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에 요절한 미국의 천재 낙서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
지난 201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바스키아의 1982년작 회화 '무제'가 1억1천50만 달러(약 1천380억원)에 낙찰돼 미국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우면서 다시한번 화제가 됐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바스키아는 자유와 저항의 에너지가 가득한 흑인 정체성이 묻어나는 작업을 했다. 그의 작품은 에너지가 넘치는 밝은 색채 속에서도 고독감이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바스키아의 회화, 조각, 드로잉, 세라믹, 사진 등 작품들이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한국 젊은 관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바스키아의 주요 작품 150여점을 전시한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 마스크를 한 20-30대 젊은 관람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것.
전시장에서는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자유분방한 특유의 드로잉, 빨강, 노랑 등 강렬한 원색에 덧칠된 고유의 작업 방식, 철학적 사유가 담긴 문구들로 구성된 바스키아 고유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작품들은 뉴욕 사업가이자 컬렉터 호세 무그라비 소장품들로 그동안 국내서 열린 바스키아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 보험가액만 1조원, 전시장 보험료만 5억 원에 달한다.
이번 전시는 뉴욕 거리에서 시작된 그라피티 그룹 '세이모(SAMO)' 시기부터 바스키아 예술 속에 나타나는 대중문화와 산업화의 새로운 방식들, 영웅을 모티브로 창조한 다양한 아이콘까지 폭넓게 다룬다.
바스키아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이티인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바스키아는 어머니와 미술관을 다니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피카소까지 수많은 명화를 만났다. 7세 때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에 장기간 입원했을 때 어머니는 해부학 입문서 '그레이의 해부학 (Gray’s Anatomy)'을 선물했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해부학적인 인체 모습과 내장 기관들, 강조된 팔과 다리의 형태는 이때의 경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바스키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학 드로잉을 봤고 인체에 대한 탐구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뼈와 해골, 신체 기관이 그대로 노출되는 독창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
1980년대 초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로 불리는 바스키아는 뉴욕 소호 거리 외벽에 낙서 그림 그라피티(graffiti:낙서 및 벽화 형식의 거리 예술)를 그리며 주목받았다. 17세 때 친구 알 디와즈와 함께 '흔해빠진 낡은 것(SAMe Old shit)'이란 뜻을 담은 'SAMO(세이모)'를 결성했고, 거리 곳곳에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활동을 시작했다.
팝아트가 부흥하던 시기에 등장한 그는 바로 주목받았고, 뉴욕 화단 중심부로 진입해 최고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르게 된다. 코카인 중독으로 요절하기까지 8년간 3천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특히 이번 전시는 바스키아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알차게 구성돼 있다. 바스키아의 'SAMO(세이모)' 그라피티 사진과 엔디워홀과의 사진, 그가 남긴 문구 등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바스키아의 작품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도 상영되고 있다.
직접 전시에 오지 못하는 관객들은 구혜진 수석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바스키아의 주요 작품들을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이돌그룹 '엑소' 찬열과 세훈의 목소리로 듣는 전시 안내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30분 간격으로 관람 인원을 제한한다. 인터넷 사전 예약제로, 현장 구매는 잔여석이 있을 경우 가능하다.
10명 내외, 소규모의 그룹 예약으로만 진행되는 '프라이빗 전시 투어'는 온라인과 전화 예약으로만 신청할 수 있으며 평일 오전 10시 단 1회차로 진행된다. 2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