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달 24일 시범 운영을 시작한 공연예술통합전산망과 관련, 논쟁이 일고 있다.
공연계에는 작품별 누적 관객수와 매출액을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공식 통계가 없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공연장에서 어떤 공연의 티켓이 얼마나 팔렸는지 집계, 기초데이터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은 "공연 분야도 산업으로 정착하려면, 통계 데이터 등 여러가지 분석을 통한 시장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연업계도 동감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한국콘서트제작자협회·한국공연관광협회 등 공연계 수익의 70%를 챙기고 있는 3개 단체는 11일 서울 대학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장별로 좌석 공유망을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국공립·사립 공연장·문화회관 등 입장권을 발매하는 시설의 현장 매표소(박스오피스)에 통합전산시스템을 설치, 전국을 실시간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운영하자는 것이다. 전국 매표소의 발권시스템 통합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7개 국·공립 공연시설(16개 공연장)을 중심으로 예매(발권) 정보를 전송받아 통계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가 제안하고 있는 발권시스템이 아니라 공연장의 데이터베이스를 모아 합산하는 구조다. 국·공립 위주여서 공연계 전체 시장을 가늠하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설앤컴퍼니 대표인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장은 "우리와 정부가 제안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목표는 똑같은데 방법은 다르다"면서 "문체부가 추진하는 예매 통합 시스템를 하려면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엄청난 시간도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내놓은 안은 예산을 줄일 수 있다"면서 "예매처 통합과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 안을 제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의 극장 좌석을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망을 설치하자는 얘기다. "예술의전당과 같이 예매처가 있는 것은 연동만 하면 되니까 쉽다. 그러니 예산은 많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의전당 등의 자체 발권시스템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몇십억원을 들여 자체 예매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예매를 할 때 수수료가 무려 7%다. 인터파크, 예스24, 옥션 등 지금은 인터넷 예매사이트마다 좌석이 달라서 따로 들어가야 하는 불편이 있다. 예매처마다 연동을 하면 좌석을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 될 것이다."
인터넷 티켓 예매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인터파크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통합전산망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안다. 만약 더 이상 협조가 안 되면 법제화도 생각하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이 상정됐는데 지금은 연극과 함께 분류가 돼있다. 뮤지컬을 따로 분류해 시장 활성화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할 것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시장을 왜곡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공연 랭킹'의 부작용도 없앨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인터파크 같은 곳에서 단독으로 예매하는 공연은 항상 상위권에 랭크된다. 관객들이 인터파크에 들어가면 상위에 있는 공연을 자연스럽게 예매할 수밖에 없다."
주로 넌버벌 공연제작사가 속한 한국공연관광협회 최광일 회장은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공연을 하다 보니 국내 관객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공연통합전산망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단체에 속한 공연은 연간 160만명이 본다. 그러나 매출 통계에 잡히지않는다. 공연예통합전산망을 통해 정확한 통계가 나오면 시장이 형성되고 투자 요건이 확보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든다"고 말했다.
이들 세 단체가 주장하는 좌석공유제는 공연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도 시도하지 않은 제도다. "한국과 비교할 수가 없는 구조다. 한국 공연 티켓 판매는 99%가 인터켓 예매다.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는 인터넷예매가 30% 미만이다. 70%가 관광객이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표를 중개하는 중소업자들이 다 굶어서 인터넷 예매를 장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인터넷예매는 그들이 우리를 부러워해야 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티켓마스터와 텔레차지 등 인터파크같은 거대 티켓 예매처가 있다. "그 곳들의 매출은 전체의 30% 밖에 안 된다. 비교할 수 없다. 좌석공유제가 되면 티켓예매처들이 서로 좋은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하고 그러면 결국 제작사가 좋아진다. 마켓을 공유하는 부분 역시 인터파크에게 당장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플랫폼에 대한 인지도가 크기 때문이다. 당장 좌석이 공유된다고 해서 관객들이 바로 다른 티켓 예매처로 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한국뮤지컬협회가 인터파크만 너무 몰아붙인다는 시선도 있다. 설 대표는 "인터파크를 공격한다고 해서 우리들에게 무슨 이득이 오는 건 아니다. 다만 공정하지 않은 거래를 시정하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터파크를 공격한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한국뮤지컬협회 차원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계획은 우선 접기로 했다. 공정거래를 위한 제보는 계속 수집 중이다. 수정이 안 되면 그 때는 제소할 수 있다. 공연계가 너무 힘드니 상생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공연계의 큰손인 대기업 CJ E&M 공연사업 부문에게는 할 말을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설 대표는 "뮤지컬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유통·배급·투자를 독점하려는 시도"라면서 "CJ E&M 공연사업 부문은 다르다. 예술의 전당 내 CJ 토월극장은 사회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200억원을 투자했다. 1년간 무대를 쓸 수 있는 기간도 얼마 안 된다. (인터파크가) 극장을 가지고 배급, 판매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답했다.
인터파크 역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필요성과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문체부와 협의하고 있다.
문체부는 12일 오전 10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의 중장기 성공전략'과 '공연예술 시장의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 등을 위한 공연예술 정책 대토론회를 연다. 한국뮤지컬협회 관계자, 인터파크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