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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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돋보기

비밀은 거짓말인가

모든 것을 공유하고 대리 체험하는 SNS 세상에 대한 섬뜩한 우화 ‘더 서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로 더 많이 연결될수록 더 많은 지식을 공유하고, 더 많이 공개할수록 투명한 사회가 될 것인가? 24시간 자원자의 모습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미래의 한 기업 프로그램을 배경으로 SNS의 문제점을 우화적으로 은유했다.

2억명에게 24시간 자신을 생중계

모두가 선망하는 신의 직장이자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기업 서클의 CEO 에이몬은 비밀이 없다면, 그리고 지식과 정보를 감춰두지 않는다면, 모든 인간이 숨겨진 잠재력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믿음 아래 24시간 개인의 모든 것을 생중계하는 ‘씨체인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는 ‘비밀은 범죄를 가능하게 하고, 책임이 없을 때 사람들은 더 나쁘게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선천성 내성마비로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자신의 아들이 다른 사람이 찍은 영상이나 사진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듯, 모든 것을 나누는 투명한 사회가 돼야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밤에 혼자 카약을 타다 갑작스레 바다에 떨어져 위험에 처한 메이는 ‘씨체인지’ 카메라를 지켜보고 있던 네티즌의 제보로 기적적으로 구출된다. 그 후 메이는 ‘비밀은 거짓말이다’는 생각과 함께 ‘아는 것은 힘이지만, 모든 것을 아는 건 훨씬 좋은 일이다’라는 에이몬의 철학에 완전히 매료돼 ‘씨체인지’ 프로그램 첫 참여자로 자원하고 24시간 자신의 모습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

전 세계 2억명에게 24시간 자신을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는 모두가 주목하는 SNS 스타로 떠오르고, 서클의 핵심 인물로 성공 가도를 달린다. 하지만 ‘씨체인지’ 프로그램을 통해 메이 뿐만 아니라, 그녀의 부모님과 친구,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본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세계인에게 생중계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과 마주한다. 개발자 타이는 그녀를 찾아가 서클이 감추고 있는 시스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SNS의 공포성

‘더 서클’은 투명한 사회가 주는 장점과 사생활의 필요성 사이에서 세상은 과연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한다. 투명한 사회, 알 권리,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SNS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내는 이 영화는 유토피아적 이상주의가 얼마나 신속하게 감시국가의 체제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 ‘씨체인지’ 프로그램은 오늘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연상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표면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공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목적이지만 역으로 다른 누군가가 이 시스템을 통해 나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시대적 민감성을 담고 있는 주제지만, 극단적 설정들과 통찰력의 부족으로 피상적 문제 이상의 날카로운 공감이나 감동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 한계다. SNS의 지배가 갖고 있는 본질적 위험성이나 놓쳤던 이면을 포착하는 데 이르지는 못하기 때문에 영화의 메시지는 진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가 삶의 도구가 아닌 목적이 된다거나 사생활의 지나친 노출 등의 공포적인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이 이 영화의 존재 가치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통한 비주얼적 즐거움은 인상적인 면들이 있다. 친환경적이며 스타일리시한 미술을 통해 모두가 선망하는 글로벌 소셜미디어기업 서클의 이상적 이미지를 구축해낸다. 설립자의 가치관을 상징하는 이 같은 세계관은 이후 순식간에 변질되면서 대비적 효과를 준다.
유토피아 같은 이 공간은 구석구석을 비추는 카메라와 메이의 책상에 늘어나는 모니터와 같은 소품을 이용해

직원들의 삶을 철저하게 장악하는 거대 기업 서클의 이면적인 모습을 표현한다. 또한 유저들의 개인 정보가 모여 있는 회사 내 지하 데이터 창고를 통해 투명하고 완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설립자들의 이상 뒤에 숨겨진 위험성을 표현한다.

엠마 왓슨과 톰 행크스 연기 호흡

‘미녀와 야수’를 통해 전 세계 12억불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할리우드의 차세대 흥행퀸 타이틀을 거머쥔 엠마 왓슨은 그동안 한 번도 연기해보지 않은 20대 사회초년생 역할을 맡았다. 미국 명문 대학인 브라운대학교를 졸업하고, UN 여성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성평등 지지 연설을 한 것으로 형성된 엠마 왓슨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지적인 이미지가 연장되는 캐릭터다.

톰 행크스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기업인 서클의 창립자이자 CEO인 에이몬 역할을 맡아 엠마 왓슨과 함께 연기 호흡을 선보인다. 톰 행크스의 캐스팅은 에이몬이 가치관의 선함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2연속 수상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톰 행크스는 애플의 전 CEO인 故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스타일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 존 보예는 서클 시스템의 위험을 감지하고 메이에게 전하는 천재 개발자 타이 역을 맡았다. 주인공 메이의 오랜 친구이자, 그녀의 입사를 돕는 애니 역은 카렌 길런이 연기했다.




[커버스토리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원한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동시에 ‘성장주의’라는 종교를 상징한 ‘박정희 패러다임’은 몰락했다. 공정한 성장과 정의로운 분배라는 아젠다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성장지상주의와 작별을 더욱 분명히 한 국민의 선택이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가장 강렬한 이데올로기인 성장지상주의는 그동안 몇 차례 도전과 의심을 받긴 했지만, 단 한 번도 전 국민적 환멸에 부딪힌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성장’은 가장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더 이상 ‘성장’이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을 절대적 가치로 여겨지는 시대는 지났다.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패러다임 전환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부조리’를 참으면 ‘돈’이 된 기억 ‘박정희 주의’는 한 마디로 ‘성장제일주의’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내세운 유일하고 절대적인 국가경영 철학이 성장지상주의였다. 이후 모든 정부와 학계 언론계 재계 등 나라 전체가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해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장’을 위해서라면 선택적 혜택, 계층적 불공평, 조직에 대한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박정희 패러다임’은 왜 국민의 마음을 이토록 오래 사로잡은 것일까? 전문가들은 ‘



[대중문화] ‘강한 여성’ 캐릭터가 말하는 시대 정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대중문화계에 오랜만에 ‘강한 여성’들이 몰려오고 있다. ‘거친 남성’이 판을 치던 스크린에 ‘여전사’들이 줄을 잇고, TV 드라마에서도 ‘기센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남성 세계와 싸우는 정의로운 여성 북미 현지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히어로물 ‘원더우먼’은 오랜만에 만나는 여성 액션물이다. ‘원더우먼’이라는 전통적 ‘여전사’ 캐릭터를 단독으로 제작한 이 영화는 패티 젱킨스 여성 감독이 연출을 맡는 등 애초부터 여성주의적 성격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원더우먼’은 부정적인 남성 세계와 싸우는 정의로운 여성 캐릭터를 통해서 히어로물의 여성주의라는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더욱 드문 여성 액션물의 등장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내가 살인범이다’ 등으로 차세대 액션감독으로 손꼽혀온 정병길 연출의 ‘악녀’다. 칸 영화제에 초대되면서 관객의 기대를 모은 ‘악녀’는 소모품으로 이용하기 위해 전사로 키워진 한 여성이 배신을 받으며 잔인하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킬빌’ 등으로 이미 익숙한 아이디어지만, 한국영화에서 남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드한 액션 장르에 여성을 주인공



[창간29주년 발행인 인사] 정론직필에서 정론보국으로
근간(根幹)이란 뿌리와 줄기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사물의 바탕이나 중심이 되는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외교의 근간이 한미동맹인 것처럼, 대한민국의 근간은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국민 하나하나, 즉 저희에게는 독자 하나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1989년 창간이래 ‘정론직필’이라는 기치로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 어느덧 29년에 이르렀습니다. 군사정권부터 문민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론직필’로 인해 수많은 고초를 겪어왔지만, 그것조차도 하나의 영광스런 상처라 생각되어 뿌듯한 마음입니다. 이렇듯 29년간 꾸준히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독자들의 꾸준한 격려와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판단됩니다. 이점 창간 발행인으로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새로운 정부의 패러다임을 한미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간의 국가, 단체 등 조직중심의 성장주의에서 그를 구성하는 구성원 즉 ‘사람중심’으로 그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J노믹스라 일컬어지는 경제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일자리 정책만 보더라도 기업이라는 조직중심에서 근로자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