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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동서남북

【김영욱의 동서남북】 ‘재인산성’ 경찰차벽 위헌논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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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산성’(山城)은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하여 목책 · 토루 · 석축(나무 · 흙 · 돌) 등으로 산의 정상부나 사면을 이용해 쌓은 성을 말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성은 그 기원이 선사시대의 남부시베리아나 만주지방의 도피용 성책(城柵)과 아주 닮았으며, 삼국시대에 이르러서는 산성이 많이 축조되었던 기록이 있다. 


역사상 유명한 산성으로 고구려의 안시성(安市城) · 환도성(丸都城), 신라의 삼년산성(三年山城), 백제의 북한산성이 있다. 고려시대 몽고의 침략 때도 산성을 중심으로 항쟁하였고, 조선시대에도 서울 근처의 북한산성과 남한산성이 임진왜란 때의 ‘임난이어처(臨難移御處)’로서 중요시돼왔다. 


현재 중부 이남의 지역에만 1,200여개 이상의 산성터가 남아 있어서, 우리나라가 산성의 나라라고 할 만큼 산성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규정짓고 보존하여 왔음을 실증하고 있다.


이 같은 산성이 근래 들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쌓아졌다. 경찰버스를 줄줄이 잇대 차벽으로 만들어 진 ‘무현산성’은 2009년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광우병 시위때 ‘명박산성’은 불통의 상징이 됐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도 세월호 참사 추모 시민들을 가로막기 위해 ‘근혜산성’이 등장했다. 


지난 개천절과 한글날, 극우 · 보수단체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다시 등장 한 ‘차벽’이 ‘재인산성’이라 불리며 위헌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인산성’ 차벽이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9년 전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근거로 과잉 대응이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도심에 경찰 1만여 명을 투입하고, 차량 검문소 90곳을 설치했다. 광화문에서 대한문에 이르는 세종대로 일대에 경찰버스 300여대를 동원해 ‘재인산성’을 세웠다. 극우 · 보수단체들은 현 정부가 코로나를 이용해 헌법 제21조 언론 출판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틀어막았다고 비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코로나 계엄령’이라면서 맹비난했다. ‘재인산성’을 경찰의 정치방역이라 규탄했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정권의 차벽 때문에 시민들의 성난 분노가 안으로 점점 불타오르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비판에 진실과 대안이 담겼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극우 · 보수단체들이 추진한 광복절 집회에서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재 확산된 것에 국민의힘 측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그들이 자행한 거리의 무법에는 지금껏 관대했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조처에만 열을 올리는 국민의힘의 처신이야말로 방역 문제를 지나친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참여연대 간사 민 모씨 등 9명이 이명박 정부가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원천봉쇄한 것은 위헌이라며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에서 위헌 선고를 내린 바 있다.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일방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이유였다. 또 “차벽은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이동권의 제한 등 국민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는 상황이니만큼 그 적용에는 엄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 차벽 설치는 극우 · 보수단체의 무분별한 개천절 · 한글날 야외 집회 추진이 ‘코로나19’의 집단 확산 등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본 경찰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본다.


프랑스 당국은 공중보건법에 의거해 긴급 이동제한 명령을 선포한 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일자 즉시 보건 긴급사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구체적 근거를 마련했다. 우리 역시 이번 차벽 설치가 불가피한 마지막 수단이었는지 다시 짚어보고 기본권 침해 여부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사후적 규정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지금은 다수가 모이는 도심 집회를 열 때가 아니다. 겨울을 앞두고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지난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경험이 있고 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서울 도심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집회는 그 성격이 무엇이든 지금은 안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유야 어쨌든, 고서(古書)의 전쟁터 기록에서나 볼 법한 ‘산성’이란 단어가 작금 정치사회적 이슈 뉴스로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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