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3.13 (수)

  • 맑음동두천 12.3℃
  • 맑음강릉 13.7℃
  • 맑음서울 11.3℃
  • 맑음대전 12.7℃
  • 맑음대구 14.4℃
  • 맑음울산 13.5℃
  • 맑음광주 13.4℃
  • 맑음부산 ℃
  • 맑음고창 10.7℃
  • 구름조금제주 12.6℃
  • 맑음강화 8.9℃
  • 맑음보은 11.6℃
  • 맑음금산 10.8℃
  • 맑음강진군 13.3℃
  • 맑음경주시 13.8℃
  • 맑음거제 11.8℃
기상청 제공

박성태 직론직설

[박성태 칼럼] 1985~2020 나를 위해 작디작은 비석 하나 세워주기 바랍니다! [리원량의 마지막 소망]

URL복사
[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중국 신종코로나 최초 보고자인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 리원량(李文亮) 우한시중심병원 안과의사가 지난 7일 숨졌다. 

그가 유명을 달리하기 전 아내 푸쉐제(付雪洁)에게 남겼다는 글이 중국의 SNS를 통해 소개돼 보는 이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이 글은 리원량이 남긴 것이 아니라 '핑위원'이라는 서문학자가 제문(祭文)을 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이 글을 통해 죽음을 앞둔 리원량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너무나 감동적이어 소개한다.

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우리 지도자들, 오피니언 리더들은 왜 이런 생각을 갖지 못할까, 왜 이런 헌신을 요만큼도 염두에 두지 않을까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기성 정치인, 정치 신인들은 이 글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선거운동에 임하기 바란다.

국내 성형외과에서 유행하는 '쉐도닥터'를 운영하는, 무늬만 명의들도 리원량의 헌신적인 진료에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한다.

우한 신종코로나 사태를 예견한 듯한 영화 <컨테이전>(2011)에서도 의료진들의 진료 중 자가감염 희생이 가슴을 저미게 했다. 

물론 국내 의료진도 사력을 다해 헌신하고 있음을 잘 안다. 

곳곳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과 헌신이 있음에 사회는 나름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지되고 있다. 

이에 민초들은 항상 감사하고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순간 가장 떠오르는 말이 '감정이입'(感情移入, Empathy)이다. 

내가 만약 리원량이었다면?

그의 사망소식은 중국의 국영언론이 확인 보도하자마자 대표적 SNS인 위챗을 통해 급속도로 알려졌고 7일 당일 6억7,000만 조회를 기록했다.

위키백과에는 리원량은 1986년 10월 12일생으로 기록돼 있으나 유서로 알려진 글에 '1985~2020'이라고 쓴 것으로 보아
1985년에 태어난 것 같다. 

그는 2004년 우한대학에 입학해 7년 동안 안과 임상의로 공부하고 2014년부터 우한시중심병원에서 근무해왔다.

2019년 12월 30일 17시 43분 리원량은 의대 동급생의 위챗 그룹에 신종코로나 감염 의심을 최초 언급했다.

이에 2020년 1월 3일 우한 공안국은 "인터넷에 부정적 발언을 올렸다"는 이유로 그를 소환해 경고와 훈계를 했다. 

훈계서를 받고도 리원량은 치료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다 결국 신종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하고 말았다.

이하, 리원량의 유서로 알려진 글  전문
 
  
나는 갑니다. 훈계서 한 장 가지고! 1985~2020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갑니다!

가야 할 시간, 나루터는 아직 어둡고, 배웅하는 이 없이 눈가에 눈송이만 떨어집니다.


그립습니다.

눈송이가 눈시울을 적십니다.

캄캄한 밤은 어둡고, 어두움에 집집마다 환하던 등불조차 떠올릴 수 없습니다.

평생 빛을 찾았습니다.

스스로 반짝인다 자랑했습니다.

온힘을 다했지만 등불을 켜지는 못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어젯밤 눈바람 무릅쓰고 나를 보러 왔던 여러분!

가족처럼 저를 지키며 밤새 잠 못 이루던 여러분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인간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본디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사람입니다.

어느날 하나님이 나에게 당신의 뜻을 백성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피우지 말라"며 "도시 가득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이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선홍색 인장으로 내 말이 모두 동화 속 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왕관을 쓴 치명적인 황후는 반란을 위해 속세에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천하는 다시 북적거렸습니다.

누구도 몰랐습니다.

거대한 비극이 곧 성문을 잠그리라고는.

이후 하늘이 대노하고 산하는 시들고 나는 병들었습니다.

내 가족까지 모두 병들었습니다.

우리는 천 송이 만 송이 눈보라처럼 송이송이 흩날렸습니다.

봄이 오고 강물이 녹으면 가족과 만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때가 되면 노란 유채꽃밭에 앉아 흩날리는 꽃 송이 송이 새며 하루 일 분 일 초를 보내리라 여겼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어젯밤 눈 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착하지, 나와 같이 가자. 인간은 가치가 없어!"

이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비록 인간은 빈한하고 하늘은 따듯한 곳이더라도 말이죠. 

저승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두렵습니다. 

고향을 떠올려도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나의 기개는 보증서 한 장으로 죽었습니다.

나는 계속 햇볕이 비치듯 살아 생명을 노래하고 소나무 잣나무를 찬미하고 싶었습니다. 

이 나라 이 땅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이제 내 육신은 죽지만 한 줌 재가 되기 전에 조용히 고향의 검은 땅과 하얀 구름을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바람은 마음껏 춤추고 눈은 새하얗게 티 한 점 없습니다.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나는 다시는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우한 동호(東湖)로 봄나들이를 갈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 우한대학 벗꽃놀이를 할 수 없습니다.

흰구름 깊은 곳까지 연을 날릴 수도 없습니다. 

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와 만나기를 꿈꿨습니다. 

아들일지 딸일지 태어나면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사람의 물결 속에서 나를 찾을 것입니다. 

미안하다, 아이야! 

나는 네가 평범한 아버지를 원했음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평민 영웅이 되었구나.

하늘이 곧 밝습니다. 

나는 가야 합니다. 

한 장의 보증서를 들고서 내 생애 유일한 행낭입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나를 이해하고 나를 동정하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

나는 당신들이 모두 동트는 새벽을, 내가 산마루 건너기를 기다릴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합니다.

이번 생애 태산보다 무겁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새털처럼 가볍기를 두려워 하지도 않았습니다.

유일한 바람.

얼음과 눈이 녹은 뒤 세상 모든 이가 여전히 대지를 사랑하고 여전히 조국을 믿기를 희망합니다. 

봄이 와 벼락이 칠 때 만일 누군가 나를 기념하려는 이가 있다면 나를 위해 작디작은 비석하나 세워주기 바랍니다! 

우람할 필요 없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왔다 갔음을 증명해 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름과 성은 있었지만 아는 것도 두려움도 없었다고.

내 묘지명은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해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민주당 텃밭 광주發 현역 물갈이 광풍 전남으로 번지나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남 경선에서 광주 현역 8명 중 7명이 고배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전남 경선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광주발(發) 현역 물갈이 광풍이 전남으로도 번질 지 관심이다. 13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22대 총선 광주 8개 선거구 후보 경선이 마무리된 가운데 현역은 광산을 민형배 의원만 생존했고, 나머지 7명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계파와 가·감산 등이 현역 고전에 두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전체 현역 교체율이 30%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광주지역 물갈이폭은 3배 가량 높은 셈이다. 현역 교체 분위기는 전남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전남 1차 후보 경선 결과 목포, 고흥·보성·장흥·강진,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등 3곳 가운데 2곳에서 비현역이 1위를 차지했다. 목포에서는 현역인 김원이 의원이 배종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제치고 본선에 오른 반면 고흥·보성·장흥·강진에서는 정치 신인인 문금주 전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재선에 도전한 김승남 현 의원을 눌렀다. 현역 불출마로 비현역끼리 맞붙은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경선에서는 50대 법조인인 손훈모 변호사가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서울문화재단-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MOU 체결... 융합예술 콘텐츠 활성화와 전문성 강화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이창기)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과 ‘융합예술 창작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13일(수)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체결했다. 주요 협약내용은 △문화예술분야 융·복합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 교류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콘텐츠 공동 개발 및 운영 협력 등이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열린 서울문화재단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협력 전시 ‘제2회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 언폴드엑스 2023’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반으로 양 기관이 협력해 융합예술 콘텐츠의 유통·확산을 이어가기 위해 추진됐다. 업무협약에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문화재이자 오랜 기간 시민과 함께해온 공간인 ‘문화역서울284’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융합예술 축제인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이 운영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통해 양 기관은 4차 산업시대 융합예술을 선도하는 대표적 콘텐츠를 발굴하고, 예술현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미래 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각도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신기술을 활용한 예술×기술 창·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인생은 '독고다이'"…이효리와 이강인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극영화전공 98학번인 가수 이효리씨가 지난 14일 모교 졸업식에 참석해 "인생은 '독고다이(스스로 결정하여 홀로 움직이며 일을 처리한다는 일본말)'"라며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내 안의 그 친구와 손잡고 그냥 마음가는대로 쭉 나아가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진한 울림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씨는 축사에서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한 친구들의 말도, 심지어 훌륭한 성인들이 남긴 말도 안 듣는 우리가 조금 유명하다고 와서 떠드는 것을 들을 이유가 있느냐"며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여러분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라며 "이래라저래라 위하는 척하면서 이용하려는 잡다한 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웬만하면 아무도 믿지 말라,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받으려 하지 말고 그냥 '인생 독고다이'라고 생각하라"고 일갈하며 축사를 마쳤다. 그리고는 “노래나 한곡 부를게요”라며 자신의 히트곡인 '치티치티 뱅뱅'을 라이브로 부르며 학사모와 가운을 벗어던지는 파격행보를 보였다. 이 곡에는 ‘어차피 나는 혼자’ ‘그 누구도 내게 간섭 마’ '어차피 나는 혼자'라는 가사가 들어있어 마치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