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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커버스토리] 5·18 40주년 -진실 규명 ‘만델라 모델’ 해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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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오월 정신으로
만델라 모델 ‘용기→진실→용서→화해’ 필요
5·18 역사왜곡처벌법은 21대 국회로
오월정신 헌법 전문 수록까지는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올해로 40년째다. 그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은 요원하다. 극우 보수 세력들의 유언비어는 점입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실 규명에 방점을 두고 ‘만델라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오월 정신으로

 

"오월 정신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세 번째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의 메시지다. 광주를 향한 마음의 빚을 토로했던 문 대통령은 이번 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오월 정신'을 시대의 정신으로 규정하고 '광주'의 5·18을 '대한민국'의 5·18로 확장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는 '오월 정신'을 미래 세대로까지 계승시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로 자리매김하게 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희망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며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 정신은 지금도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깃들어 있다. 코로나 극복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저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월 정신은 역사의 부름에 응답하며 지금도 살아있는 숭고한 희생정신이 됐다"며 "오월 정신은 더 널리 공감되어야 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 거듭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광주MBC와의 인터뷰에서 "저뿐만 아니라 광주 지역 바깥에 있던 당시 민주화운동 세력들 모두가 광주에 대한 부채 의식을 늘 가지고 있었다"고 언급한 대목도 그간의 마음의 빚을 보여준다.


광주 민주 항쟁 대열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미안함과 함께, 대통령이 돼서도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따른 것이었다.

 

 

 

 

 

만델라 모델 


‘용기→진실→용서→화해’ 필요

 

지난 2018년 3월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진상규명은 2년여 동안 공전을 거듭해 왔다. 문 대통령은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아직도 광주 5·18에 대해서는 밝혀야 할 진실들이 많이 있다"며 "5·18 진상조사위원회가 본격적인 조사 활동이 시작됐는데, 이번에야말로 남은 진실들이 전부 다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원래 이런 과거사에 대한 진상조사는 국회가 특별법에 의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그에 따라 조사되는 것이 관례"라면서도 "(하지만) 국회의 입법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래서) 국회 진상조사위가 출범하기 이전에 국방부 자체 내에 5·18 특조위 구성을 해서 스스로 진상조사를 하도록 했다"면서 "거기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진상조사위로 이관해 주기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9월 국방부 내부에 특조위를 구성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육군 헬기사격과 전투기 출격 대기 등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이건리 변호사(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를 단장으로 한 국방부 5·18 특조위는 5개월여 조사를 통해 ▲군의 헬기 사격 ▲육·해·공 합동작전을 통한 진압 ▲국가기관의 진실 조작·은폐 인정 등을 골자로 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여전히 발포 명령자가 누구였는지, 발포에 대한 법적인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이런 부분들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대표적인 과제로 최종 발포 명령권자를 규명하는 일을 최우선과제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규명의 목적은 책임자를 가려내서 꼭 법적인 처벌을 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그것이 진실의 토대 위에서 진정으로 화해하고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 모델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남아공의 '진실화해위원회' 모델은 '용기→진실→용서→화해' 프로세스이다. 이 위원회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추진한 것으로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정책) 당시 국가 범죄 인권 침해 행위를 조사하는 기구다. 이른바 보복 없는 과거사 청산 모델로 불린다. 실제 당시 진실화해위원회에 사면을 신청한 건수는 7,112건이었고 조사대상자 가운데 849명이 진실을 고백해 사면받았다.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대신 가해자들의 고백이 전제된다면 죄를 묻지 않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앞으로 5·18 진상조사가 이뤄질 텐데 공소시효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국회 몫으로 남은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만약 가해자가 어떤 진실을 말한다면 사면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기에 이른 것 같다"며 "무엇보다 가해자가 지금 보이고 있는 태도가 진실을 고백할 자세가 돼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에 진실 고백이 있은 다음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송선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장은 기념식 직후 취재진과 만나 "5·18 진실을 규명하고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가해자들의 양심적 고백과 증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조사위원회가 발포·양민학살·암매장 등 핵심 의혹을 밝히기 위한 증거·증언을 확보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특별검사 요청권 행사 여부에 대해 "최고 학살 책임자를 확인하는 등 진상규명을 마무리 지을 단계에서는 반드시 검토할 것"이라며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밖에 없는 직·간접적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5·18 역사왜곡처벌법은 21대 국회로

 

5·18을 왜곡하는 망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보수 논객 지만원(78)씨는 5·18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5·18 40주년에도 같은 망언을 반복했다. 지 씨는 18일 오후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폭동이다. (폭동이다!) 누가 일으켰느냐? 김대중 졸개하고 북한 간첩하고 함께 해서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러한 망언이 계속되는 이유로 정치권의 5·18 왜곡처벌법의 지지부진한 처리를 들 수 있다. 가짜뉴스로 인한 이익은 큰 반면 처벌은 미약하기 때문이다. 당장 지만원 씨만 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18 역사 왜곡 처벌법의 연내 처리를 약속했다.


이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는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넘어 인류 공통의 가치에 대한 침해"라며,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5·18 역사 왜곡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연내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 이 법안을 기반으로 가짜뉴스와 망언까지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법안 처리는 야권이 화답함으로써 긍정적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8일 광주를 찾아 "미래통합당은 5·18 정신에 기반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하나 된 국민통합을 이뤄가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간담회를 갖고 "5·18 민주화운동의 의의와 성격에 관해서는 법적으로 정리가 이뤄졌다"며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갈등과 상처를 모두 치유하고 5·18 정신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성격, 권위에 대한 평가는 이미 법적으로 정리된 것 아니겠나"라며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서는 거듭 죄송하고 잘못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5·18 민주화 운동 폄훼 발언을 재차 사과했다.


주 원내대표가 "저희 당의 일관된 원칙이나 이미 저희들이 법도 만들고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됐고 국립묘지가 됐고 저희들은 일관된 원칙 선상에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오해를 안 하시면 좋겠다"며 "저희 당도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5·18 진상규명위원회의 강제수사권을 요구하는 유가족 요청에 대해선 "압수수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법경찰, 검찰과 조정할 문제가 남아있는 모양이다"라며 "자꾸 안 해주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데 적극적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추호도 진정성을 의심하지 마시고 다른 제도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논의를 지켜봐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날 주 원내내표의 5·18 기념식 방문은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난해 당시 황교안 대표가 지도부를 이끌고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추모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던 것과 달리, 주 원내대표는 유가족과 물리적 충돌을 빚지 않고 원만하게 대화를 나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진상규명과 역사 왜곡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변은 성명을 통해 "인터넷과 극우 성향 유튜브에서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는 일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며 "시대착오적 극우 인사들의 왜곡과 폄훼, 그로 인한 부정적 낙인효과는 지역 차별 및 반공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현재까지도 우리 사회에 심각 폐해를 낳고 있고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변은 "일부 세력이 끊임없이 역사 왜곡과 폄훼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사회가 토양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라며 "악의적 폄훼자를 처벌 할 수 있도록 법률을 만들어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아야한다"고 했다.

 

 

 

 

오월정신 헌법 전문 수록까지는

 

제1야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도 당장 헌법개정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개헌이라는게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수 있는 블랙홀과 같아 여야 모두 부담이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월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우리 국민들은 부마민중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혁명까지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줄기를 헤쳐왔다며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 5·18 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이 무산됐던 사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5·18 정신의 헌정사적 의미와 헌법적 가치 규범화를 위해 헌법 전문 수록 등 3개 세부사업을 공약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려던 대통령의 의지는 지난 2018년 3월 대통령 개헌안이 야당의 반대로 자동폐기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당시 개헌안 전문에는 4·19혁명 이외에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새롭게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1대 국회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은 일단 개헌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야권에서는 선을 긋고 있다. 역사의 기록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또다시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미 개헌안을 발의했었고 다시 발의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분명히 말하는데 당장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대통령도 '언젠가 개헌된다면'이라고 했다. 국난 극복을 위해 해야 할 과제가 많고 여당에서도 입장을 그렇게 밝힌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당장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지금은 개헌 동력이 전혀 없는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별로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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