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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안의 풍수의 세계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넉넉한 경사로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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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은 지령(地靈)을 타고 난다

예로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천지인(天地人) 삼재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운명을 하나로 바라보는 관점은 동아시아 공통의 인식원리로 기능해왔다.


역(易)을 통해 만물의 변화원리에 대한 음양과 오행론적 설명이 가능하게 되면서 삼재론의 사유방식은 ‘모든 생명은 셋에서 태어난다(三生萬物)’는 논리, 원방각(圓方角), 삼수분화의 다양한 양상으로 확산되었다. 환인-환웅-왕검의 삼신사상, 연산-귀장-주역의 삼역, 가위-바위-보와 같은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삼재론은 인간의 삶과 만물 전체를 설명하는 주요한 인식원리로 자리잡았다. 그러므로 ‘위로는 하늘의 운행을 살펴보고(觀天文) 아래로는 굽어 땅을 살펴보고(達地理), 이를 미루어 사람의 일을 살펴본다(察人事)’는 논리는, 하늘의 운행원리와 흐름에 따르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길에 이를 수 있다는 동아시아문명의 핵심적인 원리로 확고히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하늘·땅·사람’의 삼재론 - 한국사상의 핵심
예로부터 천문과 지리를 꿰뚫어 알아야만 제대로 된 지리를 알 수 있다고 보았기에 오늘날 천문을 모르고 풍수를 논하는 수많은 풍수논객들이, 아무리 명풍수의 반열에 있다 하더라도 반쪽이 될 수밖에 없다(물론 이런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입지를 선정하고 공간을 구획하는 논리는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해왔다. 국도나 ‘수도’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마을이나 도읍을 위치하고 배치하는 것은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물론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의 공간배분과 입지분석을 망라하는 도시사회학의 핵심적인 주제이다. 하물며 부동산 투자를 위한 분석자료가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공간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원리로서의 풍수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보편적인 삶과 문화에서 배제될 수가 없는 영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물은 지령(地靈)을 타고 난다.
1989년 쯤에 재야운동가인 문익환 목사가 방북 해서 김일성 주석과 대담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김일성 주석과 문 목사와의 대화중에 “문 목사 고향이 어디요?”라는 질문 다음에 “인물은 지령이라”는 언급을 하는 김 주석의 대담이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유물론을 기치로 한 공산주의국가에서 나왔다고 보기에는 어색한 대화의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풍수에 관심있는 이들 중에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을 타고 난다’는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태어나 살고 있는 땅의 기운을 받는다는 동기감응의 논리와 더불어 땅 기운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기가 태어난 마을이나 주변의 환경과 지기에 영향받아 그의 인물됨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오래된 풍수관련 저서들에서도 “땅이나 집이 좋으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번성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옛날에는 좋은 땅을 알아보는 눈이 없는 사람은 선비나 군자의 대접을 받기도 어려웠다. 공자님도 논어에서 “마을에 인심이 좋은(仁) 것이 아름다운 것이니, 좋은(仁) 마을에 살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신 바 있다. 이러한 관점은 성리학을 비판했다는 조선후기의 많은 실학사상가들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중환의 「택리지」 복거총론에서 “보편적으로 살 만한 곳을 택할 때에는 먼저 ‘지리’가 좋아야 하고, 다음에 ‘생리’, 다음에 ‘인심’ 그리고 그 다음에 ‘산수’가 좋아야 하는데 이 가운데 한 가지라도 빠지면 살기 좋은 땅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마을들 중에서도 최근까지 태어난 인물들과 지령의 상관성에 대한 답으로 제시되는 대표적인 마을들이 있다. 강원도 춘천의 서면 방동리, 경북 영양군의 주실마을, 전북 임실군 삼계면이 그곳이다. 이른바 3대 ‘박사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이 마을들에서는 이름난 인사들을 포함하여 마을에서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박사가 없는 집이 없다고 한다. 한 마을에서 50명, 100여명이 넘는 박사들이 배출되었다는 것을 과연 우연적인 ‘사건’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물론 뛰어난 인물들의 생애에서 자신의 길을 열어간 사람들의 삶은 후천적인 노력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리적인 영기(靈氣)가 나타나는 방식을 잘 활용한다면 이름난 명문가가 아니라도 평범한 사람들도 큰 인물을 낳고 키울 수 있는 가능성도 있으므로 주거입지의 선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복인이 봉길지(福人而 逢吉地)는 하늘의 안배(天命)
‘복 있는 사람이 좋은 자리를 만나게 된다(福人而 逢吉地)’라는 말이 있다. 명심보감이나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널리 회자되는 말인데, 이는 길흉과 득실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하늘에서 복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명당’자리와의 인연을 이어준다는 것이다.


남에게 널리 덕을 베풀고,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복을 지은 바가 많아 인품이나 덕망이 있는 분들이 자연히 좋은 명당, 길한 땅에 묻히게 된다는 논리는 ‘착하게 사는 것(至善)’이 천명에 부합하는 인간의 길이라는 논리적 귀결이자 하늘 명령의 원천임을 보여준다. 하늘-땅-사람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귀결된다는 경험적 일반화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풍수가들이 산소자리를 결정할 때, ‘복이 있는 사람이 죽으면 명당자리를 쉽게 차지하게 되더라’는 경험적 논의들에 동의하는 것을 우연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넉넉한 경사로움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복(福)’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주역 문언전에서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넉넉한 경사로움이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績不善之家 必有餘殃)’고 한다. 이는 선을 쌓음이 없으면 반드시 재앙이 남는다는 의미 또한 포함한다. 공자는 덕과 베품에 대해, 논어에서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기 마련이다(德不孤, 必有隣)’며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덕은 베품의 논리이다. 덕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언급은 하늘이 부여한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행위에 대한 무언명령이다. 이렇듯 덕을 쌓음이 있어야 자손에게까지 그 복록이 이어진다는 논리는 유교적인 가치를 지닌 동아시아 공통의 사회사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덕의 베품과 자비의 보시행이 당장 나에게 돌아오지는 않더라도 나의 가족이나 자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리는 ‘마땅함(義理)’과 ‘공공성’에 대한 동아시아 공통의 윤리의식이다. 대부분의 명문가에서 ‘덕’의 인품과 ‘베품’의 덕목을 주요한 행위준칙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의 반증이다.


결국, 군자는 ‘공경함으로써 안을 바르게 하고, 의로움으로써 밖을 방정하게 함으로써, 공경함과 마땅함이 확립되면 덕은 외롭지 않다’(敬以直內 義以方外하니 敬義立而德不孤)는 주역 문언전의 논의는 명당(明堂)을 대하는 동아시아인들의 마음과 자세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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