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27 (목)

  • 흐림동두천 4.2℃
  • 구름많음강릉 9.1℃
  • 맑음서울 4.9℃
  • 구름많음대전 6.8℃
  • 맑음대구 8.9℃
  • 흐림울산 9.9℃
  • 맑음광주 8.0℃
  • 구름조금부산 10.2℃
  • 맑음고창 7.5℃
  • 황사제주 11.8℃
  • 구름많음강화 4.9℃
  • 구름조금보은 5.7℃
  • 흐림금산 6.2℃
  • 흐림강진군 9.1℃
  • 구름많음경주시 9.6℃
  • 맑음거제 9.5℃
기상청 제공

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여성의 일상을 담은 메리 카셋

URL복사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집콕이 일상이 된 요즘의 생활 패턴을 돌아보면 사방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듯하다.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도 4,000여명 내외가 되어간다.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도 언제가 끝이 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하여 개인의 자유가 억눌린다는 것이 여러모로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제한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규제로 인한 불편함은 19세기 프랑스 여성들도 피할 수 없었다. 이시대 여성들은 사회적 계급에 따른 여성 개개인의 합법적인 권리나 자율성은 다르게 적용되었다. 중상류층의 여성일수록 개인의 주체성보다는 남편의 아내라는 종속 개념이 강하여 개인의 재산에 대한 통제권과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먼발치에서나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림의 떡이었다. 바람을 쐬거나 커피를 마시고 싶어 혼자 카페에 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특히 사색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여성 화가들에게는 소소한 자유나 기쁨을 느껴보기 어려운 시기였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 메리 카셋 (Mary Cassatt)은 이런 상황에서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메리 카셋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유명한 인상주의 남성 화가들의 친분 있는 여성 동료, 특히 ‘발레리나 화가’로 불리는 에드가 드가의 친한 친구이자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준 인물로 자주 언급된다.


카셋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기에 남편이나 아버지와 같은 남성의 동행 없이 스케치북이나 캔버스를 가지고 공공장소에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대신 자신이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택했는데 그곳이 바로 집이다. 카셋은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소소한 일상을 캔버스에 담는다. 동시대에 클로드 모네, 에드가 드가, 카밀 피사로와 같은 남성 작가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도심전경이나 철도, 기차 같이 산업 혁명을 상징하는 주제들
과는 상반된다.

 


메리 카셋의 대표작 <차> 를 보면, 작품 속 배경은 외부가 아닌 손님을 대접하는 가정의 드로잉 룸(drawing room)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벽난로, 금색 장식 프레임의 페인팅과 세라믹 병 등 인테리어 장식품들은 상류층 집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티를 마시는 문화, 흔히 에프터눈 티라고 칭하는 서양의 티 문화는 중상류층 여성들의 사교계 모임 수단이었으며, 차는 지금까지도 남녀 노소가 즐기는 기호 식품이 된다.

 

그림 속 모자와 장갑을 끼고 있는 여성은 메리 카셋의 친구며, 손을 턱에 가져다 대고 고민하는 여성은 호스트이자 카셋의 여동생 리디아다. 카페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던 카셋에게는 집에서 차를 마시는 문화가 일상이 되어, 티를 즐기는 여성들의 모습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메리 카셋이 즐겨 그린 또 다른 주제는 어머니와 아이의 모습이다. 여성 작가는 전문 모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없었기에 집안을 배경으로 한 어린 아이와 엄마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훌륭한 모델이었다. 카셋은 자신의 여동생, 조카나 집에 오는 주변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여 그림을 그렸다.


<아이의 목욕> 은 우리가 마치 이 모녀의 집에 함께 사는 사람인 듯 지극히 사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아이가 떨어지지 않게 엄마의 큰 손으로 아이의 허리를 잡아 발을 닦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전반적인 색상 역시 온화한 파스텔 색 덕분에 집안의 은은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파란 소파에 앉아 있는 소녀>는 전형적인 아이의 편안한 모습을 나타낸다. 그림 속 아이는 그 누구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속치마가 훤히 보여도 상관 없다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들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옆 소파에 누워 있는 작은 강아지도 곤히 잠을 자고 있는데 이 공간의 안락함을 증명해주는 귀여운 요소가 된다. 소파의 휘날리는 꽃무늬 패턴들은 인상주의 화풍의 특징인 빠르고 짧은 붓 터치를 보여주며 카셋이 상대적으로 인물 표현에 더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자신에게 많은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리 카셋은 남성 화가들이 그릴 수 없는 소재를 가정이라는 환경 속에서 찾아내고 창작활동을 하며 그녀만의 따듯한 화풍을 만들었다. 우리 중 어떤 누구도 현재 달라져버린 일상의 늪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정진하다 보면 자신만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추경호 체포동의안 국회 통과...재석 180명 중 찬성 172명...국민의힘 의원들 모두 표결 불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회의 12·3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현행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범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개최해 ‘국회의원(추경호) 체포동의안’을 재석 180명 중 찬성 172명, 반대 4명, 기권 2명, 무효 2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실시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표결에 불참했다. 현행 헌법 제44조제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추경호 의원은 신상발언을 해 “저는 계엄 당일 우리 당 국회의원 그 누구에게도 계엄해제 표결 불참을 권유하거나 유도한 적이 없다”며 “국민의힘 의원 그 누구도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방해한 사실도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추경호 의원은 “저에 대한 영장 청구는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 해산으로 몰아가 보수정당의 맥을 끊어버리겠다는 내란몰이 정치공작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이희준 특별전 개최... 출연작과 함께 연출작도 상영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 성북구 소재 성북문화재단 아리랑시네센터에서는 독립영화 배급사 필름다빈과 협업해 오는 11월 30일(일) 배우 이희준의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배우로 널리 알려진 이희준의 작품 세계는 물론, 그가 직접 연출한 단·중편 영화까지 함께 조명하는 자리로, 배우와 감독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희준 특별전은 두 가지 섹션으로 진행된다. 1부 ‘배우 이희준’ 섹션에서는 이희준이 출연한 강진아 감독의 장편 ‘환상 속의 그대’를 비롯해, 2부 ‘감독 이희준’ 섹션에서는 이희준이 직접 연출한 단편 ‘병훈의 하루’와 중편 ‘직사각형, 삼각형’을 상영한다. 특별전에는 이희준과 영화 전문가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가 예정돼 있으며, 배우와 감독으로서의 경험, 창작 과정, 독립영화 현장에서의 의미 등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아리랑시네센터는 이번 특별전은 ‘배우 이희준’과 ‘감독 이희준’의 두 세계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시도라며, 지역 주민 및 영화 팬들이 이희준 배우와 감독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행사 장소는 아리랑시네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