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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에 대한 시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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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령의 이야기에 담긴 존재의 공허감과 영속성 ‘고스트 스토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교통사고로 죽은 남자는 유령이 돼서 애인과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슬퍼하는 그녀를 유령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유령을 소재로 사랑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철학적 작품이다. 롤링스톤지 선정 2017년 최고의 영화 TOP 10에 선정됐다.

‘공허감’의 시각적 전달

‘고스트 스토리’는 마치 단편처럼 서사보다는 시적인 표현에 비중을 둔 영화다. 섬세한 이미지의 나열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감성과 연출이 인상적이다. 유령의 시선에서 전개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같은 문법은 서사적 세계가 이미 무의미해진 ‘소멸한 것’에 대한 공허감을 표현하기에도 적절하다.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는 집이라는 공간 속의 가장 사적인 사랑의 감정을 담으면서도, 폐허에서 화려한 도시를 건설하는 인류의 역사라는 극도의 서사적인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사진으로 이야기를 하듯, 정적인 이미지의 나열로 그것을 함축하는 영리한 선택은 상업적 공식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다른 방향의 재미를 준다.

유령이란 영화에서 외계인 만큼이나 자주 쓰이는 소재다. 이 영화는 연인의 유령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사랑과 영혼’, ‘올웨이즈’를 연상시키며, 부분적으로 ‘폴터가이스트’ 같은 심령물도 떠올리게 한다.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도 상통한다. 하지만 기존 영화들과 같은 로맨틱함이나 공포감은 거의 없다. 결정적으로, 죽음이나 이별에 대한 위로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의 유령 로맨스들과 차별된다. 

‘고스트 스토리’는 판타지적 위안을 거부하고, 판타지를 수단으로 죽음의 현실을 직시한다. 끝없는 그리움과 고독, 아무것도 없는 그 세계.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무채색과 텅빈 공간은 공허함만을 관객에게 호소한다. 하얀 천을 늘어뜨린 유령은 전형화된 우스꽝스러운 형태지만 표정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묘한 거리감을 준다. 유령은 사람들 곁에 있다. 때로는 슬퍼하는 연인의 등을 쓰다듬고 때로는 분노로 액자와 접시를 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곁에 있을 뿐, 인간과 소통할 수도 사실상 개입할 수도 없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와 허무 사이

결국 이 영화는 유령을 통해 모든 소멸한 것, 또는 소멸해가는 것들에 대한 슬픔과 공허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집일수도 사랑일수도 그리고 삶 전체, 시간과 지구, 인류이기도 하다. 모든 존재는 소멸한다는 허무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지는 것들이 영속성을 갖고 또 다른 의미로 영원히 존재한다는 모순되는 메시지를 영화는 동시에 던진다.

그래서 묘하게 영화는 소멸이라는 인간의 숙명에 대해 깊은 공허감과 슬픔을 던지면서도 동시에 예술이나 인류의 유산, 추억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가는 불멸이라는 위안을 남긴다. 결말의 두 번째 소멸이 비극이기보다 편안함을 주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세기를 넘나드는 그리움보다는 완전한 소멸이 훨씬 덜 허무하고 더 행복하다. 어떤면에서 덧없는 것을 욕망하고, 거짓된 희망과 미련으로 잡히지 않는 것을 갈망하기 마련인 인간의 삶보다 죽음이 더 유의미한 것일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케이시 애플렉과 루니 마라 두 주연 배우는 출연 분량이 적다. 하지만 연기는 인상적이다. 대사 없이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 장면이 많은데 루니 마라의 묵직한 연기가 많은 이야기를 한다. 좀 이상하지만, 천을 발끝까지 뒤집어쓴 케이시 애플렉 연기도 좋다. 비록 대사는 물론 표정조차 없지만 걸음걸이라던가 물끄러미 서 있는 등의 단순한 동작에도 감정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보편적 영화 문법을 거부하고, 서사 전달이 불편할 뿐아니라 예상을 훌쩍 벗어나기 때문에 취향을 많이 탈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그 덕분에 신선하다. 단순한 충격요법으로 신선함을 추구한 게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감독만의 최적화된 언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특히 칭찬받을만한 작품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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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선택은 본인 책임…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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