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관계가 만드는 가치
거제도의 사회복지법인 애광원 김임순 원장은 6·25전쟁의 피난길에 버려진 영유아를 도맡아 키우기 시작하여 78년부터는 중증의 정신지체장애아들을 위한 특수교육시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장애인 공동생활 시설 등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1989년 막사이사이 봉사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수상금을 토대로 전체 설계도를 완성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애광원은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장애인 복지시설로 이름을 얻어 세계 곳곳의 장애인 시설 관계자들이 견학 차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1995년 애광원의 성빈관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가 중도에 부도가 나면서 협력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 김용만 현장소장은 사람과 건물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건축주, 설계자, 협력업체를 모아 “애광원공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한 마음에서 시작된 건축이니 우리는 그것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책임이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공동분배의 원칙‘이라는 게 있듯 우리가 모자란 공사비를 분담하여 공사를 마무리하자”고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협력업체들은 적은 손실이 아니었지만 김용만 소장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여 일을 잘 마무리하는 기적을 만들어 내고 아름다운 관계의 시작이 되었다.
그 이후 품 건축 행복집짓기를 설립하여 포천 평강식물원, 장유 남산교회, 아산 피나클랜드, 평창동 코니스국제유치원 등 괄목할 만한 생태주의 공간 건축에도 참여한 김용만 대표는 지금도 애광원에 문짝이 떨어져 나가거나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필요한 보수, 유지업무를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친환경 건축사업을 하면서 30년 전에 만난 건축주와는 지금까지도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사후관리를 해주고 있으며, 집이 완성되면 동네주민을 초청하는 잔치로 집주인이 그 마을에 빨리 동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인연의 유지도 지원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균형이 가장 이상적인 건축의 시작과 완성
세 개의 꼭지점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아름다운 삼각형을 이룰 때 가장 이상적인 건축이 된다고 한다. 세 꼭지점에는 건물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 건축주의 생각과 뜻과 의지를 반영해 줄 설계자, 이들의 생각과 표현된 도면을 믿고 현실로 옮겨 줄 시공자가 서 있는데 이들이 균형을 어떻게 이루느냐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 때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생한다. 애광원 공사는 김임순 원장이 아이들을 위한 좀 더 나은 공간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믿음이 김용만 소장에게 전해졌고 그런 믿음과 신뢰가 중도에 건설회사 부도라는 어려움이 생겼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건축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인간적이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 건축=공사의 공식을 가지고 있어 건축이라는 일이 상당이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그 바탕에는 만남이라는 기초가 깔려 있고 휴머니즘이 담긴 작업이어야 한다.
손잡지 않고 살아난 생명은 없다
최재천 교수는 ‘손잡지 않고 살아난 생물은 없다’에서 자연계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생물은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이라고 한다. 이 세상 동물들의 무게를 다 합쳐도 식물 전체의 무게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자연계에서 숫자로 가장 성공한 생물은 바로 곤충이다. 이 지구 생태계에서 무게와 수로 가장 막강한 두 생물집단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진화의 역사에서 곤충과 현화식물이 꽃가루 받이라는 공생관계를 만들면서 양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연계의 가장 기가 막힌 성공사례 하나만 보아도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무조건 서로 물고 뜯고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의 한 연구기관에서 집과 사람의 수명이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알아본 조사에서 콘크리트집에 사는 사람과 천연목재로 만든 집에 사는 사람의 수명 차이가 9년이나 났다고 한다. 물론 이 연구조사를 받아들이는 데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으나 주거공간과 건강의 관계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동안 편리와 실용만 추구하다가 인간성과 건강마저 잃어버린 주거공간에서의 병폐가 극에 달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휴머니티가 살아있는 공간의 추구가 절실하다. 좋은 건축은 만남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사람이 만나고 재료가 만나고 자연과 만나며 이웃과 만나 아름다운 건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이,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는 친환경 건축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미래회의 회장인 티모시 맥 (Timothy Mack)은 “미래에는 인간 사이의 대면접촉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하고 했다.
윤형돈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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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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