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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진짜’ 어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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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내면에 다가서는 성장담 ‘플립’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7살에 이웃으로 만나 중학생이 된 이후까지 서로의 존재 주변을 서성이는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를 귀여운 에피소드를 통해 로맨틱하고 유쾌하게 담았다. 1950년대 미국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박하고 감성적인 성장 드라마다. 윈델린 밴 드라닌 소설 ‘플라타너스 나무 위의 줄리’를 스크린에 옮겼다.

기교 없는 깔끔한 전개

‘플립’은 작고 단순한 영화다. 배경도 마주한 두 이웃집과 학교가 전부다. 마치 소설책이나 일기를 읽는 듯 계속되는 내레이션에 스토리 자체나 풀어가는 방식 모두 담백하다. 스타도 등장하지 않고 대단한 사건도 없다. 주제도 감성도 보편적이며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곳곳에 배치된 은유나 상징도 쉽고 명확하다.

2010년 제작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가 이제야 한국 관객에게 정식으로 소개된 이유도 아마 이 같은 무난함이 배급사의 눈길을 끌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충무로의 흥행 공식에서 금기사항인 10대 소년 소녀가 주인공이다. 현지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관객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유명해져 늦은 개봉이 이루어졌다. ‘세 얼간이’ ‘블랙’ ‘겟 아웃’ ‘지랄발광 17세’ 등이 같은 경우다. ‘선 입소문 후 개봉작’은 통상 한국적 정서와 상통하는 감수성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플립’도 한국적 감성을 자극하는 특징적 면이 없진 않지만 그것이 신파나 감정과잉은 아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깔끔함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버킷 리스트’ ‘미저리’ 등으로 알려진 명장 로브 라이너 감독은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영상문법과 재치로 흥미진진한 전개를 펼쳐나간다. 유명 스타의 출연이나 화려한 볼거리, 별다른 기교가 없는데도 지루할 틈이 없다. 80, 90년대 명감독들의 장기인 보편적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아기자기한 맛을 살려 낭만적이고도 흡인력 있게 전달하는 연출의 힘이 살아있다.

‘스탠 바이 미’의 멜로 버전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 사랑의 감정은 혼란스럽다. 상대의 행동이 호감인지 나의 착각인지 판단도 힘들고, 내 감정도 부끄러움인지 죄책감인지 혐오인지 애정인지도 구별이 쉽지 않다. ‘플립’은 이 같은 미숙한 감정을 두 남녀의 시점에서 교차하면서 객관화한다.

첫사랑에 대한 회고와 그 감정의 실체를 바라보는 즐거움은 이 영화의 핵심 매력이지만, ‘플립’의 진정한 매력은 사랑을 통한 성장담이라는 데 있다. 소녀는 소년의 키스를 꿈꿨지만, 키스가 아닌 영혼에 다가가는 상징적 행위로 사랑 또는 우정이 이루어지는 결말은 영화의 세계관을 뚜렷이 보여준다. 사랑은 상대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것이며,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자하는 열망이다. 세상의 본질과 타인의 내면을 알아보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며 나를 완전히 뒤바꾸는, 진짜 어른이 되게 하고 세상을 긍정하게 만드는 황홀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플립’의 정서는 라이너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성장영화의 바이블인 ‘스탠 바이 미’와 상통한다.

1950년대를 재현한 패션과 가구를 비롯해 영화 전체의 파스텔톤 색감은 향수를 자극하며 낭만적 감성에 젖게 한다. 특히 소녀가 나무에서 바라보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한 편의 그림 같은 아날로그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등장인물들도 인상적이다. 또래문화가 잘못된 것인지 알면서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소년 캐릭터는 열등감으로 가득한 소년의 아버지와 더불어 마음 깊이 숨겨놓은 비겁하고 미성숙한 자아의 상징이다. 저돌적이고 감수성이 충만한 소녀는 이 영화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다. 매들린 캐롤의 연기나 외모도 캐릭터의 구축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 멘토 역할을 하는 소녀의 아버지나 소년의 할아버지는 이상적이고 따뜻한 인물들인데, 오히려 그 전통과 정통이 역행적인 신선함을 준다.

‘플립’은 등장인물과 같은 나이의 청소년에게 호소력이 짙은 내용인데, 어른들에게도 그 메시지의 파급력이 줄지 않는다. 이 영화의 기준으로 수많은 생물학적 어른들은 정신적인 어린아이이기 때문이다.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서 줄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세상 전체를 조망하는 경이를 알고 있나? 땅 위에 발을 붙인 당신은 아주 작은 한 면만을 보고 대상을 제멋대로 짐작하며 오판하고 있지 않나? 누군가의 정원에 ‘그의 나무’를 심어준 적 있는가? 당신은 사랑을 한 적이 있을까? 지금은 진짜 어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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