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2 (금)

  • 흐림동두천 2.0℃
  • 흐림강릉 2.8℃
  • 흐림서울 4.3℃
  • 구름조금대전 5.4℃
  • 구름많음대구 3.8℃
  • 울산 3.8℃
  • 맑음광주 6.1℃
  • 맑음부산 5.2℃
  • 맑음고창 2.4℃
  • 맑음제주 11.8℃
  • 흐림강화 3.5℃
  • 구름많음보은 4.3℃
  • 구름조금금산 1.2℃
  • 맑음강진군 7.4℃
  • 구름많음경주시 3.3℃
  • 구름조금거제 6.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전쟁과 인간에 대한 부조리와 농담

URL복사

발칸반도 휴전 상황 속 국제구호요원들과 주민들의 사투 ‘어 퍼펙트 데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95년 발칸반도 휴전 상황 속에서 국제구호요원들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제68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공식 초청작이자 전 세계 11개 이상의 영화제에 초청됐다. 베니치오 델 토로, 팀 로빈스, 올가 쿠릴렌코 등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유머와 아이러니, 그리고 은유

보스니아 내전 후의 한 마을. 휴전 상황이지만 현실은 여전히 전쟁과 다름없는 후유증으로 가득하다. 마을의 유일한 식수 공급원인 우물에 빠진 시체를 건지기 위해 NGO 구호단체요원 맘브루와 B 등 요원들이 투입된다.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식수가 오염되고 전염병마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간단한 작업도 어이없는 난간들에 막혀서 쉽지가 않다. ‘어 퍼펙트 데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뭐 하나 쉽지 않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하루를 가리키는 역설적 표현이다.

영화는 총탄 한 발, 폭발물 한 번 등장하지 않지만 그 어떤 전쟁물보다 밀접하고 깊이 있는 시각으로 전쟁의 속성을 파고든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진행되는 이 영화는 전쟁이 뉴스나 영화 속의 막연한 사건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강렬한 힘을 갖고 있다. 전쟁이 어떤 식으로 우리의 일상과 정서를 잔인하게 파괴하는지, 편견과 신념에 갇혀 정작 중요한 본질은 외면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어떤 참상을 불러오는지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 상처는 계속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우리에게는 특히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처럼 묵직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로 풀어간다. 그 누구도 오열은 커녕 끊임없이 농담을 해댄다. 지뢰 앞에서도 연애를 꿈꾸고, 시체 앞에서도 웃는다. 농담이 지역주민의 특성이라고 영화에서는 말하지만, 지역주민이나 구조요원이나 전쟁의 일상성이 근본적 이유일 것이다. 유머는 고통을 이기는 힘이며 동시에 삶에 대한 긍정이다. 그래서 무거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불편하지 않고 소소한 재미를 계속 유지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유머와 농담이란 단순히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다.

비판적인, 하지만 따뜻한

자살자의 시체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도구를 발견하는 것처럼, 영화는 절망이 희망이 되고 희망이 절망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속이다. “잊어버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지금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해”라는 맘브루의 대사처럼 어쩌면 낙천적이고, 어쩌면 슬퍼할 여유도 없을 만큼 치열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머가 사용됐다.

전쟁 속의 각종 부조리와 인간 존재의 비합리성 속에서도 인간을 미워하지 않고 삶을 비관하지 않는 정서 또한 따뜻하다. 그것은 자책이나 동정의 감정에 빠지기보다는 문제 해결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국제구호요원들의 정서이기도 하다. 부조리나 어리석음과 비극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이며, 그래도 살아야 하고 사랑해야 하며 농담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인간과 인생을 긍정하는 감독의 철학에 대한 상당한 내공을 느끼게 한다.

국경 없는 의사회 출신의 작가 파울라 파리아스 소설 ‘비가 내릴 듯한’을 원작으로 한 만큼, 전투 밖에서 전쟁을 치르는 주민들의 또 다른 전쟁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인다. UN의 관료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이익집단의 갈등 등 생소한 문제제기와 현장 경험자가 아니면 결코 알 수 없는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은유들이 가득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감독의 원작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각색도 수준급이다.

영화의 색깔에 맞춰 담담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음악도 영화와 조화가 훌륭하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주민들, 파괴된 마을과는 대조적인 밝은 느낌의 1970~80년대 펑크록 장르 음악들은 영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아름다운 음악들은 발칸반도의 끝없는 하늘 아래 펼쳐진 광활한 풍광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인간은 번번이 문제해결의 장애가 되는데 반해 자연은 매번 너무나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해준다. 영화는 등장인물의 대사처럼 우리는 결국 집에 갈 것임을, 그리고 대자연의 순리대로 다 잘 될 거라는 위안을 준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여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정면충돌...“특검 도입하자”vs“물타기, 정치공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정치권 인사들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 등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해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해야 한다”며 현행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범한 민중기 특별검사의 직무유기도 새 특검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중기 특검의 책임 규명과 즉각적 해체는 필수이다. 마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종합특검을 발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이다”라며 “여기에 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 부분을 민주당과 통일교 유착관계와 포함해 특검을 실시하면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통일교 게이트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고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신당이

경제

더보기
김윤덕 국토부 장관 "2026년 상반기 주거복지 추진 방향 발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토교통부가 오는 2026년 상반기 주거복지 추진 방향을 내놓는다. 내후년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절차에 착수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국민이 원하는 곳에 빠르고 충분하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수도권 공공택지는 2026년에 2만9000호 분양, 5만호 이상 착공에 들어가고 3기 신도시 입주도 본격화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 유후 공간을 활용하고 민간 정비사업도 활성화해 도심 공급 확대할 것"이라며 "공적주택 110만호를 확실히 공급해 주거 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공적주택 110만호 공급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김 장관은 또 "지방을 살릴 핵심적 과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이라면서 "내년에 이전 대상과 지역을 확정하고 2027년부턴 이전을 시작할 예정으로 1차 때보다 더 많은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현재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전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도 임기 내 반드시 완공하겠다는 목표다. 새정부의 균형

사회

더보기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 가능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할 수 있게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개최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59조의3(확정 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 또는 그 등본,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복사(인터넷, 그 밖의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전자적 방법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제59조의3(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서(확정되지 아니한 사건에 대한 판결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그 등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판결서 외에는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한정하며, 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