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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의 생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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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공간과 설정 속에서 펼치는 단편적 서스펜스 상황의 나열 ‘47미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상어의 등장이 ‘죠스’를 연상시키지만 전형적인 식인 동물 여름 공포물과는 의외로 거리가 조금 있다. ‘47미터’는 제한된 공간과 소수의 인물이 벌이는 생존게임의 긴장감으로만 채워진 영화다.

드라마적 요소 배제, 게임적 스릴만 추구

자매인 리사와 케이트는 멕시코 태평양 해안에서 휴가를 맞는다. 실연의 아픔에 빠져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던 리사는 도전적인 성격의 케이트의 제안으로 케이지 안에서 상어를 관람하는 ‘샤크 케이지’를 시도한다. 불안한 리사와 신나는 케이트. 케이지 안에서 상어를 보는 진기한 경험에 기뻐하지만 곧바로 케이지의 크레인이 부러지면서 자매는 47미터 심해에 추락한다.

케이지 밖에는 상어가 득실대지만 이 영화의 특이점은 상어의 존재가 생존을 위한 제한 요소의 일부라는 것이다. 남은 산소량은 15%로 20분 정도 버틸 수 있는 조건이다. 케이지를 열고 30미터 지점으로 상승해야 통신이 가능하다. 해저에서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오면 압력차이로 인한 잠수병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탈출도 힘들다. 낯선 타국에서 믿을 수 없는 남자들에게 구조를 의지해야하는 상황도 생존에 위협적 요소다.

이 같은 각종 위험과 제한 조건 속에서 주인공들은 생존을 위한 시도들을 계속하는데, 이 때 발생하는 서스펜스들이 영화의 전부다. 통상 B급 장르물에 등장하는 상반된 캐릭터의 갈등이나, 캐릭터의 트라우마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이중 전개가 있을 듯 시작되다가 전개 과정에서는 전혀 없는 것도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이것이 의도적인 설정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완성도 측면에서 확실히 결함이다. 전반부의 인물 설명이나 인물이 처한 상황 등은 전개 과정에서 거의 의미도 연관성도 없다. 드라마적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게임적인 스릴만 추구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차라리 도입부가 더 축소되거나 덜 진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나마 짧게 처리한 것이 다행이다.

놀이기구를 타는 짜릿함

영화는 몇 가지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일단 심해에서 만나는 상어의 존재가 새롭다. 어두운 심해에서 상어는 아주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지 보이지 않아 갑작스럽게 나타나는데 여기서 오는 스릴과 놀람의 효과를 잘 살렸다. 효과도 상당 수준이어서 상어의 사실감이 뛰어나다. 조명탄을 켰을 때 수많은 상어가 둘러싸고 있는 하이라이트 장면 등 제한된 조건에서 벌어지는 작은 영화지만,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심해라는 공간의 공포 표현도 인상적이다. 리사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었을 때의 심리적 공포는 상어에게 쫓길 때보다 더욱 공감을 준다. 인물들의 막막함과 답답한 감정을 전달하는 연출도 나쁘지 않다.

언제부턴가 영화계의 트렌드가 돼버린 반전 강박이 이 영화에도 존재한다. 반전이 설정 상으로는 가능한 내용이고 복선도 충분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반전이 아닌 단순 트릭이다. 이 같은 장르물에서 트릭적 반전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기존의 장르물을 뒤엎는다는 의미부여를 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모든 것은 꿈이었다’는 결말이 관객을 속였다 해도 제대로 된 반전이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저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난 정도로 즐기는 수준이다.

‘샤크 케이지가 추락한다면’이라는 단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을법한 영화치고는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전개지만, 드라마가 없는 영화 특유의 무리한 설정이나 지지부진한 느낌도 있다. B급 장르물의 전형적 재미가 보장되지는 않지만, 상상게임처럼 억지라도 파격 전개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적정선까지는 만족시킬 수 있을 듯하다. 놀이기구를 타는 짜릿함. 딱 이 같은 종류의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다. 시원한 극장 의자에 안전하게 앉아서 익스트림 스포츠와 생존게임을 대리체험하는 것은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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