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급변하는 거시경제 환경으로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원화 약세) 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3고(高) 시대'를 맞아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 나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적 경기 순환 현상 우려...신정부 책임 중요한 시기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 등 대내외적으로 경기 상·하방 요인 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이 큰 대내외 리스크부터 우선적으로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국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완화하고 글로벌 통화 긴축 가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경제 둔화 등 대내외 경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선거 이후 국내 경기 지수가 하락하는 정치적 경기순환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정기적 경기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2022년 하반기 민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소비 진작책, 투자 활성화 정책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글로벌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화 및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사전적이고 지속적인 미세조정 및 안정화 조치 등을 시행해야 하며, 다양한 대내외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통해 국내 실물경제로 파급되지 않도록 리스크 요인별 맞춤형 대응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 현상...시장 건전성 확보에 주력
현재 한국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에 직면해 있는 시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세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길고 높게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며 국제유가, 천연가스, 곡물가격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미친듯이 상승했다. 여기에 엔데믹 전환에 따라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물가 대란이 일고 있다. 유류세 인하에도 리터당 1900원대를 웃도는 휘발유 가격은 물론이고 외식 물가, 식료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 중이다.
현경연은 환율, 물가, 금리가 모두 상승하는 3고 현상 지속으로 슬로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2022년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00년 이후 3고 현상이 나타난 2차례 시기 모두 경기둔화 현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하반기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동시 발생으로 소비, 투자 위축, 경상수지 악화 등이 경제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실물 경제에 대한 교란 방지를 위한 펀더멘틀 강화와 시장 건전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특히,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이 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연착륙이 필요하고,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시장 친화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시장의 변동성 증폭에 대응하여 외환 및 원자재 가격 리스크 관리 강화와 외환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한 투기자금 유출입에 대한 감독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인플레이션에 대응...한국은 속도 조절 해야
한편, 지난 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며 한국은행 기준금리와의 차이가 0.5%포인트로 좁혀졌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1bp=0.01%) 인상한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또 연준은 16년 만에 연속해서 금리를 인상하게 됐다. 문제는 Fed가 올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긴축 여파에 대한 우리 증시의 경계심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이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상황까지 보면 그런(0.5%포인트 인상을) 고려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우리도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번 회의 끝나고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할 단계는 아닌거 같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물가, 성장률이 어떻게 변할지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 총재 발언이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당분간 시장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요국의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보다 긴축적인 기조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불가피하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세 지속을 위해서는 가계부채, 환율 등의 거시경제지표에 유의하며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경기 여건 및 경제 리스크를 바탕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기 및 속도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발 인플레이션 쇼크...물량 확보 및 외교 플랫폼 구축 시급
연구원은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발에 따른 중국 내 도시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상황과 맞물려 하반기부터 중국발 인플레이션 전이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도 내다봤다.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 영향에 4%대로 출발했다. 특히 '제로 코로나' 정책 일환으로 단행된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공급망 쇼크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다. 글로벌 공급망의 건전성을 대표하는 공급망 압력지수도 2021년 하반기부터 우상향 추세를 보이며 공급 쇼크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 등 기타 도시 봉쇄가 이어질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와 맞물려 공급쇼크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해 중국 경제는 3~4%대 초반 성장에 그치며 성장목표 하향이 전망돼 국내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중국 물가 전이에 가장 큰 피해가 노출된 부품 및 원자재 등 품목에 대한 사전 검토 및 물량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 간 긴급 외교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