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배재대학교 부총장] 사립대의 자발적 폐교를 유도하는 방안이 교육부 차원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교육부는 지난 6일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학교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립대는 스스로 폐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 초기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반대여론에 밀려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이미 폐교된, 앞으로 폐교될 대학법인의 원활한 청산 등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사학진흥재단을 ‘폐교후속지원 전담기관’으로 지정 운영토록 하는 법안이 지난해 8월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학령인구 급감이 현실화되면서 대학들은 국공립사립대 할 것 없이 재정난 공포에 떨고 있다.
11년째 동결된 대학등록금, 급감하는 신입생 수, 새로 시행된 강사법 등으로 대학재정은 거의 빈사상태다.
대학들은 이번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방안에서 등록금대책이 조금이라도 거론될 줄 알았지만 "아직 입장 정리가 안 되었다"며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교육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현재 입학정원(2018년기준 49만7,000명)이 그대로 유지되면 2021년부터 정원미달사태가 심화되기 시작, 2024년에는 전국대학입학정원의 25%(12만4,000명)를 채울 수 없게 된다.
단순하게 숫자로만 계산하면 원격대학, 대학원대학 등 특수대학을 제외한 전국의 351개 대학 중 87개 대학이 신입생을 단 한명도 뽑지 못하는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규모의 지역대학들은 더 이상 버틸 힘도, 버틸 의지도, 버틸 이유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대학에 복무하기 전 한 대학전문매체 발행인을 하면서 전국의 대학 100곳 이상 인터뷰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많은 대학의 오너 총장들이, 심지어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도 “전 재산 쏟아 부어 학교 설립해 후학양성에 매진해 왔는데 이제는 한계에 왔다. 제발 학교 운영에 손을 뗄 수 있도록 명분만 달라”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봤다.
더 이상 학교 운영이 힘들어 자발적 폐교를 하고 싶어도 사학을 적폐세력으로 보고, 사학이 마치 엄청난 돈벌이를 하고 “이제 와서 먹튀를 하려 한다”는 여론 때문에 사립대의 자발적 폐교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 문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냉엄한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학령인구에 비해 대학이 많다는 것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가 1995년 도입된 이후 대학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1996년 시행 이래 무려 90개에 달하는 대학이 신설됐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당시에는 입학 자원이 넉넉했고 대학들도 경영상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무조건 대학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을 줄일 방법이 없으니 정부 재정 지원을 미끼로 전국의 대학을 일렬로 줄 세워 강제로 정원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정원감축은 대학자율에 맡기겠다고 슬그머니 발을 빼고 대학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문제 해결은 의외로 간단한 데 있다.
더 이상 대학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학교 재단에 대해 ‘먹튀논란’이 일어나지 않을 범위 내에서 설립자의 몫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고 퇴직 교직원와 재학생 구제대책을 마련해 퇴로를 열어주면 된다.
자진 폐교한 사립대는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영형 사립대로 흡수통합하면 된다.
자진해서 물러나고자 하는 대학에는 퇴로를 과감히 열어주는 출구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다만, 교육부와 국회는 현재 발의된 법안, 추후 발의할 법안에서 비리사학이 이 법안으로 혜택을 보거나, 이 법안을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법안 검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투명하게 운영하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더 이상 학교 운영이 어려운 대학에 한해서만 잔여재산권을 인정해주고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재산을 몰수해서라도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
대학 수가 250개 정도로 줄어들면 경쟁력 갖춘 고등교육이 되살아 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