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코로나19사태가 점차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AC(After Corona)시대의 사회 변화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마디로 AC시대의 화두는 ‘언택트시대(Untact 비대면)에 적응하고 혁신적 변화하기’가 될 것이다.
지난 2016년부터 전 세계는 4차산업혁명시대가 본격화되었고, 자연스레 사회학자들은 언택트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며 이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특히 언택트 마케팅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꼽은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변화의 물결을 체험하지 못한 정부는 물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교육계까지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고 예전의 경험과 루틴(판에 박힌 일상)에 의존해 지금까지 흘러왔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본격적인 언택트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코로나19사태가 심화되면서 언택트 마케팅인 이커머스(전자상거래)시장은 30%이상의 판매량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커머스 소비 품목이 생필품에서 고가 명품으로 확대되면서 소비 패턴이 달라져 백화점과 대형쇼핑몰, 중소 시장 등 기존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 전략을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본격적인 언택트시대는 마케팅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조직공동체 생활에서 가족 중심 생활로 전환되면서 긍정적으로는 가족 간 관계 회복의 기회를 얻기도 하고, 부정적으로는 가족 간 불화가 더 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가족의 소중함, 가족 간 관계회복을 위한 인성교육, 배려, 양보를 통한 공동체의식 함양은 언택트시대에 필수가 됐다.
정치 분야도 마찬가지 엄청난 개혁과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번 4.15총선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기존의 루틴으로, 꼰대같이 과거의 경험과 생각만으로 선거에 임했던 미래통합당은 예상외의 참패를 당했다. 선거 후 하나같이 지적한 것은 미래통합당이 시대가 변했음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언택트시대의 정치는 감성, 인정, 의리, 막연한 기대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 등을 통해 민심 여론 지지성향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온라인 등을 통한 선거운동에 주력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의 탁월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거지휘 능력은 언택트시대의 정치흐름을 제대로 파악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미래통합당은 아직도 부정선거운운하고 ‘830세대론’에 둔감하고, 비대위 구성을 두고 점입가경의 집안싸움을 벌이며 변화의 물결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급히 변화되어야 할 분야는 교육계이다.
김정호 KAIST 전기ㆍ전자공학과 교수는 한 언론사 기고를 통해 “곧 다가올 미래 대학을 꼽으라면 인공지능 유튜브 대학”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을 장착하고, 철저히 개인에게 특화되어 있으면서, 값싸고, 서로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원격 대학'이 미래의 고등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릭 존스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지금까지 대면이 대세였던 교육은 온라인을 포함하는 더 확장된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진작에부터 미국의 한국판 미네르바스쿨의 필요성이 제기되어왔고 한국방송통신대학과 전국 21개 원격대학(사이버대학)들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교육부도, 대학들도 ‘소귀에 경 읽기’였다. 겉으로는 정보통신강국 운운하면서 전국 초중고대학 온라인강의에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킨 교육당국. 지금부터라도 일제 강점기 때부터 내려오는 교육제도, 정책을 싹 바꾸어 과감하게 원격교육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한다.
문화공연계도 온라인을 통한 언택트 콘서트, 전시ㆍ공연이 늘고 있고 K팝 대형 가요 기획사들도 '온라인 플랫폼' 선점에 뛰어들었다. CGV여의도도 대면을 최소화하는 '언택트시네마'로 재탄생했다. 기존의 문화공연계 마케팅 전략으로는 언택트시대의 변화를 따라 잡기 어렵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언택트시대에 따른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데 기존의 경험과 생각만으로 “왕년에 내가” “우리 때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며 변화에 동참하기를 거부하면 폭망하게 되는 참담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 변화에 적응한 개체만이 살아남았음을 역사가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