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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예술과 외설, 그 경계의 美學: 문화테러리스트 메이플소프

국내 첫개인전, 국제갤러리 서울·부산점, 3월28일까지
섹슈얼리티·정물·초상 등 흑백 사진 122점
<More Life>展, 사회적 금기에 도전한 ‘극한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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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다”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에이즈로 만4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외설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의 작품은 해외 아트페어와 달리 국내에서 개인전으로 만나기 힘들었다. 그런데 도발적이고 발칙하면서도 아름다운 그의 작품들을 대대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국제갤러리가 3월 28일까지 메이플소프의 첫 국내개인전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전을 서울과 부산에서 열고 있다. 서울점 K2에서 91점, 부산점에서 31점의 작품을 내걸었다.

 

 

 

찬사와 비난의 중심에 섰던 시대의 아이콘, 메이플소프

 

메이플소프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20세기 후반 전 세계의 비평가와 예술가들에게 최대 찬사를 받은 동시에 비난과 논쟁의 중심이었다. 꽃과 유명인의 사진을 찍는가하면, 당시로서는 금기였던 남성 누드, 동성애 등 남성의 에로티시즘을 사진에 담았던 작가이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는 지금까지 아래를 가린 모습으로 영상화되어 왔지만, 메이플소프는 흑인 모델이 성기를 드러낸 전라(全裸)로 머리에 가시관을 쓴 채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을 촬영했다. 가히 충격적이다. 어린 시절 엄격하고 엄숙했던 집안의 무거운 종교적 분위기에 대한 반발과 그 시대 사회상에 대한 저항일듯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성애, 섹스와 예술작업이 별개가 아니었던 메이플소프는  금기시되는 주제들을 과감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자신의 항문에 채찍을 끼운 자화상을 찍기도 했고, 기상천외한 섹스 사진, 흑인과 백인 남자 모델의 아슬아슬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20대초 그의 뮤즈였다는 피티 스미스와 동거를 예행연습으로 마친 후 메이플소프는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집중 탐구했다. 

 

 

뉴욕 버전의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 스튜디오 54나 마인샤프트 같은 클럽을 드나들면서 그는 사디즘·메조히즘의 가학적인 모습이나 남성의 에로티시즘에 더 몰입했다. 영화 ‘엑스맨’ 배우 같은 의상에 관장용 호스를 문 남자의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메이플소프가 사망한 후 ‘Perfect Moment’라는 타이틀로 열리기로 한 회고전이 취소될 만큼 그의 작품들은 예술과 포르노그래피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시대의 저항아, 무기는 핫셀블라드 카메라

 

‘섹스, 거짓말 그리고 핫셀블라드’는 평생 로버트 메이플소프를 따라다녔던 말이다. 그에게 섹스는 세상의 전부였고, 거짓말은 그가 가장 싫어했으며, 핫셀블라드(Hasselblad 500)는 그가 자극받았던 외부세계에 저항하는 무기였다.

 

1970년대 뉴욕은 역설과 야누스의 도시로 일컬어진다. 역사상 가장 어둡고 황량했던 동시에 치기 어린 에너지가 폭발직전인 무방비의 도시, 길거리에 섹스하는 인간들의 대책없는 방종이 넘쳐나던 때였다. 그럼에도 1970년대 뉴욕에 대한 동경은 살아있다.

 

평전 '메이플소프, 에로스와 타나토스'(저자 퍼트리샤 모리스로)에 따르면,, 뉴욕타임즈(2017년 9월 18일자)는 ‘뉴욕의 1970년대 말은 왜 향수의 대상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1970년대 말 뉴욕의 상황은 가장 나빴으나 민주적이었던 시절’이라면서 ‘안전하고 윤택하며 효율적인 도시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 분석했다.  메이플소프는 수잔 손택, 조지 발란신, 리처드 하워드 등과 함께 ‘1970년대 뉴욕을 대표하던 문화 거물’로 꼽혔다.

 

 

메이플소프는 자유와 욕망이 꿈틀거리던 1970-1980년대 뉴욕에서 작품의 다양한 물성을 반영한 콜라주, 폴라로이드, 흑백사진, 다이-트랜스퍼(Dye-transfer) 기법의 컬러사진 등을 통해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고 스스로의 욕망을 해방하는 한편, 여성과 인종·성소수자와 같은 타자의 재현에 관한 문제들을 작업에 적극적으로 투영했다.

 

당시 터부시되던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며 당대 문화 전쟁의 아이콘이자 작가로서 컬트적 위치를 구축했다.

1980년 이후 메이플소프는 세심하게 디자인된 조명과 구성, 정밀한 계조(Gradation)를 통해 완벽한 사진적 양식으로 구현된 초상 사진과 누드뿐 아니라, 꽃·과일·청동상 같은 정물 사진 연작과 패션 광고 사진까지 사진 매체의 범주를 초월해 일상성 안에서 마술적 환상성과 영화적 서사를 구현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꽃’을 찍은 정물사진은 아름답기까지 해서 많은 대중이 그의 사진을 소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메이플소프의 꽃은 성기의 에로틱한 표현으로 분석된다.

 

‘The Dark Room’에는 외설 경계선의 ‘X 포트폴리오’ 연작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국제갤러리의 메이플소프 개인전은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까지 핫셀블라드 (Hasselblad 500) 카메라로 구현한 메이플소프의 시그니처 흑백사진이 중심이다. 더불어 피사체의 친밀함과 경이로움, 강인함과 세속적 욕망을 서사성으로 펼쳐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생활과 작품이 일치했던 메이플소프 덕분에 전시 관람은 지루할 틈이 없다.  서울점 K2 1층 ‘Sacred and Profane’에는 전설적인 펑크록 가수이자 메이플소프의 뮤즈였던 패티 스미스, 보디빌더 리사 라이언,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작가 트루먼 카포티, 60년대 미국의 대표 조각가 루이스 네벨슨 등 셀리브리티의 사진과, 성(性)적인 은유를 담은 꽃과 정물, 풍경 사진 등이 걸려있다. 메이플소프의 독자적인 사진 미학을 체험하는 것은 관람객들의 몫이다.

 

 

2층의 ‘The Dark Room’에는 메이플소프의 정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 걸려있다. 방의 이름이 암시하듯 한층 농도 짙은 에로스와 섹슈얼리티, 죽음 주제의 작품들은 이런 류의 작품을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는 큰 충격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1970년대 후반 메이플소프가 뉴욕 퀴어 하위문화를 통해 포르노그래피와 외설성, 에로티시즘과 예술성의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문제작들과 이를 확장, 재해석한 80년대 흑인 남성 누드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오브제화된 남성 성기, 비밀스러운 사도마조히즘 의식, 굵은 쇠사슬에 거꾸로 매달린 남자, 검은 가죽 점퍼와 슬렉스 제복으로 몸을 감싼 피사체, 기묘한 메이플소프의 셀프 포트레이트, 검은색 구강성교 가죽 장치로 신체를 뒤덮은 사진 등 문제의 ‘X 포트폴리오’ 연작들은 예술과 외설의 극한 경계를 잘 보여준다.

 

한편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는 젤라틴 흑백사진, 다이-트랜스퍼(Dye-transfer) 컬러사진 등 다양한 사진적 물성의 양식적 실험을 보여주는 초상, 정물, 청동상, 풍경 사진들을 비롯해 메이플소프가 후기에 천착했던 꽃 사진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작업들을 선보인다.

 

 

미디어문화 연구자인 이용우 큐레이터(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메이플소프 작품에는 성스러움과 세속, 일상과 마술적 환상 등 양가적 특성이 공존·융합하고, 영화적 서사도 있다”면서 “극한의 미학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들인 만큼 미학적 측면에서의 관심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퀴어 미학을 구현한 작가들이 있지만 그처럼 학술적 담론까지 끌어낸 작가는 없다”면서 “1970~80년대 사람들이 사진에서 느꼈던 불편하고 낯선 감성을 동시대 대중들은 어떻게 볼까도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는 초상, 누드, 자화상, 정물 등 흑백사진 연작들로 알려진 미국 사진작가다. 1963년 브루클린의 프랫인스티튜트에 입학해 회화와 조각을 전공했다. 이 시기에 다양한 예술가, 시인, 음악가들과 교류하였다. 1970년대 초반에는 패티 스미스와 브루클린과 맨해튼의 첼시 호텔에서 동거하며 유의미한 초상사진과 작업들을 남겼다.

 

작업 초창기에 포르노 잡지의 이미지로 콜라주 작업을 시도한 작가는 비슷한 시기에 폴라로이드 SX-70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앤디 워홀의 ‘인터뷰’ 잡지 촬영, 패티 스미스 등과의 앨범 커버 제작, 다양한 사교계 인사들의 초상 사진 등을 작업했다.

 

1977년 비영리 미술기관인 키친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는 꽃과 초상 사진을 전시하고, 홀리 솔로몬 갤러리 전시회에서는 남성 누드, 속박과 규율, 사디즘과 마조히즘(BDSM) 및 퀴어 하위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문제적 작가로 부상했다. 메이플소프의 작품에 나타난 동성애적 이미지, 꽃을 중심으로 한 정물화, 셀리브리티 초상화, 폴라로이드 연작, 혼합 미디어 조각 등은 그의 예술적 시도와 기술적 실험을 통해 사진의 범주를 초월하여 일상성 안에서 마술적 환상성과 영화적 서사를 구현했다고 평가받는다.

 

메이플소프는 전 세계 유수의 미술 기관 및 갤러리에서 회고전을 선보여왔다. 대표적인 장소로는 뉴욕 휘트니 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ICA), 파리의 그랑 팔레,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등이 있다.

 

사후 그의 작품들은 신디 셔먼, 캐서린 오피, 데이비드 호크니, 소피아 코폴라,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큐레이션을 통해 전시화되기도 했다. 1989년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메이플소프는 2천여 점 이상의 초상, 꽃, 누드, 풍경, 광고, 정물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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