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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로맨틱 코미디의 사회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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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와 성차별, 부조리한 직장문화 등 구조적 결함과 모순 전면에 드러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최근 청춘 멜로물은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다. 연애 담론이라는 가장 사적 장르로 인식되던 로맨틱 코미디마저 사회적 병폐와 계층 문제 등을 전면에 담아내고 있다. 영화가 아닌 TV 드라마에서 이 같은 흐름은 전에 없던 현상이다. 강한 여성 캐릭터나 복합장르 등으로 변화를 모색하던 멜로물이 판타지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청춘의 고뇌를 본격적으로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야 ‘장사’가 된다는 이야기다.

계층 상승’ 보다 ‘계층 차별’에 공감

캔디형 여주인공의 신데렐라 스토리의 원형을 제시한 MBC의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는 백화점 판매원인 여주인공이 창업주인 아버지를 이어 경영을 준비하는 유학생 출신의 이사와 사랑에 빠진다. 이 드라마에는 노사 간의 갈등이나 손님의 갑질, 계층 간의 격차 등의 사회적 이슈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에는 그것이 사랑 이야기일지라도 공공의 난제들이 녹아들어가는 것이 대세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청춘시대2’에서는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의 상처를 소재로 했으며, KBS2 ‘마녀의 법정’은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 동영상 유출 사건 등 민감한 내용을 담았다.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또한 하우스푸어, 만성화된 직장 내 성차별, 성희롱과 성폭력 등의 사회적 문제는 물론 비혼 욜로 혼전동거 취집 등의 시대를 지배하는 트렌드와 문화들을 빼곡하게 집어넣었다. tvN ‘변혁의 사랑’은 청년실업 문제와 재벌들의 갑질 논란을 다뤘다. 앞서 7월 종영한 KBS2 ‘쌈 마이웨이’는 청춘 멜로라는 타이틀 속에 흙수저 청년과 그 부모들이 사회적 시스템에서 어떻게 소외되고 있는지 사실적이고 따뜻하게 그려 호평 받았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당대 시청자에게 사회적 담론들은 사적 영역에서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들은 TV 속의 사적 연애야말로 나와 거리가 있는 것으로 느낀다. 연애보다도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하고, 계층 상승보다 계층 차별에서나 자유로워지길 꿈꾼다. 재벌 2세보다는 직장 회식에서 성희롱을 막아주는 동료가 더 큰 감동을 주는 시대인 것이다.

특히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서사 방식은 이 같은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일본 드라마 표절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일본과 공유하고 있는 또는 일본이 앞서 체험한 사회적 문제들을 섬세하게 파헤치고 있다. 남녀의 계약결혼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차용했지만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배경이 존재한다. 합리적 비혼주의자인 하우스푸어 남성과 생계형 연애포기자 홈리스 여성의 필요에 의한 계약결혼은 N포 세대의 고민에 대한 드라마틱한 설정일 뿐만 아니라 결혼 그 자체의 속성을 간파한 것이기도 하다.

결혼에서 연애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되면서 발달한 멜로드라마가 연애를 부정한 결혼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감정마저도 합리성을 따지는 현대인의 가치관과 결혼이 가진 계산적 속성을 조목조목 재치 넘치는 대사와 나레이션으로 이야기하는 이 드라마는 상당히 도전적이면서 일상적이다.

연애 또한 정치적 문제로 인식

이 같은 현상은 멜로물의 주 시청층인 20~30대 여성들의 공감 코드가 변한 것이 그 이유다. 성역할의 이분법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가부장제도 안에서의 판타지가 더 이상 효력을 상실한 것이다. 신데렐라 트렌디 드라마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조짐이 보였지만 지금까지도 변형을 거듭하며 살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벌 2세로 대변되는 능력 있는 남성이 가난한 여성을 구제해주는 레퍼토리는 남성이 리더하는 세계 안에서 여성이 가진 판타지다. 이 로맨틱한 드라마의 세계에서 남성은 경제력과 권력을 내세워 여성을 보호하며, 여성은 그 대가로 남성의 정신적 상처를 순수와 헌신으로 치유해준다. 수많은 멜로물은 그것을 곧 사랑으로 정의해왔다.

하지만, 최근 여성지위의 급상승으로 이제 더 이상 결혼은 젊은 여성들의 최고 관심사가 아니다. 더구나 계층 상승 수단으로서의 결혼은 꿈조차 꾸지 않을 만큼 똑똑해졌다. 오히려 직장 안에서의 차별과 사회적 갈등이야말로 최고 관심사다. 중년층 이상이 주로 시청하는 아침드라마들이 결혼으로 자녀의 계층 상승을 꿈꾸는 드라마를 여전히 생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들은 이 같은 감성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개인의 고민을 시스템적 부조리로 바라보는 젊은층의 인식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자신이 처한 여러 가지 고민거리와 삶의 난관, 나아가 연애 또한 정치적 문제로 해석하는 시선이 대중화된 것이다. 뉴스가 드라마에 시청자를 뺏기고 있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사회적 불공평과 불합리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은 민감하다. 페미니즘 또한 이 같은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인문학에 대한 열풍 또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 같은 사회적 감수성이 발달한 풍토에서 드라마 또한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이슈와 연결시켜 풀어내지 않으면 공감을 얻기 힘들게 된 것이다.

이수정 문화평론가는 “드라마는 항상 어떤 식으로든 시대상을 반영한다. 최근 멜로드라마가 사회물 수준으로 범죄나 성차별을 심도 깊게 다루는 현상은 시청자의 의식 성장을 드러내는 지표로 생각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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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가담 공직자 조사 착수 전 자발적 신고하면 징계 안 한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정부가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공직자가 조사 착수 전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6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발적 신고자에 대한 징계 면책·감면 기준을 마련했다. 국무조정실은 ‘자발적 신고자는 확실히 보호된다’는 해당 방침을 전 부처에 신속히 시달할 방침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2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며 “내란 가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단죄가 필요하다”며 ▲반인권적인 조사는 없어야 함 ▲자발적 신고에 대해선 감면·면책을 지시한 것에 따른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이 기준에 대해 “헌법존중 정부혁신 TF(Task Force)의 활동이 처벌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 자발적 신고를 통해 은폐된 사실을 밝혀내 12·3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확히 기록해 두어야 한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공직자가 조사 착수 전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징계요구를 생략하고 필요하면 주의·경고 등으로 처리한다. 조사 착수 후 초기 단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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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