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5 (수)

  • 흐림동두천 9.3℃
  • 흐림강릉 10.2℃
  • 구름많음서울 11.2℃
  • 흐림대전 12.1℃
  • 연무대구 11.1℃
  • 연무울산 9.8℃
  • 흐림광주 13.3℃
  • 연무부산 11.6℃
  • 흐림고창 9.8℃
  • 제주 13.4℃
  • 흐림강화 7.7℃
  • 흐림보은 11.7℃
  • 흐림금산 12.7℃
  • 흐림강진군 10.3℃
  • 흐림경주시 8.6℃
  • 흐림거제 12.0℃
기상청 제공

문화

혼살·늙음·사랑사치…현실과 조우 뮤지컬'어쩌면 해피엔딩'

URL복사

전미도·정문성 복귀…매진 행렬

 

[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우리 입술이 차가워진 때 일상적인 기계처럼 나이를 먹고 있어요. 세워진 돌처럼 바라보고 우리는 남겨져 있어요."(For everyday robots getting old. When our lips are cold. Lookin' like standing stones. Out there on our own.)

 

브릿팝 밴드 '블러'의 프런트맨 데이먼 알반의 솔로곡 '에브리데이 로봇'의 가사를 뜯어보면,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매력은 배가 된다. 미니멀한 트립합(음습하고 몽롱한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 사운드에 배인 도회적이면서 쓸쓸한 '에브리데이 로봇'의 정서를 따듯하면서 애잔하게 치환했다.

 

스마트폰을 기계처럼 지니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정경을 그린 '에브리데이 로봇' 노랫말에서 한국인 작가·작사가 박천휴와 미국인 작곡가 윌 애런슨이 영감을 얻은 작품.

 

동명영화가 바탕인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아날로그 감수성을 뽐낸 이 콤비는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들의 사랑'이라는 디지털적 소재에서 다시 한 번 아날로그 감성을 길어 올렸다.

 

'어쿠스틱한 분위기가 흐르는 미래의 메트로폴리탄 서울'이 콘셉트로 미래가 배경이지만 재즈 레코드, 반딧불이, 제주도 등을 등장시켜 감성을 자극한다. 재즈와 실내악 기반의 뮤지컬 넘버들도 그런 매력을 부추긴다.

 

2014년 가을부터 우란문화재단이 인력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했다. 2015년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트라이아웃 공연했고 2016년 초연했다. 당시 97회 중 70회 매진을 기록하며 창작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2017년 서울과 제주에서 '어쩌면 해피엔딩 음악회'를 열었고, 그 해 11월 3주간 앙코르 공연했다.

 

작품에 대한 검증이 끝나고, 입소문이 퍼진 덕에 2018년 두 번째 시즌은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당시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대학로에 줄이 늘어섰던 것이 지금도 회자된다.

 

CJ ENM이 새로운 제작사로 나서 2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현재도 역시 표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학로에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관객이 많아 문진표 작성, 열 체크 등을 하는데도 꽤 시간이 걸리지만, 관객들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작품은 사람과 완전하게 흡사하게 생긴, 그러나 구형이 돼 버려진 채 외롭게 살아가는 두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주인공이다.

 

약칭인 '어햎'이라 불리며 마니아를 형성 중인 이 작품이 대학로의 대표 레퍼토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섣부른 것이 아니다. 어느 시대와도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는 고전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박천휴 작가는 "작품의 근원에 깔려 있는 정서는 클래식"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와 맞물리는 이유 중 하나는 '혼자 살아가기'(혼살)다. 버려진 헬퍼봇들은 낡은 아파트에서 혼자서 살아간다. 충전기가 망가진 클레어가 다른 호실의 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을 멀리하게 되는 지금이 자연스레 겹쳐진다.

 

클레어를 만나기 전 대인기피증을 앓는 것처럼 보이는 올리버가 종이컵으로 만든 실 전화기로 멀찌감치 떨어져 클레어와 소통하는 모습은 아날로그 정서를 풍기지만, 동시에 사람과 대면하기 힘든 지금을 반영한다. 동시에 점점 녹이슬어가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두 헬퍼봇의 모습에서 늙은 부모가 떠오른 관객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올리버와 클레어에게서는 노년의 모습뿐만 아니라 지금의 청춘도 발견할 수 있다. 올리버와 클레어는 자신들의 유효기간과 함께 버려진 처지를 감안해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약속한다. '자율적 의지'에 의해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기도 하다. 이런 부분에서는 'N포 세대'로 결혼은 물론 연애까지 사치로 느끼는 젊은 세대의 힘겨움이 연상됐다.

 

이 작품의 다른 백미 중 하나는 슬픔을 대하는 태도다.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슬픔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었다. 사랑으로부터 빚어지는 상대방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은 자신은 물론 상대방도 힘들게 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유명한 글귀가 떠올랐다.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그럼에도 슬픔을 배우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극 막바지에 올리버와 클레어는 서로를 사랑했던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이후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장면이 다시 찾아온다. 서로를 바라보는데 눈빛이 심상치 않다. 아련함일까. 호기심일까. 객석에는 어느덧 수채화처럼 울음이 번졌다. 일부 관객은 쓰고 있던 마스크를 황급히 교체하느라 분주했다.

 

지난 3일 공연에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대학로 스타 전미도와 현재 대학로에서 주가를 한창 올리고 있는 양희준이 각각 클레어와 올리버를 연기했다.

 

이 뮤지컬 초연부터 출연한 전미도는 명불허전이었다. 올리버가 클레어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이해가 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일부 시청자는 마치 전미도가 '슬의생'을 통해 발견된 것처럼 소란을 떨지만, 공연 마니아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마음으로 평안하다. 이에 따라 전미도가 이번 작품으로 무대에 컴백했다는 표현보다, TV 드라마로 활동 반경을 넓힌 전미도가 해오던 대로 하고 있다는 표현이 알맞다.

 

좋은 뮤지컬은 시대를 읽게 한다는 것을 증명한 '어쩌면 해피엔딩'의 가장 큰 후유증은 '사랑을 하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혼한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서, 귀가한 뒤 해온 것처럼 당연히 밀린 청소와 설거지를 했다. 사랑은 일상도 설렘으로 만든다. 매진된 티켓 예매창 댓글에 "천장석이라도 오픈해주세요"라는 글들이 쏟아지는 이유다. 추가 티켓 오픈이 남아 있어, 벌써부터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을 예고하고 있다.

 

올리버는 양희준 외에 '슬의생'의 정문성 그리고 전성우가 연기한다. 클레어는 전미도와 함께 강혜인, 한재아도 맡았다. 트라이아웃부터 '어쩌면 해피엔딩'을 이끈 김동연 연출과 지난 시즌 6인조 라이브 밴드로 '어쩌면 해피엔딩'의 백미를 장식한 주소연 음악감독이 다시 한 번 함께 의기투합했다. 9월13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건기식협회 '2026 트렌드 세미나' 개최...맞춤형 제품 시장의 확대 전망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23일 양재 aT센터 그랜드홀에서 '2026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세미나'를 개최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망과 유통·마케팅 트렌드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산학계 관계자 및 전문가 발표를 통해 회원사의 마케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이번 세미나는 협회 회원사 홍보 및 마케팅 실무자 약 2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장·소비 트렌드, 데이터 기반 마케팅, 글로벌 시장 동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주요 연사로는 시장조사 및 데이터 분석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들이 참여해 △건강과 식 트렌드를 중심으로 한 2026 트렌드 △이커머스 환경에서의 데이터 마케팅 전략 △APEC 건강기능식품 시장 동향 △2025년 건강기능식품 시장 결산 및 2026년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첫 번째는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소장은 ‘2026 트렌드_건강과 식 트렌드 중심으로’라는 발표를 통해 현대인에게 건강에 대한 인식과 의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했다. 박 소장은 최근 건강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개인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수 포비아’ 등 건강에 대한 불안 요인을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비상대응체계 가동해 최악 상황 가정한 대비책 철저하게 수립·시행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전쟁에 대해 비상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해 최악 상황까지 가정한 대비책을 철저하게 수립·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선 지금은 재정을 아끼는 것보다 어렵고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투입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중동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로 원유, 천연가스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일상에 석유화학 제품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생과 경제·산업 전반에 발생할지 모를 중대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해야겠다”며 “각 부처는 수급 우려 품목을 포괄적이고 꼼꼼하게 점검하고 그것들이 국민의 일상에 미칠 영향 그리고 대체 공급처는 어디인지 등을 세밀하게 파악해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대비책을 철저하게 수립·시행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협조도 절실하다”며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 등으로 솔선수범하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대중교통 이용과 생활 절전 등 에너지 아껴쓰기 운동에 동참


사회

더보기
강민정 “헌법 정신 교육 대폭 강화하고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 조례’ 제정하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가 헌법 정신 교육 대폭 강화와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 조례’ 제정을 공약했다.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민주시민교육의 뿌리는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있다. 학교는 우리 사회의 가장 소중한 약속인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며 “저는 서울의 모든 교실에서 아이들이 책임 있는 주권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헌법 정신 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은 박제된 문구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다”라며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깨닫고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갈등은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민정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자는 “교육의 출발은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는 것이다. 저는 서울교육의 기본적인 시민교육 틀을 완성하기 위해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 조례’를 제정하겠다”며 “이 조례는 기존의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와 함께 교육 공동체를 지탱하는 든든한 양 날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민정 서울교육감 예비후보자는 “학교는 모두의 존엄이 지켜지는 곳이어

문화

더보기
전통 인형극 ‘옴니버스 인형극 음마갱깽 인형극장’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통 인형극 ‘덜미’와 전통 연희를 결합한 옴니버스 인형극 ‘음마갱깽 인형극장’이 오는 4월 18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연희공방 음마갱깽과 서울남산국악당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주체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음마갱깽 인형극장’은 덜미 인형을 비롯한 전통 캐릭터를 활용해 사물놀이, 버나, 재담 등 다양한 전통 연희 요소를 인형극으로 풀어낸 옴니버스형 공연이다. 덜미 인형이 직접 춤을 추고 사물놀이를 연주하며, 연희자의 얼굴을 그대로 깎아 만든 인형과 실연 연주가 결합된 라이브 퍼포먼스 형식으로 구성된다. 관객은 인형과 연희자의 호흡, 국악의 리듬,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공연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덜미 인형과 이시미 캐릭터가 펼치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마련됐다. 전통 인형극의 익살스러운 매력과 전통 연희의 흥겨운 에너지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색다른 무대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희공방 음마갱깽은 전통 인형극 ‘덜미’를 바탕으로 인형 제작과 공연 창작을 함께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