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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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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옥현숙 작가, 삶과 생명 엮은 개인전 열어

11일까지 명동성당 옆 요갤러리
홍익조각회 제25대 신임회장 맡아



그물과 오브제로 관계망을 표현해온 옥현숙 조각가(홍익조각가회장)가 11일까지 서울 명동성당 옆 1898광장 B117호 요갤러리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 <삶과 생명을 짜다>展을 열고 있다. 

작가는 경남 마산의 조선소집 딸로 생선들의 천국인 어시장을 놀이터삼아 자랐던 추억이 생명체가 되어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바다와 배, 물고기, 어망 등과 벗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작품 세계로 확장해왔다.

황금빛 같은 구리동선 혹은 은빛 어망들이 씨실과 날실로 촘촘히 엮여 삶의 서사로, 또 유기적인 생명체의 연결망으로 자리해왔다. 그 연결망은 일상의 오브제들을 잉태시킨 지나온 삶의 시간이자 오브제들로 이어지는 생명체들의 보이지 않는 사슬이다.
 
마치 자음과 모음이 만나 한글을 이루듯, 작가가 오랜 시간 직접 손으로 만든 씨실과 날실의 그물망은 삶의 이야기들을 엮어냈다. 삶의 큰 울타리이자 안식처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고향, 이웃들의 삶은 작품의 생기를 주는 원천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구리 동선 어망 속에 작은 여성 오브제 하나만 외롭게 놓인 작품도 있는가하면, 멸치가 어망에 걸려 출렁이는 듯한 작품도 있다. 큰 물고기가 주인공이 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여자와 남자, 어린아이, 물고기, 꽃과 나비, 사과, 조가비 그리고 달과 별 같은 형형색색의 보석 같은 오브제들이 함께 한다. 

분명한 주제의식 속에 장식적인 효과와 미적 감각이 조화롭게 엮이고 작가의 스토리텔링 솜씨까지 가미되어 그의 작품들은 아기자기한 맛과 멋을 되새겨보게 된다.

하지만 이번 전시 속에 작가는 숨은그림찾기 혹은 보물찾기 하듯이 십자가와 성모(聖母)를 작품 속에 표현했다. 그물과 물고기, 생명체와 관계망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숨겨놓았다는 거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작품이 곧 제 몸이라는 것을 직시하게 됐어요. 작품이 곧 제 삶의 이야기죠. 어머니 자궁의 탯줄을 잡고 태어나듯, 우리들은 하나의 생명줄로 세상과의 관계를 시작하고 연결하며 살죠. 알파와 오메가처럼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는데, 그 관계들은 시간과 삶 속에 복잡하게 얽혀있죠. 기쁨과 슬픔, 고통이 얽힌 그 관계망은 생명이 있는 한 벗어나기 힘들지만 언젠가 알파와 오메가처럼 우리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지요. 바로 그 망의 줄이 끊기는 순간, 삶과의 이별, 몸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게 되지요.”
  
작가는 이번 작품을 위해서도 손과 눈이 아플 지경으로 작은 비즈와 구리망을 노동하듯 반복적으로 엮어냈다. 그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한편의 구도 행위와 닮았다. 십자가와 성모(聖母)를 작품에서 찾았다면, 작가의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된다. 이런 작품성 때문인지 이번 전시 기간 중에는 일반인 관객뿐 아니라 사제와 수녀 등 성직자들도 많이 다녀갔다.

이제 곧 환갑을 앞둔 작가가 마치 구도의 수행을 반복하듯이 촘촘히 짜내려간 삶과 생명의 그물망 스토리가 감동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작가는 홍대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독일에서 수학했다. 지난 1월6일부터 제25대 홍익조각회 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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