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05 (목)

  • 구름많음동두천 11.6℃
  • 구름많음강릉 11.6℃
  • 구름많음서울 12.5℃
  • 구름많음대전 14.3℃
  • 구름많음대구 12.1℃
  • 흐림울산 10.5℃
  • 구름많음광주 15.6℃
  • 구름많음부산 12.9℃
  • 구름많음고창 14.3℃
  • 흐림제주 16.3℃
  • 구름많음강화 9.9℃
  • 맑음보은 11.7℃
  • 구름많음금산 14.5℃
  • 구름많음강진군 13.4℃
  • 구름많음경주시 12.2℃
  • 구름많음거제 12.9℃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전통의 현대화'에 매진한 이희중 5주기 추모전 개최

URL복사

-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 10월 10~18일, 《이희중 0426:무한의 시선》
10월 10일, 이희중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라운드테이블 비평세미나> 개최
- ‘전통의 재발견’ · ‘전통의 현대화’ 매진한 대표작 100점 전시
- 추상·구상 넘나들며 현대적 풍속화 추구

 

 한국 전통의 재발견과 현대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석운(石韻) 이희중(李熙中. 1956~2019).

작가이자 교육자의 삶을 산 이희중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첫 추모전《이희중 0426:무한의 시선》이 10월 10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이희중의 유족과 제자, 친구 및 지인들이 어렵사리 뜻을 모아 마련된 이번 전시는 작고 후 5년만에 마련된 첫 추모전시이다. 작가의 대표작 100여점을 내건 이번 전시는 근현대 미술사의 발전에 이바지한 이희중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예술세계를 회고하고 재조명해보는 전시다.

전시 구성은 ‘로컬과 글로벌’ ‘자연과 우주’ ‘풍경과 추상’ ‘1970-1980년대 드로잉과 회화' 등으로 구성되었고,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과 이희중 작가의 삶과 예술을 소개했다.

 

 

#한국인의 정체성 탐구 작업 지속

 

생전의 이희중은 “삶이 예술이다”라며 명산대찰 등 한국적 지형을 찾아다니며 선조들과 교감함으로써 풍류를 그렸다. 병중에도 붓을 놓지 않고 유작 800점을 남겼다. 전시제목인 《이희중 0426》은 화가 이희중이 1956년 4월 26일 태어나 2019년 4월 26일 유명을 달리한 기념비적인 의미를 담았다. 


이희중은 무속신앙, 민담, 불교 등 전통 소재를 현대적 회화로 재해석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작업을 지속했다. 출품작들은 작가가 제작한 <우주> , <첩첩산중>, <푸른 형상> 등의 시리즈를 선별해 1980년대 제작한 <산과 용>부터 마지막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 시기에 걸친 작품들이 오랜만에 나왔다. 작품들은 작가가 얼마전 작업을 마친 듯 깨끗하고 보존상태가 좋았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800점 유작을 기반으로 이희중갤러리(용인)를 연 권정옥 대표가 주최했다. 또 석운의 수제자인 작가 다발김(본명 김지영)이 기획 총괄을 맡았다. 전시명 속 0426은 이희중의 탄생일이자 소천일이다.

 

#첫제자 다발김, 은혜 보답코자 추모전 기획 총괄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쳤던 이희중은 교육자로서도 열심히 살았다. 용인대학교 첫제자인 다발김은 “용인대 졸업 후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석사를 하게 된 것도 교수님 덕분이었다. 많은 용기를 주셔서 미국에서 나름의 자리를 찾았다”면서 “이번 전시를 기획 총괄하면서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다”며 스승을 추모했다.

 

또 홍익대 회화과 동기인 윤진섭 평론가는 “한창 열정적으로 작업하던 때에 쓰러져 너무 아까운 작가이다. 살아서 작업을 계속했다면 한류 붐 속에 그의 작품이 얼마나 활짝 피어났을지 가늠이 안된다”며 이번 기회에 작가의 작품 세계가 제대로 널리 알려지기 원한다고 말했다.

 

유족측은 이번 전시를 기념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알리기 위한 작품 도판 및 목록, 작품 연보도 1년 전부터 정리했다. 그리고 발간사와 함께 평론가 박영택· 김병수·함선미·이리스 렌츠(독일)의 평문이 실린 300p 특별 도록도 발간했다

#10일 개막식 & 라운드테이블 비평세미나

 

10일 오후 4시 개막식은 작가 다발김이 진행을 맡았다. 권정옥 대표는 “평생을 그림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일관했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로 증명이 될 것”이라며 “작가가 떠난지 5년이 되었지만 작가가 남긴 작품들을 꾸준하게 선보여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한다”고 참가객들에게 인사했다.

 

용인특례시 이상일 시장을 대신해 부인 김미영씨와 용인대학교 회화학과 송수영 학과장이 전시 축사를 했다. 이날 용인대학교 회화과 학생 수십명과 컬렉터, 언론인, 지인, 관람객 등이 약 200명 가까이 시차를 두고 오갔다.

오후 5시쯤 이어진 ‘라운드테이블 비평 세미나’에서는 미술평론가 박영택(경기대 교수), 김병수(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윤진섭(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조각가 성동훈(국제사막예술프로젝트 감독, 이희중 추모전 추진위원 대표), 이화순(아트칼럼니스트, 에이앤씨미디어 대표), 임순길(용인대 체육학과 교수) 등이 우선미 교수(평론가)의 사회로 이희중의 작품세계에 대한 아트 토크를 이어갔다.

 

김병수 평론가는 “이희중 선생님의 화면엔 지역적인 ‘로컬’과 지구적인 보편성인 ‘글로벌’이 공존한다. 별개의 것 같은 이 두 가지가 이희중 선생님의 한 화면에 어우러져 있다”고 평했다. 또 박영택평론가는 “그의 그림의 소재는 대개 18, 19세기 조선 후기의 민화나 문자도, 책거리 그림에서 차용한 소재들이 뒤섞여있다. 그 외에도 인류가 사용해 왔던 다양한 상징과 기호들이 혼재한다. 그림은 그러한 상징들의 조합이고 번안이다”라 평했다. 홍익대 동기였던 평론가 윤진섭과 이화순 칼럼니스트, 용인대 임순길 교수는 생전에 이희중 작가와 특별한 인연을 말해 박수를 받았다.

 

▲여말선초부터 시작된 예술가 혈통...도도한 예술가의 피 

 

이희중은 전통적인 삶의 철학과 기호화된 우주관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남겼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이 시대 새로운 개념의 풍속화를 추구했다. 그가 전통을 중시하며 전통의 현대적 해석에 몰입했던 배경을 찾다 보니, 흥미롭게도 작가의 가문에 600여년전부터 이어온 도도한 예술가의 피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미술과 관련된 선조가 무려 여말선초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최초의 지도로 알려진 ‘팔도도(八道圖)’(1402년)의 제작자인 조선전기 문신 이회(李薈)를 비롯해, 조선시대 궁정화가, 일제강점기 때 미술가, 삽화가, 미술교사 등으로 활동한 행인 이승만(1903-1975) 등이 그의 선대 할아버지들이다. 러시아 레핀인스티튜트 졸업생으로 뛰어난 서정적인 풍경화를 남긴 화가 이호중(1958~2010)은 동생이다. 

 

▲그림 앞에선 아픔도 싹 잊던  천상 화가 

 

이희중에게 그림은 최고의 취미이자 인생의 낙이었다. 그는 위중한 병중에도 매일 몇시간씩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릴 때는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며 붓을 쥐었다고 한다. 작가로서 그는 우리 고유의 민화와 옛그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일관되게 선보여 왔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통’ 및 ‘전통의 재발견’, ‘전통의 현대화’. 용을 주제로 한 <문자도>, <풍류도>, <우주도> 등은 이 범주에 들어가는 작품들이다.

 

이희중에게 있어서 전통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현재적 시점에서 전통을 정면 돌파하고자 애쓴 작가이다. 그에게 ‘전통의 현대적 해석' 의 문제는 중심 화두였다.

‘전통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양식화하느냐’. 이것이 그의 예술 작업의 본질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그의 주된 방법론은 ‘차용’과 ‘각색’으로 볼 수 있다. 민화나 선대 화가들의 작품에서 일부를 차용하고 이를 각색하여 ‘자기화’ 하는 방법론은 이희중이 오랜 기간에 걸쳐 숙성시켜 온 것이다. <문자도>와 <풍류도>에 주로 나타나는 이러한 태도는 ‘전통의 현대화’라는 과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

 

그로부터 새로운 공간해석이 나타나고 전통적 상징이나 기호가 새롭게 각색된다. 그것은 끊임없는 변형의 과정인 동시에 자기화, 곧 새로운 창조의 과정이다. 상징과 기호의 추상화의 정도는 <풍류도>보다 <문자도>나 <우주도>에서 더욱 심화되어 나타난다.(평론가 윤진섭)

 

▲한국의 문화적 원형 찾기와 새로운 창조 향한 노력

 

이희중이 전통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홍익대 졸업 후 1985년 무렵 떠난 독일 유학이었다. 1991년까지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Kunst Akademie Düsseldorf)를 졸업하고 마이스터슐러(Prof.Hohenbuechler Irene)를 취득한 약 6년간의 독일 체류기간 동안 고국에 있을 때보다 더 한국의 문화적 원형을 찾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이미 1980년대 초반에 <잡초> 시리즈를 비롯, 문자 추상과 민화를 번안하는 작업에 몰입한 적이 있는 그는 독일 체류 기간에 이 일련의 작업을 심화시킨다.

이 작업이 가져온 성과는 스테들러 화랑 초대전(1989), 스테허 화랑 초대전(1989), 안파리나 화랑 초대전(1989), 이파 화랑 초대전(1991) 등을 통해 나타났다.

한편 서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민화는 당시 이희중에게는 소재의 보고(寶庫)였다. 화제(畵題)에 따라 십장생도백록도, 노송도, 운룡도, 금상산도, 용호도, 치우도, 어락도, 문방도, 모란도 등으로 나뉘는 민화의 다양한 세계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고 걸러지거나 종합됐다. 그의 작품에서 <우주도><풍류도>. <문자도> 등도 1990년대 초반의 조형적 실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가 치열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민화적 소재에 천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전통의 현대화’의 성공 요건은 무엇보다 그것이 오늘의 관점에서 살아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희중이 보여 주는 비전은 ‘생동감 있는 조형 감각’으로 나타나 있다.

그가 민화 특유의 기(氣)와 치기(稚氣)를 탈색시키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창조의 세계’로 나아간 점은 국면은 ‘전통의 현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편 18일 한가람미술관 전시가 종료된 후에는 이희중갤러리(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외개일로 20번길 46-8)에서 기획전을 이어나가게 된다. 이희중갤러리 첫 기획전은 11월 1일~12월 31일 예정이다. 아울러 이희중갤러리는 카이스트미술관과 작품 기증 여부를 논의중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Sh수협은행, 美 LACP 비전 어워즈 금상 수상 ... “지속가능경영 성과 국제적 인정”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Sh수협은행은 미국 커뮤니케이션 연맹(LACP)이 주관하는 ‘2024/25 비전 어워즈(Vision Awards)’에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고 5일 밝혔다. ‘LACP 비전 어워즈’는 2001년부터 전 세계 기업과 기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평가해온 세계 최대 규모의 보고서 경연대회다. 올해는 전 세계 1,000여 개 이상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Sh수협은행은 이번 대회에서 총 8개 평가 항목 중 ▲보고서 표지 ▲경영진 메시지 ▲보고서 서술 내용 ▲재무 섹션 구성 ▲창의성 ▲정보 접근성 등 6개 항목에서 만점을 기록하며 100점 만점에 총점 98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Sh수협은행은 해당 분야 금상 수상은 물론, 전 세계에서 출품된 보고서 중 성적이 우수한 상위 100개 기업을 선정하는 월드와이드랭킹에서 52위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신학기 수협은행장은 “비전 어워드 첫 출전에서 거둔 글로벌 100위 진입은 수협은행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값진 결과”라며, “앞으로도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투명하고 충실

정치

더보기
윤희숙, 서울특별시장 출마 선언...“윤석열과 절연 주저하면 심판, 용적률 500% 제4종 일반주거지역 도입”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할 것임을 밝혔다. 윤희숙 전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지금 대한민국을 힘으로 짓누르며 나라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이번 지방선거로 서울마저 장악하게 된다면 대한민국과 서울은 모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질 것이다”라며 “제가 사랑하는 서울이 끝없이 추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저는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을 지키고 다시 일으키는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저는 작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계엄과 파면에 대한 당의 입장변화를 촉구하며 단호하게 절연을 주장했다. 역사의 준엄한 흐름을 거슬러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며 “만약 당 지도부가 지금처럼 결단을 주저한다면 결국 지방선거라는 심판대에서 국민의 선택으로 매듭지어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윤 전 의원은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예외 없이 세금폭탄, 대출 봉쇄, 투기꾼 사냥, 이 3종 세트로 부동산 시장을 초토화시켰다. 그러나 지금같이 가파른 공급 절벽을 넘는 길은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신라 천 년의 울림을 만나다... ‘성덕대왕신종’ 디지털 영상 공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성덕대왕신종을 주제로 한 디지털 실감 영상을 새로 만들어 공개한다. 이번 영상은 신라미술관 1층 디지털영상관에서 상영되며, 프로젝션 맵핑 기술과 9.1 채널 입체 음향을 통해 종의 울림과 조형을 생생하게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영상은 성덕대왕신종의 소리와 문양, 명문(銘文, 새겨놓은 글)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하여, 관람객이 종에 담긴 기술, 조형 특징, 제작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 같은 구성으로 신라의 뛰어난 과학기술과 미적 감각은 물론, 종을 제작한 배경과 그 의미를 실감 영상이라는 매체로 감동을 극대화하였다. 영상의 첫 부분은 성덕대왕신종의 실제 종소리를 바탕으로 종의 깊고 장엄한 울림을 재현하여 관람객이 몰입할 수 있게 하였다. 이어지는 두 번째 부분에서는 거푸집 위에 문양이 새겨지고, 쇳물이 채워지는 등 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완성된 종의 문양과 명문 등의 요소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높이가 3.6미터에 이르는 종의 크기로 인해 실제 관람 시 보이지 않는 용뉴(龍鈕, 종 꼭대기의 장식) 부분까지 영상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