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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뒷골목, 욕망의 모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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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권력의 파멸 과정을 담은 이탈리아 누아르 ‘수부라 게이트’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탈리아 정계 마피아 종교계의 이권을 둘러싼 유흥가 재개발을 소재로 한 범죄 누아르다. ‘시카리오’ 후속편의 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 작품이며, 넷플릭스에서 10부작 드라마로 제작을 확정한 화제작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절묘한 배합

2011년 11월 이탈리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디폴트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위기 자체를 부인하며 수부라 유흥 지구의 재개발법을 밀어붙인다. 여당의 정치인은 성매매 도중 미성년 매춘부가 현장에서 마약쇼크로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체 유기에 가담한 마피아는 정치인을 협박하며 재개발 사업의 이권을 요구한다. 수부라 지역을 둘러싸고 정치권 종교계 마피아의 거대한 음모가 진행된다.

‘수부라’는 고대 로마시대 황제의 궁전 뒤편에 존재한 은밀한 권력의 환락가를 지칭한다. 영화 속의 유흥 지구 또한 권력과의 결탁으로 라스베가스에 맞먹는 규모를 청사진으로 내세운 재개발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로마시대의 ‘수부라’와 같은 의미의 장소다.

영화는 절대권력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실제 퇴임일을 파멸의 날로 설정하고 그로부터 7일 전부터 거꾸로 날짜를 카운트다운하며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파멸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는 과정을 그렸다. 베를루스코니 총리 성 추문과 부패, 내부 비리 폭로 이후 이루어진 교황의 생전 퇴위 등의 역사적 사건을 가상의 이야기와 적절하게 배치해 사실감을 더했다.

개봉 전부터 ‘이탈리아판 내부자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거대 권력의 불법적 거래와 폭력으로 얼룩진 국가 시스템의 암울하고 참담한 내면을 묘사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내부자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이다. ‘내부자들’이 한국적 정치 감정과 부정의 속성을 그린 사회물의 성격이 더 강조됐다면, ‘수부라 게이트’는 인간의 욕망 등 보다 보편적 정서를 파고드는 정통 누아르에 가깝다. 폭력의 수위도 한국의 비슷한 장르물에 비하면 잔인하지 않고, 부패에 대한 묘사도 풍자적이거나 그로 인한 통쾌한 폭로나 해결 같은 형태로 표현되지 않는다. 선인도 절대 악인도 없으며 생존과 욕망을 위한 전쟁과 거래만 존재한다. 복수는 공허하고 비장할 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필연적 이유는 존재한다.

매력적인 영상과 음악

비도덕적이고 탐욕적인 권력의 속성이 추악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인물이 비겁하거나 충동적이고 연약한 모습도 함께 지니고 있다. 영화는 관련 없던 각각의 개인들이 어떻게 서로 만나고 얽히며 거래가 형성되고 나비효과를 내며 파멸로 향해 가는지 섬세하게 보여준다.

인물들은 각자의 헛된 욕망에 의해서 슬프고 어두운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누아르의 공식을 따라간다. 장르의 고전적 향기를 진하게 풍기면서도 현 시대의 감각을 잘 표현한 새로운 형식이 상당한 매력을 자아낸다.

로마 교황청이 검은 돈에 관련돼 있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다. 이 외에도 종교적 이미지가 영화에 빈번하게 등장하거나 묘하게 공존하면서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악인일수록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것으로 표현되는 점 또한 흥미로운데 이 또한 같은 효과다.

모든 인물들이 돈 이외에도 각자의 개인적인 사연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면서 전형성을 벗어난다. 힘의 원리도 일정하지만은 않다. 특히, 이 같은 장르에서 장식물이기 쉬운 정치인을 상대하는 매춘부와 폭력배의 애인인 마약중독자 등의 여성 캐릭터가 살아있으며, 전혀 대상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신선하다. 하층 계급으로 어둠의 세계에 기생하는 인물들에 대한 감독의 계층적 인식도 드러난다. 종교인이나 정치인에 비하면 그들은 소모품이며 약자일 수밖에 없다.

매 장면 감각적인 영상미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천사의 성을 배경으로 마약에 취한 정치인이 고층에서 오줌을 갈기는 장면, 빗방울에 색색의 조명이 퍼지는 창문을 보며 화려한 미래를 꿈꾸는 마피아 등 그림같이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상징성을 지닌 씬도 넘쳐난다. 영화 내내 깔리는 몽환적인 음악과 빗소리 등의 효과음들 또한 강렬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대단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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