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한국 수출이 역대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며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수출 7,000억 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 중국 헝다 리스크 등 하반기부터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으나, 백신접종률 확대,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3분기 수출액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역대 최고 실적 달성 예상…대일 의존도 하락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10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0% 증가한 5,233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11월 누계 수출액도 5,8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이후 8개월 연속 월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조업일수 효과가 배제된 일평균 수출액도 연중 2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석유화학, 철강 등 중간재 수출이 수출단가 상승과 함께 큰 폭의 성장세를 시현했다. 특히 신성장 품목을 포함한 대부분 주력 품목들이 우리 수출성장에 고르게 기여하면서 무역규모도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며, 글로벌 무역순위도 8위로 상승했다.(’20년 9위 → ’21년 1~8월 8위)
또한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부장 산업 육성을 위한 민·관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올해 소부장 산업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의미있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일 소부장 수입의존도는 2018년 18.3%에서 올해 1~10월 15.9%까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24년 수출 7,000억 달러 전망
한국이 당초 예상한 경로보다 호조세를 기록하며 이르면 2024년에 우리나라가 수출 7,000억 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올해 초 전망보다 1년 앞당겨진 것이다.
전경련 분석에 따르면 올해 전체 수출액이 6,450억 달러 내외에 달해 한국의 수출이 최근 5년(2017~2021년) 연평균 수출증가율(2.97%)의 추세를 이어나갈 경우, 빠르면 2024년 연간 수출 7,0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까지 연간 수출 7,000억 달러 달성 국가는 코로나19 경제위기 발생하기 전 2019년 기준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5개국에 불과하다.
지난 10년(2011~2020년) 5,0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던 수출이 올해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하고, 앞으로도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기업의 2차전지, 바이오․헬스, OLED, 전기차 등 신성장동력에 대한 과감한 선행투자의 결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나타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수출 7,000억 달러 시대의 조기 달성을 위해 수출 비중이 큰 국가 · 지역을 중심으로 맞춤형 통상과제를 발굴하고 실행해야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 투자 협상 조기 마무리,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조속한 비준 · 발효, 한 · 미 FTA 개정 추진, 한 · 일 상호 수출규제 폐지 등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연간 수출 최대 실적 달성과 수출 호조세 지속을 위해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수출 상승세 전망…미중관계 영향 주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 경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5%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코로나19 재확산, 주요국 인플레이션 등 경기하방 리스크 상존할 전망이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재정확대 속도는 줄어들겠으나 확대 재정기조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신흥국의 경우 백신 접종 속도 차이 및 재확산 리스크에 따라 회복 속도는 상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수출도 전년 대비 2.1% 증가(6,498억 달러), 수입은 1.6% 증가(6,154억 달러), 무역규모 1조 2천억 달러 상회, 무역수지 344억 달러 흑자 전망된다.
주요국들의 위드코로나 도입 확산 등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세계 수출도 2% 초반의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나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하방 요인 상존한다.
통상환경은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들과 함께 對중국 견제가 강화할 전망으로 이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정책도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 무역협회가 주최한 ‘2022년 미국 통상정책 전망 국제 컨퍼런스’에서 미국 상무부 법률·정책 고문을 지낸 스테이시 에팅어 변호사는 “미국은 당면한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 유럽연합, 일본 등 동맹국들을 포함한 무역 파트너들과 공급망 협력에 초점을 맞춘 관계 재건에 힘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재생에너지협의회 바바라 타이란 국장은 미국의 친환경 정책방향과 관련해 “미국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하고 있으며 주요 산업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망 구축 프로젝트도 활발히 추진 중”이라며 “탄소중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일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내년 집권 2년차에 접어드는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가 미국 국내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통상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 및 친환경 인프라 투자 정책 등의 변화 동향을 보고서, 세미나 등을 통해 우리 기업들에게 발 빠르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