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01 (목)

  • 구름조금동두천 -8.1℃
  • 구름조금강릉 -2.3℃
  • 맑음서울 -7.6℃
  • 흐림대전 -5.5℃
  • 구름많음대구 -3.3℃
  • 구름많음울산 -2.1℃
  • 구름많음광주 -3.0℃
  • 흐림부산 -0.2℃
  • 흐림고창 -4.4℃
  • 흐림제주 1.7℃
  • 구름조금강화 -6.5℃
  • 흐림보은 -6.5℃
  • 구름많음금산 -5.3℃
  • 흐림강진군 -2.7℃
  • 구름많음경주시 -3.5℃
  • 구름많음거제 -1.0℃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이강소 작가, MMCA 서울서 실존과 재현 실험한 대표작 선보여

URL복사

이강소 작품 세계 조망, 《이강소: 風來水面時》 개최
실존과 재현 이미지 실험하는 100여 점 출품
내년 4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지하 1층에 들어서면 선술집처럼 꾸며진 공간을 만나게 된다. 낙지볶음, 조개탕, 돼지갈비, 동태찌개, 백반 등 메뉴판이 있고, 탁자와 의자 세트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주방이나 셰프, 주문자는 보이지 않는다. 이강소 작가가 1973년 명동화랑에서 열었던 첫 개인전 퍼포먼스 작품 ‘소멸-화랑 내 선술집’(1973)을 재현해 놓은 현장이다. 

 

한국현대작가 중 대표작가로 꼽히는 이강소(81) 화백의 작품세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드문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국현이 마련한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전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개념적 실험작업을 시도한 한국 대표 현대미술작가 이강소 화백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명한다.  

전시장에는 80대 작가의 청년시절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누드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작업한 것을 비롯해,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작가의 개념적이면서 실험적인 작품들이 흥미롭다.  

전시명 ‘풍래수면시’는 ‘바람이 물을 스칠 때’라는 뜻으로 ‘새로운 세계와 마주침으로써 깨달음을 얻은 의식의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송나라 성리학자 소옹(邵雍, 1011~1077)의 시 ‘청야음(淸夜吟)’에서 따왔다.
이강소 화백은 ‘오리 작가’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회화와 조각, 설치, 판화,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다채로운 작업을 해왔다. 

 

실제로 이 화백은 이미지의 인식과 지각에 관한 개념적인 실험을 지속해 온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다. 청년시절부터 현대실험적인 작품을 다채롭게 해 왔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집, 배, 오리, 사슴 등의 구상 회화를 선보이면서 그를 회화작가로만 알고 있는 애호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이강소 바로 알기’라는 측면에서 반가운 전시다. 이번 전시는 세계에 대한 서로 다른 인지 방식을 질문하고 지각에 관한 개념적인 실험을 지속해 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함축한다. 
 

이번 전시는 세계에 대한 서로 다른 인지 방식을 질문하고 지각에 관한 개념적인 실험을 지속해 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함축한다. 작가에게 “오리는 왜 그렇게 많이 그렸는지” 물어보면 “사실 나는 오리를 그리려고 그린 것이 아니에요”라고 대답한다. 산책을 좋아했던 그는 공원이나 동물원에서 움직이는 동물 보기를 즐겨했는데, 1980년대 후반 뉴욕주립대 초빙 교수로 가서 호수에 떠다니는 오리를 보면서 그들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오리라는 존재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오리가 존재했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오리’라는 존재가 그곳에 있었다는 증명은 그들의 움직임의 파동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표현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오리나 사슴, 배 등의 대상은 형태를 묘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움직임 또는 그들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는 거다. 따라서 오리 형태로 보이는 대상도 오리를 그린 것이 아니라는 거다. 
작가는 “보는 사람들이 각자 머릿속에서 다 다르게 연상할 수 있고 떠올릴 수 있도록 자유로움을 제공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집안의 영향으로 동양철학과 한국철학, 중국화론 등에 관심이 컸던 작가는 “사람마다 마음으로 대상을 본다. 그러니 모두 다 객관적인 대상은 없다. 어떤 이에게 사슴처럼 보이는 그림이 다른 이에게는 뾰족 뾰족한 덩어리로 보일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얘기한다. 
따라서, 이 화백은 오리 도상을 반복적으로 그리면서도 작품의 의미와 해석을 관객에게 열어두었다. ‘오리’라는 특정한 상징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관객의 경험과 시선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될 수 있는 존재이다. 오리는 자유를 상징할 수도 있고, 또 관객 자신이 대입한 다른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유동적인 존재이다. 

 

“작품은 관람객에 의해 완성된다”는 이 화백은 작품에서 자아를 지우고 열림 해석의 구조를 지향한다. 이런 열린 해석의 구조에 대한 생각은 첫 전시 때부터 시작됐다. 1973년 명동화랑 첫 개인전 퍼포먼스 작품인 ‘선술집’(1973)은 사진으로 설치되어 있다. 
반백년 전 명동에서 이벤트로 화랑 내에 선술집을 여는 획기적인 퍼포먼스를 열어 시대를 앞서갔던 작가는, 그때 선배와 마주 앉아서 ‘전에 왔던 사람들이 지금 없듯이,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도 나중에는 없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작가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70년대 신체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서울비엔날레, 에꼴드서울 등 당시 현대미술운동에 참가하며 실험미술작업을 시작했다. 1974-1979년까지 대구현대미술제를 기획, 동료 작가들과 함께 서구의 미술사와 다른 한국현대미술 고유의 철학적, 미술적 태도를 찾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비디오, 판화, 영상 등으로 기존의 이미지에 대한 이해를 전복할 수 있는 매체 실험을 함께 진행했다. 
그런 한편 제9회 파리비엔날레(1975), 제2회 시드니비엔날레(1976), 제10회 도쿄국제판화비엔날레(1976), 제14회 상파울루비엔날레(1977)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갔다. 1980년대 이후에는 사유의 과정에 천착하며 회화작업에 몰두했다. 
작가는 1980년대 초 추상에서 시작하여 1980년대 후반 집, 배, 오리, 사슴의 등의 구상을 거쳐, 1990년대 이후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상상적 실재를 이야기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글자와 추상의 경계를 교묘하게 이용한 작업 시리즈로 계속됐다. 

 

전시는 197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 온 두 가지 질문에 초점을 맞추었다. 
첫 번째 질문은 창작자이자 세상을 만나는 주체로서 작가 자신의 인식에 대한 회의이다. 전시는 비디오, 이벤트와 같은 새로운 매체뿐만 아니라 회화, 판화, 조각 등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며 창작자로서 작가의 의도적 행위를 내려놓고, 새로운 감각과 경험의 가능성을 작품에 담고자 노력하였던 작가의 궤적을 따라간다. 


두 번째 질문은 작가와 관람객이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의문이다. 명동화랑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의 ‘소멸-화랑 내 선술집’(1973)에서부터 시작한 객관적인 현실과 그 현실을 재현한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의심은 텍스트와 오브제, 이미지를 오가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질문을 던진다. 관찰자인 감상자가 작품을 완성한다면서 다양한 인지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열린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3 전시실에서는 실험미술이 한창이던 1970년대 중반 이후 창작자로서 작가의 역할과 한계를 질문하던 시기,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새로운 매체를 처음 접한 후에도 지속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비디오 작업 ‘페인팅 78-1’(1978)과 누드 퍼포먼스 ‘페인팅 (이벤트 77-2)’(1977)는 각각 그리는 행위를 통해 오히려 작가 본인이 지워지거나, 작가의 몸에 묻은 물감을 지워내는 과정에서 회화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비디오–2 작업 ‘페인팅 78-1’(1978)과 연계해 작가가 1977년 리화랑 옥상에서 유리에 칠을 하며 실험했던 사진 작업이 처음 발굴되어 함께 출품됐다. ‘작가 지우기’의 노력을 보여준다. 최근 선보인 테라코타 등의 재료를 던져 만드는 ‘만들어지는 조각’도 작가 지우기의 연장선에 있다. 

 

1980년대 초 추상적 드로잉을 시작, 미국 시기를 거치고 작가는 창작자의 의도대로 감상자가 작품을 해석하는데 회의를 느끼며 회화의 새로운 접근방식을 고민했다. 이런 고민은 감상자의 마음과 생각, 기억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작가적 태도로 발전해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집, 배, 오리, 사슴 등의 구상 시리즈까지 선보인다.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인지 방식에 따라 작품을 해석하며 완성되는 열린 구조의 작업을 지향하는 작가의 작업 세계 전반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제4 전시실에서는 초기 작업부터 2000년대 회화에 이르기까지 바라보는 대상을 의심하며, 이미지와 실재의 관계를 고민했던 이강소의 작업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이강소 작가는 ‘존재는 불안정하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작가 자신의 철학을 회화적 실험으로 잘 드러냈다”면서 “회고전과는 구별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평생 추구한 개념들을 시대와 매체, 표현에 따라 느껴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내년 4월 13일까지.  
  
<사진 = MMCA 서울 제공>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연임…생산적 금융·AX 가속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임종룡 현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추천했다. 임추위가 지난 10월 28일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한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이강행 임추위 위원장은 임 회장을 추천한 배경으로 "재임 중 증권업 진출과 보험사 인수에 성공하며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고, 타 그룹 대비 열위였던 보통주자본비율 격차를 좁혀 재무안정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또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시가총액을 2배 이상 확대하고,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그룹 신뢰도를 개선한 점 등 재임 3년간의 성과가 임추위원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았다"고 부연했다. 임추위는 현재 우리금융의 당면과제를 ▲비은행 자회사 집중 육성과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안정적 도약 ▲인공지능(AI)·스테이블 코인 시대에 맞춘 체계적 대비 ▲계열사의 시너지 창출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등으로 판단했다. 이 위원장은 "임 회장이 제시한 비전과 방향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었다"며 "경영승계계획에서 정한 우리금융그룹 리더상에 부합하고, 내외부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점도 높이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임추위는 지난 10월 28일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약 3주간 상

사회

더보기
3세대 스텐트 시술 환자, 이중 항혈소판제 3~6개월 투여도 장기적 효과·안전성 충분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관상동맥질환 스텐트 시술 후에는 혈전증 예방을 위해 일정 기간 이중 항혈소판제를 투여한다. 그중 혈전증 위험을 크게 낮춘 ‘3세대 약물용출 스텐트 시술 환자의 경우, 이중 항혈소판제를 3~6개월만 투여해도 12개월 투여 대비 3년 장기적 효과와 안전성이 동등하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팀이 입증했다. 특히 이중 항혈소판제를 12개월 이상 유지한 환자는 혈전증 예방 효과 없이 출혈 위험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세대 약물용출형 스텐트: 기존 2세대 스텐트보다 지주가 매우 얇고, 약물을 스텐트에 입히는데 필요한 폴리머의 성질이 개선되거나 폴리머를 전혀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스텐트 혈전증의 위험을 낮춤 서울대병원 김효수·한정규·황도연 교수팀은 3세대 스텐트 시술 환자 2천여명을 장기간 추적한 다기관 무작위배정 임상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심장근육에 혈류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죽상경화증으로 좁아지면 흉통을 유발하는 협심증이나 급성으로 혈류가 차단돼 심장근육이 손상되는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이런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혈관을 넓히기 위해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하며, 국내에서 매달 4천여명이 이 시술을 받고

문화

더보기
다양한 길 위를 지나 돌봄의 삶에 이르기까지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묻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펴냈다. ‘묻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저자 배상대의 삶을 관통해 온 질문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저자의 사유를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다. 가난한 유년기부터 특수 목적 고등학교인 금오공고 재학, 해군사관학교에서의 엄격한 훈련, 해군 장교로서의 복무, 전역 후 기업가·연구자·농업 종사자로 이어지는 다양한 삶의 궤적이 담겼으며, 그 과정에서 이뤄진 철학적 사유와 성찰의 결과가 책 전반에 담겼다. 저자는 해군 항해과 장교로 임관해 다양한 보직을 수행하며 책임과 공동체의 가치를 몸으로 익혔다. 전역 후에는 식품공학과 전통양조학을 공부하고, 기업과 연구 현장을 오가며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이 책이 주목하는 삶의 중심에는 외적인 성취가 아닌 치매 노모를 돌보며 마주하게 된 일상의 시간들이 자리한다. 저자는 돌봄의 과정 속에서 삶의 속도를 낮추고 반복되는 하루를 지켜내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 경험은 인내와 감사, 실천과 책임이라는 삶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된다. ‘묻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이러한 깨달음을 개인의 회고에만 머무르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붉은 말띠의 해’, 새해의 목표는?
다사다난했던 2025년 ‘푸른 뱀띠의 해’를 보내고, 활력과 열정, 속도와 변화의 에너지가 강하다고 여겨지는 ‘붉은 말띠의 해’ 병오년(丙午年)이 밝았다. 새해는 개인에게는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며, 국가적으로는 변화의 흐름을 점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 국가적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치러진 6·3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큰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이후 경제와 외교 전반에서 비교적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 APEC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미국과의 관세 전쟁 속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사상 첫 수출 7천억 달러를 달성해 세계 6위 수출 국가라는 기록을 남겼다. 대한민국 정부는 새해 국정목표를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연대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등 5대 국정 목표와 123대 국정 과제를 추진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