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형석 기자] 신림역에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7번출구에 딱 하나 설치돼 있다.
고장 나지도 않았는데 낮에는 항상 멈춰 있다.
절전을 위해 출·퇴근때만 운영하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이 에스컬레이터는 무용지물이다.
주로 낮시간에 활동하는 노인들은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올라가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멀리 있는데다 타고 올라가도 상가로 향하게 돼 있어 다시 돌아서 나와야 한다.
쇼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단 승객의 불편을 악용해 쇼핑을 유도하는 상술이 엿보인다.
이렇게 돌아서 나오면 차라리 계단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것보다 오래 걸린다.
계단을 포기하고 아예 6번출구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도 많다.
주변 상인들은 "○○○○상가에 위임한 뒤 그렇게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정작 필요한 이들이 못 쓰는 에스컬레이터는 '문명의 이기(利器)'가 아니라 '이기(利己)적 문명'일 뿐이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민영화의 역설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유산슬도 늙는다.
유산슬이 늙고 병들어 '합정역 5번출구' 대신 '신림역 7번 출구'를 부르면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