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승환 기자] 정부가 그동안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던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 투기와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굳은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집권이후 지금까지 10여 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왔다. 규제 일변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통제’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의 지정요건과 적용대상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도시 등의 공공택지에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왔으나 부동산경기 과열지대의 민간택지도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적용지역의 필수요건인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을 포함할 수 있게 했다.
서울 전역은 물론 세종, 과천, 광명, 하남,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의 민간택지가 상한제의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적용시점은 ‘지정 공고일 이후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정해 후분양 단지는 물론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도 분양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간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관리처분계획인가로 상한제를 피해왔지만 입주자모집공고 기준으로 적용시점을 확대해 상한제의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투기과열지구 내 전매제한 기간도 확대된다. 공공·민간택지 모두 분양가격 시세에 따라 △100% 이상은 5년 △85~100%는 8년 △80% 미만은 10년으로 정해졌다.
분양을 받은 후 단기간 내 전매하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가 상한제란, 집값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주택 분양시 정부에서 분양가격을 산정해 그 가격 이하로만 분양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1989년 공공택지에 한해 도입됐다.
한때 IMF 외환위기로 주택시장이 침체되자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공동주택으로 적용을 축소했으나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다시 공공택지로 확대했다.
긍정적 평가 우세...소비 위축 등 역효과 지적도
세간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15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 응답이 전체의 54.7%로 집계됐다.
‘반대’ 응답은 27.9%에 불과했다.(14일 전국 성인 1만1,836명 대상 △응답률 4.2%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4.4%) 찬성하는 측은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 수치로도 드러났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세가 주춤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2%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주 0.03% 상승에 비해 상승폭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서초구 0.06%→0.05% △강남구 0.05%→0.03% △송파는 0.04%→0.02% △강동구 0.03%→0.02%로 전주 대비 상승폭이 수그러들었다. 반대로 분양가 상한제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부동산업계의 관계자는 “정부는 분양가 통제로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파트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 예측했다. 또한 “반사효과로 전세가격의 급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저분양가 대기수요(소위 ‘로또 아파트’ 대기수요)가 ‘전세 버티기’로 돌아서 전세 수요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금융업계는 “예비 수요자들의 ‘전세 버티기’로 자산 이동이 막혀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며, “건설업과 인테리어산업은 물론 유통업, 은행 및 금융업 등 내수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불확실성으로 효과 극대화 노린다
정부의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불확실성을 남겨놨다. 제도 자체는 강화했지만 실제 시행시점이나 대상지역 선정은 오는 10월 시행령 개정 후 별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아끼고 있다. 사실상 투기수요를 향해 ‘공포탄’을 쏘고 무기만 보여준 것이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언제든 정부가 직접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구체적 발표가 예상되는 오는 10월은 총선을 불과 6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다. 정부와 여당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카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