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15 (토)

  • 맑음동두천 0.4℃
  • 맑음강릉 6.9℃
  • 맑음서울 5.2℃
  • 구름많음대전 4.1℃
  • 구름많음대구 4.8℃
  • 구름많음울산 8.3℃
  • 맑음광주 7.6℃
  • 맑음부산 10.3℃
  • 맑음고창 4.4℃
  • 구름조금제주 10.7℃
  • 맑음강화 2.0℃
  • 구름많음보은 0.3℃
  • 흐림금산 2.2℃
  • 맑음강진군 5.7℃
  • 구름많음경주시 7.2℃
  • 맑음거제 8.8℃
기상청 제공

사람들

【이화순의 아트&컬처】 유쾌하고 행복한 화가 여동헌의 파라다이스

URL복사

아트파크서 5월 25일까지
11번째 개인전 ‘핑크 파라다이스’

그의 그림은 아주 유쾌하다. 행복한 환호성이 그림을 뚫고 들리는 듯하다.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하며 보지 않아도 되고, 난해한 해석도 필요 없다.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작가가 꿈꾸는 파라다이스다. 그림 감상자들도 그 속에서 다 함께 저절로 행복해진다. 여동헌 작가가 서울 삼청동 아트파크에서 11번째 개인전 ‘핑크 파라다이스 Pink Paradise-Romantic Road’를 전시한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나무꾼이 등장하는가하면, 고래가 날고, 페가수스도 힘차게 난다.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네 가족이 봄 소풍 가기 위해 총출동한다면 이랬을까. 분홍 꽃길에는 드라이버와 고양이가 탄 차, 토끼가 올라탄 코끼리, 기린, 사자, 염소가 차례로 달린다. 거북이도 그 뒤에 있다. 선물 상자를 가득 실은 차와 고양이가 올라탄 차를 아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쫓고, 사자 꼬리를 잡은 아이의 행복한 표정도 보인다. 강아지 길고양이와 밥 먹는 아이도 보인다. 콧수염 사내가 운전하는 오픈 카 뒤에는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과 외계인 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달린다. 

 

작품 ‘시집가는 날’에는 조선시대 공주의 혼례복을 복원해 그린 활옷 입은 신부와 그녀를 호위하는 12지신, 축하객들이 온통 솜사탕처럼 뭉글몽글한 핑크빛 천지인 꽃 숲을 지나간다. 

전시명으로 쓴 ‘Romantic Road(로맨틱 로드)’는 파리에 체류하며 그림을 그렸던 2012~2013년,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알프스 산자락까지 걸쳐 있는 ‘로맨틱 가도’를 달렸던 행복한 추억이 바탕이 됐다. 
 

작가는 미국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좋아했다고 한다. 리히텐슈타인은 만화 같은 한 장면을 회화적으로 표현해서 성공한 작가다. 여동헌의 작품 역시 만화적인 요소가 곳곳에서 보인다. 디테일을 보면 무척 재미있고 생동감이 넘치며 표현이 매우 섬세하다. 밝은 색조의 색을 과하게 많이 쓰고 있는 데도 화면이 매우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 그가 그린 작품 속에는 동물과 식물, 무생물과 외계인까지 모두 친구다. 그가 그리는 세상은 핑크가 솜사탕처럼 녹아내린,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이 담긴 즐겁고 행복한 세상이다. 그들이 달리는  길은 온통 핑크빛이다. 작품에 따라서는 녹음 짙은 초록과 핑크의 조화도 멋지다. 

 

50대 중반의 남자 작가가 핑크 핑크한 파라다이스 그림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가 그토록 바랬던 핑크빛 세상을 얻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기에 큰 트라우마가 생겼죠. 부친의 사업이 잘 나가다가 망해 경제적 어려움이 컸습니다. 제가 그림 그리는 것도 심하게 반대해 갈등이 컸죠. 2남1녀의 장남이었기에 저는 너무나 큰 압박을 받았습니다. 당시의 상처가 깊었던지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었죠.”

 

한때 병원을 다녀야 할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 작가는 길고양이 밥주는 일을 우연찮게 하게 되어 본인이 많이 치유를 받았다고 한다. 

 

“누구나 파라다이스를 꿈꾸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겠죠. 핑크빛은 ‘파라다이스’를 표현하기에 좋은 컬러이구요. 한때 어머니를 위해 암 환자 연구를 많이 하면서 핑크색이 치유의 색임을 알게 된 것도 한 이유에요. 저는 돼지도 핑크 돼지로 그리는 등 핑크를 많이 썼죠. 어머니도 암투병을 하셨는데 그린색 양과 핑크색 돼지를 그려 어머님 방에 걸어놓기도 했었어요.”

 

신촌 세브란스를 자주 드나들면서 그곳의 소아암병동에 환우들을 위한 작품을 설치했던 작가는 아이들이 핑크색을 너무나 좋아하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도 핑크색은 치유의 색이라고 한다. 

작가는 20대부터 예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왔다. 지금도 ‘내 스스로 파라다이스의 삶을 살지 않더라도 그림을 보는 관람객들에게는 파라다이스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파라다이스’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다. 

 

고충환 평론가는 “어른들은 상실된 유년을 꿈꾼다. 억압적인 현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해주는 파라다이스를 상상한다”면서 “그렇게 돌고 돌아 마침내 작가의 그림의 전제이면서 주제이기도 한 파라다이스에 당도했다. 실제로는 없는데, 다만 사람들의 상상력으로만 존재하는 장소다. 작가는 어쩌면 현대인이 상실한 유년을, 존재가 상실한 원형적인 세계를 꿈꾸고, 상상하고, 복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한다. 

 

추계예술대학교 판화학과를 졸업한 여동헌 작가는 제16회 한국 판화가 협회 공모전에서 ‘대상’, 제1회 신세계미술제-주제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판화가협회 대상 수상작가답게 활동 초기에는 남다른 판화가로 활약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입체 판화를 시도했다. 대중과 손쉽게 만나기 위해 작은 시계 같은 일상 용품도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도 그의 주제는 파라다이스였다. 판화에서 회화로 장르를 바꾼 이후에도 파라다이스를 향한 그의 열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스스로 작업 과정과 예술적 선택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얻고, 시력의 변화로 인한 어려움에도 끝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을 통해 한층 발전된 작품세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그의 이전 작업에서 두드러져 보였던 검은색 라인이 줄어들고, 대신 효과적인 색면 처리가 눈에 띈다. 심한 노안 중에도 관객들에게 새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그의 예술적 성장을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5월 25일까지.  

<사진 = 아트파크 제공>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한국, 48조원 규모 주한미군 지원...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 36조원 지출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한국이 약 48조원 규모로 주한미군을 지원하고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를 위해 약 36조원을 지출한다. 한국의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은 14일 이런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 공동 설명자료’(이하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이 설명자료에서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핵협의그룹을 포함한 협의 메커니즘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 대통령은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국방비 지출을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한다는 한국의 계획을 공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또한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불(약 36조원)을 지출하기로 했고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주한미군을 위한 330억 불(약 48조원)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공유했다”며 “양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백석대 이향재 교수, 정년퇴직 기념전 <동행> 개최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백석대학교(총장 송기신) 하은기획전시관에서는 14일(금) 오후 2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20일(목)까지 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이향재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개인전 「동행」이 열렸다. ‘예수님과의 동행, 삶의 여정과 함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그동안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예술과 신앙의 조화를 모색해온 백석대 이향재 교수의 예술적 여정을 조명한다. 전시 작품들은 성경 말씀을 중심으로 한 묵상과 기도의 시각적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영적, 타인, 그리고 자신과 의 동행을 경험할 수 있다. 백석대 이향재 교수는 “백석대에서의 오랜 교육 활동을 마무리하며, 그동안의 예술적 여정과 성찰을 하나의 전시로 정리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라며 “이번 전시는 제게 주어진 시간과 만남, 그리고 예술가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감사의 자리입니다. 작품을 통해 제 안의 변화와 배움을 나누고, 앞으로도 창작의 길을 겸손히 이어가고자 합니다.” 라 말했다. 백석대 이향재 교수는 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 후, 홍익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다양한 분야

문화

더보기
우리가 남겨야 할 기록은 무엇인가... ‘조선아트북 新악학궤범’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창작과 장르 간 융합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온 앙상블시나위가 새로운 작품 창작에 앞서 3년에 걸친 프로젝트 ‘조선아트북 新악학궤범’ 발표회를 개최한다. 연주자들이 남기고 싶은 기록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음악적 철학은 어떤 것일까.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문헌 연구가 아니라 연주자들이 직접 악서를 탐독하고 그 안에 담긴 정신과 의미를 되새기며 지금 시대에 맞는 예술의 가치와 전통의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궁중음악 백과사전인 ‘악학궤범’은 악기·의례·법식·가사 등을 그림과 함께 정리한 예술서로, 앙상블시나위는 이 기록이 담고 있는 ‘좋은 음악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라는 철학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오늘날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창작곡들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먼저 △‘성음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아쟁 연주자이자 앙상블시나위의 대표인 신현식의 ‘은하수’ △‘고전을 넘어’를 주제로 전자음악 황승연이 들려주는 ‘둥당둥당’ △‘풍류에 남겨진 융합의 과정’을 주제로 양금 연주자 정송희의 ‘비밀의 강’이 소리꾼 조일하의 정가와 함께 연주되고, △‘동서양의 만남’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