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09 (화)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문화

‘김생민 신드롬’의 정체

URL복사

자본주의에 속지 않기 위한 유쾌한 처세술… 예능계 ‘궁상 캐릭터’ 시대적 공감 이끌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짠돌이’ 캐릭터가 예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김생민은 방송인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명한 실제 자신의 캐릭터로 25년 만에 처음으로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이상민은 화려한 성공에서 추락해 70억원의 빚을 떠안고 푼돈에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생활로 ‘궁상민’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사랑받고 있다. 이들 캐릭터는 불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가치관과 정서를 관통한다. 이것이 ‘궁상 신드롬’의 배경이다.

소시민의 실질적인 경제 지침

김생민의 최근 인기는 흥미로운 점이 많다. 오랜 시간 리포터로 TV에 등장해온 덕에 많은 사람들에게 ‘아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주목받아온 적 없는 소소한 ‘직업 방송인’의 영역에 자리해 왔기 때문이다.

인기의 시작은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 코너에서 독립한 ‘김생민의 영수증’이었다. 지상파 프로그램도 아닌 팟캐스트인 ‘김생민의 영수증’이 놀라운 인기를 끌면서 지상파 예능에 섭외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김생민의 영수증’이 KBS 정규방송으로 편성되기에 이르렀다.

이 프로그램은 청취자의 소비 내역이 담긴 영수증을 분석하는 단순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김생민은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청취자의 소비 실태를 신랄하게 지적한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예쁘게 찍기 위해 패티큐어 비용을 썼다’는 청취자에게 ‘발은 모래로 덮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프로그램에서 소비 형태에 대한 평가로 사용되는 ‘스튜핏’ ‘그뤠잇’이라는 단어는 이미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절약이 미덕일 수밖에 없는 불황의 시대에 김생민은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자신의 소비를 반성할 수 있어서 좋다’는 시청자가 많으며, ‘작은 소비에도 고민을 거듭하는 소시민의 실질적인 경제 지침’이라서 신선하다고들 평한다.

김생민 캐릭터의 미덕은 진정성에 있기도 하다. 그는 이미 연예계에서 돈 안 쓰기로 유명하다. 외모만 봐도 화려한 방송가에서 평범한 회사원을 연상시키는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자신의 경험을 투영한 절약 메시지도 알고 보면 예능에 등장해서 꾸준히 전파해왔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서야 그 캐릭터는 빛을 발하게 됐을까?

대부분의 소비는 무의미한 것이다

유머감각이 좋기도 하지만, 김생민이 더욱 ‘유쾌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시대적 감수성과 맞닿아 있다. 사실 김생민의 경제 지침은 가혹한 수준이다. 김생민의 기준에서 대부분의 소비는 ‘어리석은 짓’이다. 음악을 듣기 위한 비용도, 커피 한 잔도 다 거부해야 할 ‘사치’다. 경제성장을 누린 50~60대들에게 이런 것들이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것에 역행한다.

이는 과거에 미덕으로 권장돼온 절약과도 전혀 다른 성격이다. 과거 절약은 물자의 부족에 대한 정부의 대처이자 부의 수단으로 홍보됐다. 근본적으로 대중이 바라보는 곳은 ‘부’였으며, ‘절약’은 수단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물자의 부족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소비’가 미덕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히트한 신용카드 광고 CM송에는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가사가 들어있었다. 그때의 ‘즐김’은 ‘소비’임이 명백했다. 비슷한 시기에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것도 사회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지금은 어떤가. ‘부자 되세요’라는 말은 허황된 인사말이거나 오히려 조롱같이 들린다. 청년들에게 ‘그냥 카드 긁고 흥청망청 인생 즐겨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면 누가 기분 좋게 웃을 수 있겠는가. ‘금수저’라는 단어부터 떠오르지 않겠는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확산으로 불평등이 심화된 이 시점에서 아무도 ‘부자 되세요’라는 기업의 인사를 믿지 않는다. 청년들은 ‘니들만 부자가 되겠지’라는 말이 자동반사적으로 나온다. ‘인생을 즐겨라’고 말하면 ‘누구 좋으라고’라는 생각부터 든다. 과거에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연예인들의 호화로운 일상이나 볼거리였던 고급 주택 내부도 지금은 TV에 등장하면 비난의 대상이다. 그래서 요즘 연예인들은 ‘서민 코스프레’를 할 지경이다.

불황은 허세를 버리고 ‘가성비’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합리적 소비문화를 조성했다. 김생민은 이를 넘어서 최소한의 소비를 주장한다. 이는 마치 부조리한 자본주의와의 싸움처럼 보인다. 욕망을 만들고, 그 욕망의 노예가 되는 자본주의의 속성 자체를 간파하고 속지 않기 위한 처세에 가깝다. 과도한 절약을 내세운 캐릭터가 국민적 사랑을 받는 것은 김생민이 처음이다. ‘김생민 신드롬’은 의식하든 아니든 가짜욕망을 이겨 내고자하는 대중들이 많아진 결과다.

‘선망’의 대상에서 ‘공감’의 대상으로

최근 예능에 이어 광고계까지 장악하고 있는 이상민의 인기도 비슷한 배경을 읽을 수 있다. ‘채무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이상민은 마치 국가의 경제 상황처럼 부흥의 화려한 시절을 거쳐 몰락에 이르렀다. 채권자가 제공한 집에서 살며 생필품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궁상’의 삶이지만, 과거의 취향은 남아서 안목이나 지식은 고급스럽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가성비’를 간파할 능력이 있다. 돈이 없지만 삶은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이상민은 “현재가 과거보다 행복하다”는 인터뷰를 여러 번 했는데, 여러 정황을 볼 때 그 말이 사실일 것이다. 가난하지만 그래서 더욱 본질에 가까운 삶. 대중이 이상민과 동질감을 느끼는 지점이다.

이외에도 ‘나 혼자 산다’의 육중완 이시언 기안84, 이상민 이전에 ‘파산’ 이미지를 예능화한 윤정수 등 예능에서 ‘궁상’ 캐릭터들은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연예인이 ‘선망’의 대상에서 ‘공감’의 대상으로 전환한 문화소비 방식의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문화평론가 서지혜씨는 “TV 속의 화려한 삶은 꿈조차 꿀 수 없는 괴리가 생겼다. 경제 계층에 대한 적대감도 높아지면서 연예인들의 ‘럭셔리’는 반감을 사기 좋은 이미지가 됐다. 반면, 내 모습이나 무의식을 대변하는 연예인에게는 호감을 느끼는 대중들이 많아졌다. 소박하고 특별히 잘나지 않은 연예인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공감을 즐기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한미 정상회담] 이 대통령 “두터운 신뢰…굳건한 한미동맹 확인"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 회담 전 미국의 거센 압박 속에서도 돌발변수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감돼 양 정상 간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를 재확인해 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이다. 이 대통령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 회담 분위기 이끌어 이재명 대통령 취임 82일 만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치열한 기싸움으로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3시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고 적어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북한 문제를 상당 부분 언급하며, “저의 관여로 남북 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도

정치

더보기
이 대통령, 여야 대표에 "국정에 국민 모든 목소리 공평히 반영 노력"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만나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인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국정에 모든 국민의 목소리가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서 "우리 국민이 하나의 목소리로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의 복리 증진에 힘을 모으면 참 좋겠다. 대외 협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선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인데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 필요해서 하는 과정이고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공개석상에서 '나라의 힘을 좀 길러야 되겠다'는 말씀을 드린 이유가 있다"며 "우리가 다투고 경쟁은 하되 국민 또는 국가 모두의 이익에 관한 것들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했다. 또 "저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쉽지는 않은 것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지역네트워크】 공감에서 시작해 신뢰로 이어지다...하남시가 만든 따뜻한 민원행정
[시사뉴스 하남=박진규 기자] 이현재 하남시장은 행정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랐다. 민원을 단순한 요청이 아닌, 시민의 삶에 먼저 다가가야 할 ‘공감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는 행정의 속도만큼이나, 어떻게 응답하느냐의 ‘태도’를 중요하게 여겼다. 하남시는 민원행정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꿨다. 단순히 민원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의 언어로 설명하고, 불편을 헤아리며, 현장에서 바로 답을 찾는 시스템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말투 하나, 설명 한마디에도 공감을 담고, 이동이 불편한 시민을 위해 ‘현장’을 행정의 출발점으로 삼은 행정. 시청에 가지 않아도, 여러 부서를 전전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민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구조. 하남시는 그렇게 행정의 중심을 ‘사람’으로 옮겼다. ‘문제를 피하지 않는 책임 행정’, ‘모든 과정에 사람이 중심이 되는 행정’, 그리고 ‘시민의 언어로 설명하는 행정’. 하남시가 실현하는 민원행정은 제도가 아니라 철학의 실천이다. 민원은 소통이다…공연으로 배우는 ‘설명력도 친절역량’ 단 한 마디의 설명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벽이된다. 하남시는 이러한 ‘언어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