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2014년 이전 만해도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젖소 초유. 어린이와 성인들의 건강보조식품으로는 효과적이지만 신생아들에게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자취를 감춘 비운의 아이템이다.
초유는 건강한 젖소가 새끼를 낳은 지 7일 이내에 산출되는 유즙으로 갓 태어난 송아지에게는 중요한 영양공급원이다.
젖소의 초유가 우유에 비해 영양가치가 높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생아에게 안전하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 당시 학계 인사들의 주장이었다.
학계는 젖소와 신생아의 영양섭취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젖소의 초유에는 송아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면역력, 다양한 호르몬 등 많은 영양성분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제 막 태어난 송아지가 어미 소로부터 초유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송아지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신생아들은 임신 중에 탯줄을 통해 모체로부터 충분히 영양을 공급받기 때문에 출생 후 어머니로부터 초유를 먹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초유 분유 등이 자취를 감춘 것은 중국의 영향이 컸다. 중국은 지난 2012년부터 젖소의 초유 및 유제품을 영아용 조제분유에 넣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위생부 관계자는 “젖소 초유가 신생아 면역계를 강화시켜 주는 효과도 있지만, 칼슘과 카제인의 함량이 높아 아직 자라지 못한 위장관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금지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소의 초유에는 일반 우유에 비해 성 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 함량이 많아 장기간 먹였을 경우 성조숙증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위생부 대변인도 “젖소의 초유가 모유와 가장 가깝다고 보는 관점은 사실이 아니며, 생리적으로 비정상적인 우유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위생부는 이를 발표하면서도 이에 대한 임상결과 등 과학적인 검증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중국 위생부의 ‘성조숙증 유발’ 발언이 있자, 큰 논란이 일었다. 이에 파스퇴르를 위시한 몇몇 유제품 회사들은 초유 관련 제품의 생산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업계에 초유분유와 관련, 유용성 등 비싸게 파는 행위 등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었다.
모 유제품 회사 관계자는 “초유의 제품 개발을 위해 엄청난 R&D 비용을 투자했지만, 논란이 일면서 정치권 문제로 비화되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일각에선 초유논쟁은 초유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업체가 언론을 활용한 원격전쟁을 펼친 것이란 비판을 제기했다.
실제 한 의료ㆍ유통업 전담 기자는 “초유의 부정적인 기사를 쓰기 위한 자료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았다”고 사석에서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 기자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젖소의 초유를 첨가한 신생아용 분유를 금지하고 있고 호주 나 뉴질랜드는 6개월 미만의 영·유아에게는 초유 급식을 금지”라는 내용도 객관적 검증 없이, 넘겨받은 자료에 근거했음을 실토하기도 했다.
초유논쟁이 일던 당시도 국내에서는 젖소 초유의 안전성 관련 자료는 전무했다. 국내 유산균 분야 관계자는 전화인터뷰를 통해 “초유는 면역력 증강에 있어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이다”며 “지금부터라도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