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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인간에 대한 부조리와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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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 휴전 상황 속 국제구호요원들과 주민들의 사투 ‘어 퍼펙트 데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95년 발칸반도 휴전 상황 속에서 국제구호요원들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제68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공식 초청작이자 전 세계 11개 이상의 영화제에 초청됐다. 베니치오 델 토로, 팀 로빈스, 올가 쿠릴렌코 등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유머와 아이러니, 그리고 은유

보스니아 내전 후의 한 마을. 휴전 상황이지만 현실은 여전히 전쟁과 다름없는 후유증으로 가득하다. 마을의 유일한 식수 공급원인 우물에 빠진 시체를 건지기 위해 NGO 구호단체요원 맘브루와 B 등 요원들이 투입된다.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식수가 오염되고 전염병마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간단한 작업도 어이없는 난간들에 막혀서 쉽지가 않다. ‘어 퍼펙트 데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뭐 하나 쉽지 않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하루를 가리키는 역설적 표현이다.

영화는 총탄 한 발, 폭발물 한 번 등장하지 않지만 그 어떤 전쟁물보다 밀접하고 깊이 있는 시각으로 전쟁의 속성을 파고든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진행되는 이 영화는 전쟁이 뉴스나 영화 속의 막연한 사건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강렬한 힘을 갖고 있다. 전쟁이 어떤 식으로 우리의 일상과 정서를 잔인하게 파괴하는지, 편견과 신념에 갇혀 정작 중요한 본질은 외면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어떤 참상을 불러오는지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 상처는 계속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우리에게는 특히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처럼 묵직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로 풀어간다. 그 누구도 오열은 커녕 끊임없이 농담을 해댄다. 지뢰 앞에서도 연애를 꿈꾸고, 시체 앞에서도 웃는다. 농담이 지역주민의 특성이라고 영화에서는 말하지만, 지역주민이나 구조요원이나 전쟁의 일상성이 근본적 이유일 것이다. 유머는 고통을 이기는 힘이며 동시에 삶에 대한 긍정이다. 그래서 무거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불편하지 않고 소소한 재미를 계속 유지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유머와 농담이란 단순히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다.

비판적인, 하지만 따뜻한

자살자의 시체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도구를 발견하는 것처럼, 영화는 절망이 희망이 되고 희망이 절망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속이다. “잊어버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지금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해”라는 맘브루의 대사처럼 어쩌면 낙천적이고, 어쩌면 슬퍼할 여유도 없을 만큼 치열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머가 사용됐다.

전쟁 속의 각종 부조리와 인간 존재의 비합리성 속에서도 인간을 미워하지 않고 삶을 비관하지 않는 정서 또한 따뜻하다. 그것은 자책이나 동정의 감정에 빠지기보다는 문제 해결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국제구호요원들의 정서이기도 하다. 부조리나 어리석음과 비극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이며, 그래도 살아야 하고 사랑해야 하며 농담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인간과 인생을 긍정하는 감독의 철학에 대한 상당한 내공을 느끼게 한다.

국경 없는 의사회 출신의 작가 파울라 파리아스 소설 ‘비가 내릴 듯한’을 원작으로 한 만큼, 전투 밖에서 전쟁을 치르는 주민들의 또 다른 전쟁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인다. UN의 관료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이익집단의 갈등 등 생소한 문제제기와 현장 경험자가 아니면 결코 알 수 없는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은유들이 가득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감독의 원작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각색도 수준급이다.

영화의 색깔에 맞춰 담담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음악도 영화와 조화가 훌륭하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주민들, 파괴된 마을과는 대조적인 밝은 느낌의 1970~80년대 펑크록 장르 음악들은 영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아름다운 음악들은 발칸반도의 끝없는 하늘 아래 펼쳐진 광활한 풍광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인간은 번번이 문제해결의 장애가 되는데 반해 자연은 매번 너무나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해준다. 영화는 등장인물의 대사처럼 우리는 결국 집에 갈 것임을, 그리고 대자연의 순리대로 다 잘 될 거라는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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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정치(政治)’를 잃은 시대, 지도자의 야욕이 부른 재앙
야욕이 낳은 비극, 명분 없는 전쟁의 참상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동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당초 단기전 예상을 깨고 4주째를 넘기고 있다. 이란의 저항이 거세어지며 장기전 돌입이 자명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란의 반격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정당성 없는 전쟁으로 인해 중동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까지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내상을 입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왜 총성을 울렸는가? 명분은 자국민 보호였으나, 실상은 트럼프의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네타냐후의 집권 연장이라는 '개인적 정치 야욕' 때문임을 천하가 다 알고 있다. 지도자의 광기에 가까운 무모함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극단의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本領)이다 정치(政治)의 한자를 풀이하면 ‘구부러진 곳을 편편히 펴서 물이 흐르듯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즉, 삶이 고단한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펴서 모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 정당이 존재하고, 정권을 획득한 집권 여당은 행정·사법부와 협력하여 오직 국리민복(國利民福)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