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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직론직설

[박성태 칼럼] you tr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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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배재대학교 부총장]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기하기로 한·일 양국이 합의한 지 이틀 만인 2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실명보도까지 해달라며 폭탄발언을 했다.

정 실장은 “영어로 '트라이 미(try me)'라는 얘기가 있다. 어느 한쪽이 터무니없이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계속 자극할 경우 ‘그래? 계속 그렇게 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며 "일본에 'You try me?' 하고 싶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일본 관계자와 언론이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일본 외교의 승리다’, ‘퍼펙트 게임이었다’ 이런 주장을 하는데, 이는 사자성어로 말씀드리면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잘라 말했다. 

정 실장은 “큰 틀에서 보면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학창시절부터 50년 넘게 영어를 배우고 사용해 왔지만 ‘You try me’가 그런 뜻을 가지고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주로 외교용어로 쓰인다는데 이번 지소미아 종료 연기 협상을 마친 후 일본의 태도에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 이해가 갔다.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이 나자마자 일부 야당 의원을 비롯해 보수진영에서는 “6시간을 남겨두고 지소미아 종결을 유예한 것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나 한·미동맹을 위해서나 다행”이지만 “죽창가까지 동원하며 수출규제 철폐 안 하면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그렇게 큰소리를 치다가 결국 조건부 연기를 결정하느냐”고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번 조건부 연기 결정은 정말 우리 측의 유연한 대응이었고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하고 싶다.

협상의 전제는 타협과 협의다. 타협과 협의가 없으면 협상이 아니다. 협상이 깨지는 경우는 일방적 주장만 하거나 무조건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할 때다. 

분명 한·일 양국의 지소미아 종료 연기 협상 이면에는 양국간 타협과 협의가 있었을 텐데 일본이 저렇게 나오니 청와대 관계자들이 펄쩍 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26일 일본 정부가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 결정에 대한 양국 합의내용을 실제와 달리 발표한 데 대해 외무성 차관의 사과메시지를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본 외무상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아무리 일본의 견강부회가 얄밉고 화가 나더라도 앞으로가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이 더 이상 우리를 깐보지 않도록 지소미아 종료 유예가 최종 합의가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정지는 모두 조건부였다는 것을 강력 주장하되 일본을 더 이상 궁지에 몰거나 자극하지는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경제는 생물이라며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지만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정치와 외교도 생물이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면 변하는 대로 유연하게 따라 대응하고 대처해야 한다.

물론 유연하게 대처하되 실리는 챙겨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을 비롯한 리더는 물론이고 외교라인의 참모들, 실무자들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감성적인 판단을 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무엇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인가를 심사숙고해 대응해야 한다.

청와대와 외교라인이 마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그래서 정말 다행이다.

행여라도 이번 지소미아 관련 외교 결과와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여든 야든 당리당략으로 접근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자유한국당은 대표가 단식을 한 결과로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이 나왔다고 홍보하는데, 반드시 야당 대표가 단식을 했다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는 보지 않는다.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난 22일  한·일간 지소미아 협상이 한창일 때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대한해협 상공을 비행한 것은 미·일 안보협력 의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 협상에 깊이 개입했고 심증적으로 일본 측 손을 들어주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최근 주변 정세의 흐름을 보면서 또 다시 구한말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런 일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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