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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필재는 58년 개띠다] <제2화> 누구나 계획은 있다, 빠따를 맞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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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 3학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아침 교문 지도를 마친 우리 학교 선배 교사가 우리 반이 수업 대기 중이던 본관을 향해 걸어오는데 누군가 창밖을 내다보다 냅다 욕을 했다. 그 선생님이 그날 두발 단속에 걸린 학생들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어 고속도로를 냈기 때문이었다. 

고3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실로 뛰어올라온 선생님은 욕을 한 학생을 잡아내려 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손을 들었다가는 죽음이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종례를 마칠 때까지 제 발로 찾아오지 않으면 “자동으로 3운동장 집합”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우리 학교엔 운동장이 셋 있었다. 제일 작은 3운동장은 복원된 경희궁 뒷산에 있었다. 당시 우리 학교는 일제가 강점기에 철거한 경희궁 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반장이었던 나는 종례를 마친 후 교무실로 선생님을 찾아갔다. 

“어, 다녀갔어. 해산~”

다녀갔을 리 만무했다. 제자이자 까마득한 고교 후배에게서 공개적으로 쌍욕을 들은 선생님의 분이 그 새 풀린 듯 했다. 

걸핏하면 군대식 단체기합을 받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학교는 ‘까라면 까는’ 상명하복의 병영 문화가 지배했다. 군사정부 하 고등학교와 대학엔 교련 과목이 있었고 교련시간이면 교련복을 입었다. 목총(모형 총기)을 들고 제식훈련을 했고 열병도 했다. 군사훈련이나 다름없었다. 교련 교사들은 예비역 장교였는데 평소 군복 차림이었다. 이들은 체육 교사들과 더불어 학생들의 규율 잡는 역할을 도맡았다.

나는 연세대 신방과 2학년을 마친 후 공군 사병으로 군에 입대했다. 1979년 여름이었다. 대전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 후 공군본부에 배치됐고 공군참모총장 당번병으로 근무하다 전역했다.

졸병 때 고참들에게 맞으면서 나는 나중에 졸병을 때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제대할 때까지 나와 한 이 약속을 지켰다. 

그 시절 뒤늦게 전입 온 바로 아래 한 달 졸병이 군악 특기였다. 입대 전엔 몰랐지만 대학 동기로 음대생이었다. 그는 음대엔 빠따를 때리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군악대 출신의 예비역들이 병영 문화를 학원에 이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행사가 많은 의장대와 군악대는 전통적으로 군기가 세다.


고교 방송반 반장 시절 나는 1년 후배 반원들을 ‘빠따’ 친 적이 있다. 방송실에 있는 마이크 스탠드가 도구였다. 단 한 번이었지만 무지막지하게 쇠파이프로 때린 것이다. 그로부터 꼭 1년 전 나도 동기들과 함께 1년 선배였던 전임 반장에게서 마이크 스탠드로 빠따를 맞았다. 


얼마 전 만난 방송반 1년 후배는 방송반 시절 나에 관한 기억 중 하나로 빠따를 치던 모습을 소환했다. 잘나가는 드라마 공중파 PD 출신으로 프로덕션 사장인 그는 그때 피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군 시절 구타를 하지 않은 건 내 몸에 각인된 병영 문화를 정작 병영에 있는 동안 거부한 것이다. 


이필재는…
‘58년 개띠’로 서울서 태어났다. ‘뺑뺑이’ 1회로 고등학교에 진학, 대학에서 언론을 전공한 후 중앙일보에 들어갔다. 정년퇴직 후 ‘배운 도둑질’을 하는 한편 이런저런 강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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