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4.20 (월)

  • 맑음동두천 14.1℃
  • 맑음강릉 19.3℃
  • 맑음서울 13.9℃
  • 맑음대전 12.6℃
  • 흐림대구 20.3℃
  • 흐림울산 20.2℃
  • 구름많음광주 12.3℃
  • 흐림부산 18.4℃
  • 맑음고창 10.1℃
  • 흐림제주 13.9℃
  • 맑음강화 12.9℃
  • 구름많음보은 13.4℃
  • 구름많음금산 11.5℃
  • 흐림강진군 13.3℃
  • 흐림경주시 20.4℃
  • 구름많음거제 19.3℃
기상청 제공

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여성의 일상을 담은 메리 카셋

URL복사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집콕이 일상이 된 요즘의 생활 패턴을 돌아보면 사방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듯하다.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도 4,000여명 내외가 되어간다.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도 언제가 끝이 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하여 개인의 자유가 억눌린다는 것이 여러모로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제한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규제로 인한 불편함은 19세기 프랑스 여성들도 피할 수 없었다. 이시대 여성들은 사회적 계급에 따른 여성 개개인의 합법적인 권리나 자율성은 다르게 적용되었다. 중상류층의 여성일수록 개인의 주체성보다는 남편의 아내라는 종속 개념이 강하여 개인의 재산에 대한 통제권과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먼발치에서나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림의 떡이었다. 바람을 쐬거나 커피를 마시고 싶어 혼자 카페에 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특히 사색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여성 화가들에게는 소소한 자유나 기쁨을 느껴보기 어려운 시기였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 메리 카셋 (Mary Cassatt)은 이런 상황에서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메리 카셋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유명한 인상주의 남성 화가들의 친분 있는 여성 동료, 특히 ‘발레리나 화가’로 불리는 에드가 드가의 친한 친구이자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준 인물로 자주 언급된다.


카셋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기에 남편이나 아버지와 같은 남성의 동행 없이 스케치북이나 캔버스를 가지고 공공장소에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대신 자신이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택했는데 그곳이 바로 집이다. 카셋은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소소한 일상을 캔버스에 담는다. 동시대에 클로드 모네, 에드가 드가, 카밀 피사로와 같은 남성 작가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도심전경이나 철도, 기차 같이 산업 혁명을 상징하는 주제들
과는 상반된다.

 


메리 카셋의 대표작 <차> 를 보면, 작품 속 배경은 외부가 아닌 손님을 대접하는 가정의 드로잉 룸(drawing room)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벽난로, 금색 장식 프레임의 페인팅과 세라믹 병 등 인테리어 장식품들은 상류층 집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티를 마시는 문화, 흔히 에프터눈 티라고 칭하는 서양의 티 문화는 중상류층 여성들의 사교계 모임 수단이었으며, 차는 지금까지도 남녀 노소가 즐기는 기호 식품이 된다.

 

그림 속 모자와 장갑을 끼고 있는 여성은 메리 카셋의 친구며, 손을 턱에 가져다 대고 고민하는 여성은 호스트이자 카셋의 여동생 리디아다. 카페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던 카셋에게는 집에서 차를 마시는 문화가 일상이 되어, 티를 즐기는 여성들의 모습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메리 카셋이 즐겨 그린 또 다른 주제는 어머니와 아이의 모습이다. 여성 작가는 전문 모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없었기에 집안을 배경으로 한 어린 아이와 엄마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훌륭한 모델이었다. 카셋은 자신의 여동생, 조카나 집에 오는 주변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여 그림을 그렸다.


<아이의 목욕> 은 우리가 마치 이 모녀의 집에 함께 사는 사람인 듯 지극히 사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아이가 떨어지지 않게 엄마의 큰 손으로 아이의 허리를 잡아 발을 닦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전반적인 색상 역시 온화한 파스텔 색 덕분에 집안의 은은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파란 소파에 앉아 있는 소녀>는 전형적인 아이의 편안한 모습을 나타낸다. 그림 속 아이는 그 누구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속치마가 훤히 보여도 상관 없다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들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옆 소파에 누워 있는 작은 강아지도 곤히 잠을 자고 있는데 이 공간의 안락함을 증명해주는 귀여운 요소가 된다. 소파의 휘날리는 꽃무늬 패턴들은 인상주의 화풍의 특징인 빠르고 짧은 붓 터치를 보여주며 카셋이 상대적으로 인물 표현에 더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자신에게 많은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리 카셋은 남성 화가들이 그릴 수 없는 소재를 가정이라는 환경 속에서 찾아내고 창작활동을 하며 그녀만의 따듯한 화풍을 만들었다. 우리 중 어떤 누구도 현재 달라져버린 일상의 늪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정진하다 보면 자신만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6 한국국제베이커리페어 개막..."제과·제빵의 미래가 한자리에"
[시사뉴 스 홍경의 기자] '2026 한국국제베이커리페어'가 16일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개막됐다. '최신 제과·제빵의 미래'를 주제로 오는 19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며, 업계 종사자와 예비 창업자,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가 마련되었다 베이커리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행사는 제과·제빵 기계, 포장, 베이커리 반조리품, 원·부재료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100개사 280여 부스가 참가하여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제과제빵 기계 및 주방 설비부터 원부재료, 포장 기기, 베이커리 소도구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품목들이 전시되었다. 특히 올해는 전통적인 명인들의 기술뿐만 아니라 AI 기반 제빵 로봇 등 혁신적인 푸드테크 기술이 접목된 제품들이 대거 출품되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K-베이커리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관도 운영된다. 올해 새롭게 마련된 하우스 오브 디저트 특별관에서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마카롱, 초콜릿 등 최신 디저트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하우스 오브 파티시에 특별관에서는 국내 인기 파티셰리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소개한다. 개막 첫날인 오늘, 전시장 곳곳에서는 꽈배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AI시대는 위기이자 기회…‘활용능력’극대화하는 창조형 인재 필요
AI시대는 먼 미래가 아닌 현재다.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의 시대에 살고 있다. AI(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집어삼킬 날이 멀지 않았다. 이미 상당 부분 잠식당한 상태다. 이제 정보의 양이나 관련 분야 숙련도만으로 생존해 왔던 시대는 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나 숙련도는 인공지능이라는 터널을 지나면 한순간에 누구나 다 아는,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정보나 지식이 되고 만다. 정보와 지식의 가치가 하락하고 모두가 정보에 쉽게 접근하는 ‘지식의 상향 평준화’는 정보의 양이나 숙련도가 아니라 그것들을 어떻게 엮어내어 최대의 효율성을 발휘해야 하는가 하는 ‘인공지능 활용능력’을 요구한다. 우리의 생각의 크기가 인공지능이 내놓는 출력값의 수준을 결정하므로 내가 원하는 출력값을 받아내기 위해 AI의 연산 능력에 우리의 활용능력을 더하는 협업의 기술을 완성해야 한다. 미래학자인 신한대 신종우 교수는 “정보나 지식 생산의 패러다임 또한 습득하는 공부에서 창조하는 공부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제 정보나 지식의 소유 자체는 아무런 권력이 되지 못하며, 산재한 정보들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는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