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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직론직설

【박성태 칼럼】뭔가 보여주려고 서두르면 폭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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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정부는 지난 6월17일에 이어 7월10일, 그리고 8월4일 불과 50여일 만에 3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것도 매번 핵폭탄 급 내용으로 가득 찬 대책으로 국회에 후속 입법을 촉구했고 국회는 지난4일 7.10 부동산대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부동산 3법’을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공수처 후속3법’도 역시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당정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 발표와 입법, 공수처 관련 입법 추진과정을 보면서 지난 80년대 유명 코미디언 겸 국회의원이었던 고(故)이주일(李朱一)씨가 떠올랐다. 


본명이 정주일(鄭周逸)인 이주일씨는 못생긴 얼굴로 인해 정상적인 방송의 데뷔가 어려웠으나 1980년 TBC의 ‘토요일이다 전원 출발’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방송에 데뷔했고, 80년대를 주름잡는 ‘코미디의 황제’로 군림하게 되었다. 


이씨는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끌어내어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등의 유행어로 인기를 끌었고 급기야 1992년 경기도 구리시에서 통일국민당 소속으로 14대 국회의원에 선출되며 4년간 정치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1996년에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왔다"는 명언을 남기며 정치생활을 마치고 다시 코미디언으로 활약하다 지난 2002년8월27일 세상을 떠났다. 


이주일씨가 고인이 된 후 거의 20년이 다 된 이 시점에 그가 떠올랐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정부가 ‘뭔가 보여 주기위해서’ 너무 서두른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자신이 있는 사람이나 정부라면 상대적으로 노련하고 느긋하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여유와 전후좌우 앞뒤를 살펴가며 정책의 입안에서 시행, 환류까지 모두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한다. 반대로 어디인가 부족하고 약점이 있는 사람이나 정부는 마치 이주일씨가 자신의 단점인 못생긴 것을 커버하려고 “뭔가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나섰듯이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마냥 서두르기만 한다.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의 정책오류로 인한 후폭풍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일시적 미봉책, 눈앞의 단기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사탕발림에 홀까닥 넘어가 무조건 발표부터 해보자는 꼴이다. 


이럴 때는 아무리 옆에서 말려도, 조언을 해도 듣지 않는다. 지난 3일 반짝 반등하기는 했어도 문재인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9주 연속 하락했다는 소식은 당정이 마치 지금 당장 뭐라도 안하면 망해버릴 것 같은 조급함에 서두르게 만들었던 것 같다. 지난 6.17, 7.10, 8.4 부동산대책이 대표적 예다. 조금 지켜보면서 인내를 가지고 더 주도면밀히 검토해야할 사안임에도 쫓기듯이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폭망 수준의 정책이 남발되었다고 본다.


두번째는, 당정이 국정운영을 마치 코미디하듯이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이주일씨는 4년간의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고 난 후 “코미디 공부 많이 했다”며 이후 정치를 코미디에 비유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정치인들이 정치를 코미디하듯이 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코미디는 사전 대본을 짜고 관객들의 반응을 봐가며 애드리브도 치고, 당초 기획대로 안 되어도 ‘안 되면 말고’가 가능하다. 웃기려고 했는데 관객들이 안 웃으면 코미디언(요즘은 개그맨)이 한번 민망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국정운영이란 코미디가 아니다. 사전 대본은 정말 한 치 오차가 없도록 충분히 검토하여 짜야 하고 중간에 애드리브도 불가능하다. 실패하면 한번 민망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후폭풍으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국정운영에 연습이란 없다. 국정운영에 가장 금기시해야 할 일은 ‘해보고 안 되면 말지’라는 생각이다. 정부가 계속 헛발질 해 국민을 피곤하게 하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정부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펄펄 살아 움직이는 사회현상을 조율하고 관리해야 할 정부가 조급하고 서두르면 될 일도 안 된다. 어차피 국민들은 투표로 현 정부를 지지했다. 믿고 기다릴 테니 제발 ‘뭔가 보여주려고’ 서두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가도 제대로 가면 정말 좋겠다.    


서울신문 기자시절 직장동료인 이영수씨와 함께 6개월간 이주일씨를 밀착 취재해 <삐딱한 광대>(1987년, 고려원)라는 책을 저술한 인연이 있어 요즘 그가 더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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