 “하루에 300명 정도의 어린이가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설립 당시 연간 15만회의 치료 건수를 목표로 했으나 상회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푸르메넥슨병원에 91개의 병상이 마련돼 있지만 현재 입원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숫자는 최대 40개 병상이다. 처음엔 운영비 부담 때문에 입원병동을 오픈하지도 못했으나 점차 늘려 40개 병상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도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나고 있어 기부금을 통해 어렵게 유지되고 있다. 91개의 병상을 모두 채운다면 적자 규모는 40억~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털어놨다.


91개 병상 모두에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환자를 받기 위해서는 그에 맞춘 수의 의사와 간호사, 치료사가 있어야 한다”며 “특히 어린이재활치료는 성인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인 환자와 달리 어린이는 언어적 소통이 어렵고,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든 중증 환자가 많다. 치료사와 환자가 1대 1이어야하기 때문에 치료사 1명당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제한적이다. 의사와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고인건비 구조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어린이재활병원 운영을 기피한다는 설명이다.



병원은 3곳만… 나머지는 의료센터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장애 추정 인구수는 2017년 기준 267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5%가 넘는 수준이다. 등록된 장애어린이 비율은 전체 등록 장애인 수 254만여명의 2.1%로 파악되고 있지만, 장애발생 원인 중 선천적이거나 출산 시 발생하는 비율이 6.5%인 것을 고려하면 장애어린이 수는 약 30만명 수준, 이 중 치료가 필요한 장애어린이는 약 7만~8만명으로 추산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5곳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9개의 어린이재활전문병원 설립을 계획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에 따르면 2022년까지 정부가 확충할 예정인 총 9개의 어린이재활 의료기관 중 어린이재활병원은 건립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충남권(대전)을 포함해 단 3곳뿐이다. 나머지 6개소는 병원이 아닌 의료센터로 추진된다.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위한 전국시민TF연대’는 지난달 10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속한 9개 권역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은 3개 권역으로 줄었고, 6개는 외래 중심의 센터로 바뀌었다”며 “권역별 병원의 축소와 함께, 그 규모가 동네병원 수준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그나마 3개 병원조차도 의료법상 병원 최소 규모인 입원병상 30개를 기본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동네병원이면 동네마다 지어야지, 충남권에 하나 지으면서 대전·세종·충남을 책임지는 거점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TF연대는 “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실제 예산은 정부가 29%, 대전시가 71%(부지제공 제외)를 부담하는 것으로 추진되고 있고 운영비는 아예 언급조차도 되지 않았다”며 “여기에 더해 국립 운영은 기본적으로 배제했고 지자체를 통한 위탁 운영을 유도하고 있다. 전국에 세워질 어린이재활병원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정부 차원에서 아예 고려도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제대로 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이태식 대한물리치료사협회 회장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의 과제’에 대해 발제를 하고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8500여개 중 공공보건의료기관 수는 2018년 기준 총 338개로, 국가 차원의 공공보건의료기관 발전 계획과 공공의료 확대·강화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내 공공의료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어린이재활병원의 불모지인 이 땅에 수많은 장애어린이 부모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포함돼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또 다시 과오의 길로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우려하며 △현재 민간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아동의 집중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실제 수요에 맞는 규모의 시설 △의료의 공공성 담보 △장애어린이 가족 의견 반영 등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제때 치료하면 비용 ⅓로 줄어


우리 사회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급한 이유는 장애어린이의 권리와 복지 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다. 관련 전문가들은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도 장애어린이의 조기집중치료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독일의 한 기관에서 통계를 내보니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제대로 치료해서 일은 못하더라도 정상생활, 혹은 정상생활에 가깝게 할 수 있도록 한 아이가 평생 살아가는 비용은, 제때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이가 평생 살아가는 비용의 ⅓이라고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백 이사는 “첫째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절반의 가정이 이혼을 한다고 한다. 이것이 장애어린이가 있는 가정의 현실”이라며 “장애어린이에 대한 조기재활치료는 가족의 해체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이태식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장애어린이를 키운다는 것은 장애어린이 부모로서의 삶이 있을 뿐 경제활동을 위한 사회생활을 꿈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장애어린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과 같은 삶을 살게 되며 경력을 단절하게 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장애 영유아의 조기중재(3세 이전에 시작한 치료교육)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적 보육체계는 아직도 미비한 점이 많다”며 “한국에서 장애인을 구성원으로 둔 가족은 그로 인해 극심한 심적·물적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한 “특히 대부분의 어머니는 가정에서 장애어린이의 양육과 보호를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쳐서 헌신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일 뿐 아니라, 가정의 경제적 빈곤을 야기하는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걸음마 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권역별 건립’ 약속은 어디로?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공공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재활 전문병원이 국내에 전무한 가운데, 어린이재활치료에 대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어린이재활 의료기관 확충 계획에 대해 그동안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요구해왔던 각계각층은 “미흡하다”,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내 어린이재활병원의 실태와 정부 확충 계획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저는 11살 중증장애아동 건우의 아빠입니다. 건우는 2살 때 사고로 인한 뇌손상으로 9년째 병원을 찾아 떠돌며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입으로 밥을 먹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건우에게 재활치료는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방법이고, 병원은 세상을 배우고 재활의 꿈을 꾸는 곳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건우에게 이마저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 200여개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이 대한민국에는 단 1개뿐입니다. 대다수 재활병원들은 수익성이 없다고 소아재활치료를 기피했고, 소수의 재활병원에서도 대기를 걸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중증장애라고, 나이가 많다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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