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9 (금)

  • 구름조금동두천 -2.5℃
  • 구름조금강릉 2.6℃
  • 구름조금서울 0.9℃
  • 맑음대전 -0.6℃
  • 맑음대구 -0.7℃
  • 맑음울산 2.9℃
  • 맑음광주 3.4℃
  • 맑음부산 7.9℃
  • 맑음고창 2.7℃
  • 맑음제주 7.2℃
  • 구름많음강화 -1.7℃
  • 구름조금보은 -3.3℃
  • 맑음금산 -3.1℃
  • 맑음강진군 -0.8℃
  • 맑음경주시 -2.4℃
  • 맑음거제 3.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로마의 뒷골목, 욕망의 모래성

URL복사

부패한 권력의 파멸 과정을 담은 이탈리아 누아르 ‘수부라 게이트’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탈리아 정계 마피아 종교계의 이권을 둘러싼 유흥가 재개발을 소재로 한 범죄 누아르다. ‘시카리오’ 후속편의 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 작품이며, 넷플릭스에서 10부작 드라마로 제작을 확정한 화제작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절묘한 배합

2011년 11월 이탈리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디폴트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위기 자체를 부인하며 수부라 유흥 지구의 재개발법을 밀어붙인다. 여당의 정치인은 성매매 도중 미성년 매춘부가 현장에서 마약쇼크로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체 유기에 가담한 마피아는 정치인을 협박하며 재개발 사업의 이권을 요구한다. 수부라 지역을 둘러싸고 정치권 종교계 마피아의 거대한 음모가 진행된다.

‘수부라’는 고대 로마시대 황제의 궁전 뒤편에 존재한 은밀한 권력의 환락가를 지칭한다. 영화 속의 유흥 지구 또한 권력과의 결탁으로 라스베가스에 맞먹는 규모를 청사진으로 내세운 재개발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로마시대의 ‘수부라’와 같은 의미의 장소다.

영화는 절대권력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실제 퇴임일을 파멸의 날로 설정하고 그로부터 7일 전부터 거꾸로 날짜를 카운트다운하며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파멸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는 과정을 그렸다. 베를루스코니 총리 성 추문과 부패, 내부 비리 폭로 이후 이루어진 교황의 생전 퇴위 등의 역사적 사건을 가상의 이야기와 적절하게 배치해 사실감을 더했다.

개봉 전부터 ‘이탈리아판 내부자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거대 권력의 불법적 거래와 폭력으로 얼룩진 국가 시스템의 암울하고 참담한 내면을 묘사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내부자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이다. ‘내부자들’이 한국적 정치 감정과 부정의 속성을 그린 사회물의 성격이 더 강조됐다면, ‘수부라 게이트’는 인간의 욕망 등 보다 보편적 정서를 파고드는 정통 누아르에 가깝다. 폭력의 수위도 한국의 비슷한 장르물에 비하면 잔인하지 않고, 부패에 대한 묘사도 풍자적이거나 그로 인한 통쾌한 폭로나 해결 같은 형태로 표현되지 않는다. 선인도 절대 악인도 없으며 생존과 욕망을 위한 전쟁과 거래만 존재한다. 복수는 공허하고 비장할 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필연적 이유는 존재한다.

매력적인 영상과 음악

비도덕적이고 탐욕적인 권력의 속성이 추악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인물이 비겁하거나 충동적이고 연약한 모습도 함께 지니고 있다. 영화는 관련 없던 각각의 개인들이 어떻게 서로 만나고 얽히며 거래가 형성되고 나비효과를 내며 파멸로 향해 가는지 섬세하게 보여준다.

인물들은 각자의 헛된 욕망에 의해서 슬프고 어두운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누아르의 공식을 따라간다. 장르의 고전적 향기를 진하게 풍기면서도 현 시대의 감각을 잘 표현한 새로운 형식이 상당한 매력을 자아낸다.

로마 교황청이 검은 돈에 관련돼 있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다. 이 외에도 종교적 이미지가 영화에 빈번하게 등장하거나 묘하게 공존하면서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악인일수록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것으로 표현되는 점 또한 흥미로운데 이 또한 같은 효과다.

모든 인물들이 돈 이외에도 각자의 개인적인 사연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면서 전형성을 벗어난다. 힘의 원리도 일정하지만은 않다. 특히, 이 같은 장르에서 장식물이기 쉬운 정치인을 상대하는 매춘부와 폭력배의 애인인 마약중독자 등의 여성 캐릭터가 살아있으며, 전혀 대상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신선하다. 하층 계급으로 어둠의 세계에 기생하는 인물들에 대한 감독의 계층적 인식도 드러난다. 종교인이나 정치인에 비하면 그들은 소모품이며 약자일 수밖에 없다.

매 장면 감각적인 영상미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천사의 성을 배경으로 마약에 취한 정치인이 고층에서 오줌을 갈기는 장면, 빗방울에 색색의 조명이 퍼지는 창문을 보며 화려한 미래를 꿈꾸는 마피아 등 그림같이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상징성을 지닌 씬도 넘쳐난다. 영화 내내 깔리는 몽환적인 음악과 빗소리 등의 효과음들 또한 강렬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대단한 수준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현대 문명을 관통하는 ‘유비쿼터스행복학’의 비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유비쿼터스행복학 비전을 공유하다’를 펴냈다. 교육자이자 다수의 인문·경영·자기계발서를 집필해 온 이정완 저자는 이번 책에서 현대 문명의 핵심 영역(경제, 사회, 정치, 기술, 교육)을 ‘행복’이라는 공통된 언어로 재해석하며,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사회·문명 전체를 관통하는 행복의 구조적 의미를 탐구한다. 저자는 인류가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으로 거대한 편의를 확보했음에도 오히려 불안·소외·갈등이 심화된 현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성장 전략이 아니라 ‘행복을 중심에 둔 문명적 전환’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이를 위해 다섯 개의 주요 부문과 국제적 시각까지 폭넓게 다루며, 미래 사회가 어떤 ‘행복 문명’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제1부 ‘경제와 행복’에서는 GDP 중심 지표가 삶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짚고, 포용적 성장·공감 자본주의·윤리적 혁신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제2부 ‘사회와 행복’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단절, 정신건강 문제 등 사회적 불안을 분석하며, 신뢰와 공감의 회복을 핵심 가치로 제시한다. 정치 영역을 다루는 제3부는 투명성,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