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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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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박성태 칼럼] 1985~2020 나를 위해 작디작은 비석 하나 세워주기 바랍니다! [리원량의 마지막 소망]

[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중국 신종코로나 최초 보고자인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 리원량(李文亮) 우한시중심병원 안과의사가 지난 7일 숨졌다. 

그가 유명을 달리하기 전 아내 푸쉐제(付雪洁)에게 남겼다는 글이 중국의 SNS를 통해 소개돼 보는 이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이 글은 리원량이 남긴 것이 아니라 '핑위원'이라는 서문학자가 제문(祭文)을 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이 글을 통해 죽음을 앞둔 리원량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너무나 감동적이어 소개한다.

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우리 지도자들, 오피니언 리더들은 왜 이런 생각을 갖지 못할까, 왜 이런 헌신을 요만큼도 염두에 두지 않을까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기성 정치인, 정치 신인들은 이 글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선거운동에 임하기 바란다.

국내 성형외과에서 유행하는 '쉐도닥터'를 운영하는, 무늬만 명의들도 리원량의 헌신적인 진료에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한다.

우한 신종코로나 사태를 예견한 듯한 영화 <컨테이전>(2011)에서도 의료진들의 진료 중 자가감염 희생이 가슴을 저미게 했다. 

물론 국내 의료진도 사력을 다해 헌신하고 있음을 잘 안다. 

곳곳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과 헌신이 있음에 사회는 나름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지되고 있다. 

이에 민초들은 항상 감사하고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순간 가장 떠오르는 말이 '감정이입'(感情移入, Empathy)이다. 

내가 만약 리원량이었다면?

그의 사망소식은 중국의 국영언론이 확인 보도하자마자 대표적 SNS인 위챗을 통해 급속도로 알려졌고 7일 당일 6억7,000만 조회를 기록했다.

위키백과에는 리원량은 1986년 10월 12일생으로 기록돼 있으나 유서로 알려진 글에 '1985~2020'이라고 쓴 것으로 보아
1985년에 태어난 것 같다. 

그는 2004년 우한대학에 입학해 7년 동안 안과 임상의로 공부하고 2014년부터 우한시중심병원에서 근무해왔다.

2019년 12월 30일 17시 43분 리원량은 의대 동급생의 위챗 그룹에 신종코로나 감염 의심을 최초 언급했다.

이에 2020년 1월 3일 우한 공안국은 "인터넷에 부정적 발언을 올렸다"는 이유로 그를 소환해 경고와 훈계를 했다. 

훈계서를 받고도 리원량은 치료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다 결국 신종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하고 말았다.

이하, 리원량의 유서로 알려진 글  전문
 
  
나는 갑니다. 훈계서 한 장 가지고! 1985~2020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갑니다!

가야 할 시간, 나루터는 아직 어둡고, 배웅하는 이 없이 눈가에 눈송이만 떨어집니다.


그립습니다.

눈송이가 눈시울을 적십니다.

캄캄한 밤은 어둡고, 어두움에 집집마다 환하던 등불조차 떠올릴 수 없습니다.

평생 빛을 찾았습니다.

스스로 반짝인다 자랑했습니다.

온힘을 다했지만 등불을 켜지는 못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어젯밤 눈바람 무릅쓰고 나를 보러 왔던 여러분!

가족처럼 저를 지키며 밤새 잠 못 이루던 여러분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인간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본디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사람입니다.

어느날 하나님이 나에게 당신의 뜻을 백성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피우지 말라"며 "도시 가득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이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선홍색 인장으로 내 말이 모두 동화 속 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왕관을 쓴 치명적인 황후는 반란을 위해 속세에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천하는 다시 북적거렸습니다.

누구도 몰랐습니다.

거대한 비극이 곧 성문을 잠그리라고는.

이후 하늘이 대노하고 산하는 시들고 나는 병들었습니다.

내 가족까지 모두 병들었습니다.

우리는 천 송이 만 송이 눈보라처럼 송이송이 흩날렸습니다.

봄이 오고 강물이 녹으면 가족과 만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때가 되면 노란 유채꽃밭에 앉아 흩날리는 꽃 송이 송이 새며 하루 일 분 일 초를 보내리라 여겼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어젯밤 눈 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착하지, 나와 같이 가자. 인간은 가치가 없어!"

이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비록 인간은 빈한하고 하늘은 따듯한 곳이더라도 말이죠. 

저승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두렵습니다. 

고향을 떠올려도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나의 기개는 보증서 한 장으로 죽었습니다.

나는 계속 햇볕이 비치듯 살아 생명을 노래하고 소나무 잣나무를 찬미하고 싶었습니다. 

이 나라 이 땅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이제 내 육신은 죽지만 한 줌 재가 되기 전에 조용히 고향의 검은 땅과 하얀 구름을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바람은 마음껏 춤추고 눈은 새하얗게 티 한 점 없습니다.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나는 다시는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우한 동호(東湖)로 봄나들이를 갈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 우한대학 벗꽃놀이를 할 수 없습니다.

흰구름 깊은 곳까지 연을 날릴 수도 없습니다. 

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와 만나기를 꿈꿨습니다. 

아들일지 딸일지 태어나면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사람의 물결 속에서 나를 찾을 것입니다. 

미안하다, 아이야! 

나는 네가 평범한 아버지를 원했음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평민 영웅이 되었구나.

하늘이 곧 밝습니다. 

나는 가야 합니다. 

한 장의 보증서를 들고서 내 생애 유일한 행낭입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나를 이해하고 나를 동정하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

나는 당신들이 모두 동트는 새벽을, 내가 산마루 건너기를 기다릴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합니다.

이번 생애 태산보다 무겁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새털처럼 가볍기를 두려워 하지도 않았습니다.

유일한 바람.

얼음과 눈이 녹은 뒤 세상 모든 이가 여전히 대지를 사랑하고 여전히 조국을 믿기를 희망합니다. 

봄이 와 벼락이 칠 때 만일 누군가 나를 기념하려는 이가 있다면 나를 위해 작디작은 비석하나 세워주기 바랍니다! 

우람할 필요 없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왔다 갔음을 증명해 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름과 성은 있었지만 아는 것도 두려움도 없었다고.

내 묘지명은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해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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