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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희망의 봄 부르는 김재용의 <도넛피어 DONUT FEAR>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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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마’(DO NOT FEAR) 메시지 담은
‘가볍고 즐겁게 웃어보자’며 희망 건네
동서양의 문화 코드 녹여낸 ‘도넛’ 눈길
4월 26일까지 학고재 본관서 전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영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술계에 온라인 전시를 비롯해 비대면 전시 관람이 증가했지만, 역시 전시는 직접 작품을 눈으로 보는 맛이다. 다만 마스크를 낀 채 전시 관람을 한다는 것이 새로운 풍경일 뿐. 젊은 기운이 힘을 북돋아주는 볼만한 전시를 추천한다. 

오는 26일까지 서울 삼청로 학고재에서 전시하는 김재용 개인전 <도넛 피어 DONUT FEAR>가 그 현장이다. 


학고재 본관 전시장에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도넛이 유혹한다. 배고플 때 들렀다면 그 유혹은 더 강하게 느낄 터. 막 오븐에서 구워내 각종 시럽을 바른 것 같은 흙으로 만든 도넛, 폭이 1m가 넘는 플라스틱·스텐인리스스틸 소재의 대형 도넛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작가 김재용(47·서울과학기술대학 도예학과 교수)의 깊은 내공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장에 설치된 도넛을 보면,  청화백자도 떠올리게 되고, 이슬람 장식 문화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 또 만화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친숙한 달팽이와 날개 달린 도넛 캐릭터가 조형물로 함께 하는가 하면,  우리네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 유니콘, 불사조, 십장생 등이 함께 한다.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 멋진 예술품으로 승화됐다. 전시장 맨 끝 큰 공간에는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작은 도넛 1300여개가 또한번 감동을 준다.


힘든 미국 생활 중 얻게 된 귀한 ‘도넛’
 
어떻게 작품 구상의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을까. 전시장에서 만난 김재용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나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려워 미술을 놓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면서 “‘도넛 가게를 열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볼까’ 하고 생각하다가 결국 도넛이 작품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만약 그때 돈의 유혹에 넘어가서 꿈을 포기했다면 지금 얼마나 큰 후회로 남았을까’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낼 정도다.


전시명인 ‘도넛 피어(DONUT FEAR)’에 ‘두려워하지 말라(Do Not Fear)’는 뜻을 담은 것도 12년 전 겪은 체험이 토대가 됐다. 김 교수는 “미국 뉴저지의 몬클레어주립대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재능있는 학생들이 현실의 벽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는 것이 안타까워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미술이 난해해서 싫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 전시는 그 편견을 확실히 깰 수 있는 전시다. 이 전시는 김재용 교수의 18번째 개인전인 동시에 국내 첫 전시다. 국내 첫전시인만큼 생소한 국내 관람객들을 위해 작가가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도록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다채롭게 구성했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입구쪽에서는 <아주 아주 큰 도넛> 연작을 만나게 된다. 조형물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이 도넛들은 <유니콘을 가두지 말아요>(2020), <호랑이와 까치>(2020) 등처럼 청화 채색기법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청화 안료인 산화코발트를 사용해 서양 신화와 한국 민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그렸다.


본관 안쪽방에 들어서면 실제 도넛 크기로 제작한 <도넛 매드니스!!>(2012-20) 연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욕망을 좇는 현대인의 모습을 달팽이에 투영한데 이어, 이 연작에는 욕망하는 대상을 도넛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DO NOT FEAR, 즐겁게 살자!
 
어깨가 축 처진 사람이라도 전시장에 들어서면 기분이 좋아질 법하다. 또 ‘인생에 도넛 하나 정도 가질 여유만 있다면 살만한 인생 아니냐’는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그의 도넛 연작은 작가의 다양한 인생 체험이 만들어낸 종합선물세트 같다.


김재용 교수의 작품이 대중에게 친숙감을 쉽게 주는 이유는 일단 시각적으로 화려한 색채와 반짝이는 크리스털을 활용한 도넛의 만화적 표현 때문이다. 쉽고 친숙한 만화적 요소는 현대미술이 어렵다는 편견을 불식시키고 거리를 좁혀준다. 개인적으로 도넛을 좋아한다는 김 교수는 “관객이 작품을 이해하기 앞서 제 작품을 즐기기 바해서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김 교수는 작가에게는 치명적인 선천적인 적녹색약이 있다. 그래서 어두운 그림을 주로 그렸으나 “즐겁게 작업해보자”는 생각에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의 도넛 조각을 만들다가 화려한 색의 향연을 스스로 즐기게 됐다. 그가 스스로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확신 그리고 두려움과 공포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승리한 기념물인 것이다.






도넛, 고난과 두려움 극복한 기념물


그의 도넛 안에는 하나하나 많은 이야기와 욕망이 숨어있다. 삶의 아름다움도 있고, 에로틱함도 또 금욕적 삶도 있다. 한국의 고미술과 미국의 팝아트, 아랍의 신비로운 문화도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 교수는 그 각 문화에서 매번 이방인이었을 수도 있다. 도넛은 더 이상 도넛만이지는 않다. ‘Donut’이면서 ‘Do not’이기도 한 것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바니타스(Vanitas)와도 닮았다는 평도 듣는다.


김 교수 작품 속에 보이는 ‘블루 앤 화이트’는 엄밀하게 청화백자와는 다르다.  도넛 형태의 세라믹 조형물은 저화도 흙으로 성형한 뒤 백색 하회 유(under glaze)를 발라 1차 소성한 후 그 위에 중국, 일본, 한국에서 생산된 청화 유약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림의 주제에 따라 유약의 종류를 선별해 사용한다.


김 교수는 한국에 돌아온 후 청화(靑華)를 작업에 소환했다. 평소 “고향에 돌아가면 반드시 성취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청화였다”고 한다. 





그는  '도넛'의 상징성에 대해 '다양한 삶의 지표들'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1300여개의 '도넛' 을 만나게 되는 마지막 방에는 다양한 도넛들이 각각의 반짝이는 모습으로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줄지어 있다.  이 도넛들은 작가 안의 쉽게 깨질 수 있었던 꿈이 체현된 결과이자, 비트코인이기도 하고, 자유무역 세계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서울 출생인 김 교수는 3~8세에는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 그후엔 미국에서 생활했다. 2001년 미국 미주리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의 도자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2014~2015년 뉴저지 몬클레어주립대 조교수로 근무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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