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61) SBS 축구 해설위원이 홍명보호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기원했다.
차 해설위원은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방송센터 13층에서 열린 'SBS 2014브라질월드컵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8강 진출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축구에 불가능은 없다.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들을 기쁘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SBS의 브라질월드컵 축구해설을 맡은 차 해설위원을 비롯해 박문성·장지현·차두리·김동완 등 해설진과 배재성·김일중·조민호·이재형 아나운서 등이 참석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차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늘 오전 전지훈련을 위해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했다"며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져있는 국민들을 위해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주길 바란다. 위로와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경기를 펼쳐 달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객관적인 전력을 따져봤을 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목표로 내세운 8강 진출의 꿈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축구에서는 어떠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불가능은 없다. 누구보다 대표팀을 잘 알고 있는 홍 감독이 8강을 목표로 잡았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청용·박주영·구자철·손흥민·기성용 등 유럽에서 큰 무대 경험을 많이 쌓은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알제리·벨기에와 한 조에 속했다. 현재 해외축구 전문가들과 베팅업체들은 한국을 조 3위 전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이 세간의 예상을 뒤집고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러시아(6월 18일) 그리고 알제리(23일)와의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챙겨야 한다. 그래야 '1강' 벨기에 최종전(27일)에서 전술적인 경기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
차 해설위원도 러시아·알제리와의 2연전을 이번 브라질월드컵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러시아는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다. 특히 미드필더진의 공·수 전환 속도가 빠르다. 팀워크가 뛰어난 팀인 만큼 한국이 사전에 준비를 잘해야 한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둔 경기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차 해설위원은 "알제리는 한국이 1승 제물로 노릴 수 있는 팀이다.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며 "홍 감독 역시 알제리전 승리를 위해 아프리카 팀과 마지막 두 차례의 평가전을 계획한 것 같다. 2차전에서 1승을 거둔다면 벨기에와도 멋진 승부를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명보호는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출정식을 겸한 의미있는 경기였지만 한국은 공·수 양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드러내며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차 해설위원은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둔 태극전사들이 평가전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정규리그를 마치고 귀국한 만큼 선수들의 컨디션은 완벽하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회복 단계에 있었다"며 "출정식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것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봤으니 다음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에서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해설위원들은 각자의 기준에서 브라질월드컵에 나서는 홍명보호의 예상 성적을 점쳤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평소 예측이 많이 틀려 '박펠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지만 조별리그 2승1패의 성적을 예상한다"며 "러시아 풀백들은 공격 가담이 활발한 편인데 한국의 좌우 날개인 손흥민이나 이청용이 선제골을 넣을 것 같다. 최근 기성용도 실력이 절정에 올라있는 것 같다. 4강은 어렵겠지만 그전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FC서울 현역 선수에서 잠시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차두리는 "모두 좋은 얘기들을 하고 있으니 저는 현실적으로 분석해보겠다. 한국이 16강에 간다면 그것 자체로도 굉장한 성과다"며 "현재 외국에서는 벨기에와 러시아가 16강에 올라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을 따져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강팀들이 한국을 가볍게 생각하고 경기에 임한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득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알제리전에서 16강을 확정지어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튀니지전 내용이 좋지 않아 많은 팬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대회 성적을 논하기보다는 당장의 골결정력 문제를 푸는 것이 더 시급하다"며 "러시아전에서 기선을 잡을 수 있는 한 방이 터져야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손흥민의 득점력과 기성용의 안정감에 기대를 걸어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