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판결 거부권 고려 아니냐 의견…판결로 SK이노 위기
행정명령 초안 마련…미국 제조업 간 격차 파악 대책 강구
[시사뉴스 황수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배터리 등 자국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제품 공급망에 대해 평가작업을 지시할 방침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에 거부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설립 중이기 때문이다.
19일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팀과 국가안보팀이 이같은 내용의 대통령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행정명령의 초안은 비우호국 내지는 비우호적이고 불안정해질 수 있는 국가가 지배하거나 주도하는 서플라이 체인과 미국 제조업 간 격차를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도록 명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CNBC는 행정명령이 주요 원자재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통해 미국의 산업과 안보 이익을 평가하고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첫 가시적인 조치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 연방정부가 물품과 서비스를 조달할 때 자국산 우선 구매하겠다고 천명했다.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국 우선주의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앞서 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포드와 폭스바겐에 한해서는 각각 4년, 2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SK이노베이션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ITC 결정에 심의 기간인 60일 안에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할 수 있다. 공정경쟁 등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 한한다.
이번 판결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를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SK이노베이션의 목표는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26억달러(약 3조16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1, 2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 2019년 1분기 착공한 1공장은 오는 2022년 1분기부터 가동된다. 2공장도 2023년부터 배터리 양산을 할 수 있도록 건설하고 있다.
조지아주 소재 2개 공장만으로 매년 3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 21.5GWh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창출되는 일자리만 2600여개에 달할 것으로 계산된다.
포드·폭스바겐에 공급하는 배터리에 한해 얻은 4년·2년의 유예기간 이후에는 공장을 가동조차 못할 위기다.
ITC 판결에 따라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자동차 산업 전략과 양질의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