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2215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이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송치 전 '단독 범행'이라는 진술을 받아낸 경찰이 '윗선' 등 공범의 존재 여부와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윗선의 지시를 진술했는데 사실인가', '단독 범행이 맞느냐' 등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이씨가 송치된 직후 "'개인적으로 금품을 취득하기 위해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며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자금 담당 업무를 맡으며 잔액 증명서를 위조하고 공적 자금을 개인 은행 계좌나 주식 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으로 회사 자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이 드러나자 이씨는 잠적했고, 경찰은 지난 5일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은신하고 있던 이씨를 발견해 체포했다. 이후 이씨는 구속됐다.
이씨 측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회사 내 '윗선'을 언급하는 등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업계에서도 장기간에 걸친 횡령 범죄가 윗선의 승인 내지 묵인 없이 이뤄지기 힘들다며 사내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회사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한 결과 이씨 진술과 다른 부분이 다수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855개 중 다수의 금괴가 사측으로 넘어갔다고 구체적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견된 곳은 아버지 집과 여동생 집이었다.
이씨는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한다. 금괴를 전부 찾을 수 있었던 데에는 아버지 사망 이후 이씨가 내놓은 기존과 다른 진술이 배경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달라진 진술 태도로 단독 범행을 인정하고 있지만,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최초 진술과 다른 이씨의 이야기들을 마냥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회사 내 공범의 존재 유무 등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한 시민단체가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과 엄태관 대표이사를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해 사건이 서울경찰청에 배당돼 결론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경찰은 재무팀 상급자를 포함해 회사 직원 다수를 소환했고,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압수수색도 진행한 바 있다.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이 사건이 윗선 없이 이뤄진 단독 범행이 맞는지, 이씨의 범행을 알면서도 가담한 이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업무상 횡령 및 범죄 수익 은닉 과정에서 이씨 가족의 역할,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주식을 취득했다가 되판 경위 등이 경찰 추가 수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