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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실험실에서 인류를 구한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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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 초기 연구자의 위대한 업적과 에피소드 ‘미생물 사냥꾼’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인간이 백신을 맞게 된 것은 불과 30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 미생물학의 놀라운 발전을 통해 전염성 질병의 원인균을 밝혀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은 인류를 병들게 하고 심지어는 죽이기도 하는 작은 동물의 세계를 생명을 걸고 탐험한 13인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다.


투쟁과 승리의 연대기


‘미생물 사냥꾼’은 최초로 인류사를 바꿔놓은 위대한 미생물학자들의 연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7세기 안톤 반 레벤후크는 최초로 현미경을 발명해 맨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미생물의 세계를 처음으로 들여다보았다. 이후 몇십년간 반복적이고 지루한 관찰로 미생물의 종류를 구분하고 크기를 쟀으며 혈관을 발견했다. 스팔란차니는 미생물도 부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내며 생물이 생장에너지라는 얼토당토않은 것에서 생겨난다는 자연발생설을 무너뜨렸다.


파스퇴르는 발효의 원리와 이스트의 역할을 밝혀냈다. 프랑스의 실크산업을 구해냈고 맥주를 맛있게 만들었다. 파스퇴르는 세균설을 주장해 안전한 수술실을 만드는 토대를 제공했다. 로베르트 코흐는 프러시아의 시골의사로 당시 농부들에게 큰 문제가 되던 탄저병원균을 발견하고 매년 인구의 7분의 1을 죽이던 결핵원인균을 연구했다. 그리고 콜레라의 원인균도 발견했다.


이후 파스퇴르는 탄저병을 앓다 살아남은 동물은 면역을 얻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병원균을 약독화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또 광견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내고 백신을 개발했다.


루와 베링은 디프테리아 항독성 혈청을 만들어냈고 메치니코프는 미생물을 걸신들린 듯 먹는 백혈구 포식세포에 대한 연구를 했다.


미국 미생물 연구의 대장인 테오발드 스미스는 들판을 실험실 삼아, 소들을 괴롭히는 텍사스열을 옮기는 주범이 진드기임을 밝혀냈다. 영국 군인이자 의사인 데이비드 브루스는 아프리카에서 수면병을 옮기는 범인으로 체체파리를 체포한다. 인도에서는 로널드 로스가 말라리아를 연구하고 그라시는 이탈리아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특정 모기를 확인한다. 황열을 막은 월터리드 뒤에는 실험에 대상으로 자원한 위대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마지막 장은 비소화합물로 특정 질병에만 작용하는 마법의 치료제를 만들어낸 파울 에를리히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적 좌절과 윤리적 고민까지


이들 학자들이 놀라운 발견을 해내지 못했다면 영국은 아프리카 식민지를 진즉에 포기했을 것이며 파나마 운하는 절대 건설될 수 없었을 테고 아직도 소아마비, 말라리아와 콜레라, 황열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수천명의 아이와 성인이 죽어나갔을 것이다.


이 책은 초기 미생물학자들이 어떻게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을 발견해내고 실험을 통해 전염 경로를 파악했으며 마침내 예방법까지 알아냈는지를 과학자인 저자가 재치 넘치는 문체로 알려준다. 학자의 성취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좌절과 윤리적 고민까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통해 생생하게 담은 것은 이 책의 매력이다.


13인의 전기이자 미생물과학 발전의 연대기인 이 책은 또한 과학에 대한 탐구서기도 하다. 과학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과학을 탐구해야 하는지, 과학자가 추구해야 하는 이상은 무엇인지 이 책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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