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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뒷골목 오렌지빛 크리스마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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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인종 트렌스젠더 매춘부들의 가슴 뛰는 하루 <탠저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트렌스젠더 매춘부인 신디는 구치소에 있던 동안 남자친구이자 포주인 체스터가 한 백인여성과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고 가장 친한 동료인 매춘부 알렉산드라와 함께 상대 여자를 찾아 분노의 탐색에 나선다. 선댄스 영화제 화제작이며, 아이폰 5s로 모두 촬영됐다.

비주류로 산다는 것

<탠저린>은 LA 뒷골목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다. 유색인종 트렌스젠더 이민자 마약중독자 알콜중독자 매춘부 등의 다양한 하위계급의 아이콘들을 이중 삼중으로 가진 이들의 ‘막장스러운’ 하루를 보여준다. 영화의 매력은 진정성과 따뜻함에 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이루어진 두 트렌스젠더 주인공들의 연기는 ‘날 것’의 감동을 준다. 시나리오의 절반을 배우의 실제 언어와 에피소드들을 사용한 만큼, 그들만의 일상적 대사들도 리얼함을 더한다. 

스마트폰만으로 촬영된 거친 연출, 정돈되지 않은 전개 방식도 이 영화의 B급적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영화는 입에 욕을 달고 살며 경찰서를 밥먹듯이 드나드는 포주와 마약판매상, 더러운 싸구려 옷을 입은 매춘부와, 그들을 찾는 자조차 가난하고 열등한, 철저히 비주류적인 세계를 동정이나 비판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저급한 뒷골목의 풍경이 유쾌하며 따뜻하게 전달되는데에는 감독의 유머 감각과 온화한 ‘탠저린’ 필터 덕분이다. 감귤류 과일의 일종인 ‘탠저린’의 포근하며 감각적인 오렌지색은 영화 전반을 뒤덮는다.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와 개념 ‘진짜와 가짜’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관통한다. 알렉산드라는 출소한 신디를 만나서 “팔을 빼고는 진짜 같아 보인다”며 에스트로겐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신디는 남자친구 체스터의 외도 상대를 ‘진짜년’이라고 지칭한다. 택시운전사 라즈믹은 트렌스젠더의 매춘 골목에서 발견한 ‘진짜 여자’를 ‘가짜’로 대한다. 알렉산드라는 가수지만 진짜 프로 가수가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분열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길거리를 헤매는 장면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것 또한 이들의 혼란과 불안정을 시각화한다. 트렌스젠더는 존재 자체가 이미 분열적이다. 스스로 자신을 ‘진짜가 되고 싶은 가짜’로 인정하며, 백인 주류 사회에서 유색인종으로 살아가는 겹겹이 비주류적 노선에 서 있다.

가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성과의 성매매에 빠져있는 라즈믹도 마찬가지다. 성정체성 뿐만이 아니다. 이민자인 그는 미국인이면서도 미국인이 아니다. 가족 파티를 떠나면서 라즈믹은 “미국인한테나 크리스마스일 뿐이다”라고 말하자, 장모는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미국말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라즈믹의 택시를 탄 승객은 “체로키에서 빨간새를 의미하는 자신의 이름 ‘미아’가 미국에서는 여자 이름”이라는 말을 한다. 체로키에서 흔한 이름인 ‘미아’는 미국에서는 이상한 이름이 되는 것이다.

미학적 영상과 유머러스한 대사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들 속에서 영화는 이처럼 끊임없이 상식과 비상식의 모순,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 정체성의 혼란 등의 화두를 던진다. 눈이 오지 않는 무더운 LA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아름다운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는 라즈믹의 장모 대사에서 보여주듯, 이 영화는 그 자체가 주류의 거짓말을 폭로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인에게 가장 가족적이고 종교적이며 행복한 명절로 인식되는 크리스마스의 전형적 이미지가 가진 가식과 이중성의 폭로다.

무수한 코드들로 영화는 그 많은 소수자들은 배제된 크리스마스의 주류 판타지를 비아냥거리지만, 라즈믹은 가장 직설적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물이다. 트렌스젠더 매춘부를 만날 생각만 가득한 라즈믹이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성실한 가장’ 코스프레를 하고, 그의 지저분한 사생활을 추적한 장모의 폭로에 오히려 화를 내며 외면하려는 라즈믹의 아내는 LA의 아름다운 거짓말에 차라리 속으면서 살고 싶은 수많은 대중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한정된 공간과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도 불구하고 미학적 영상과 재치있는 대사들, 틀에서 벗어난 세련된 플롯, 사랑스러운 캐릭터, 그리고 흥미로운 상징들의 나열은 영화적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두 주연 배우들의 비주얼과 신선한 연기를 보는 것이 즐겁다. 가장 대중적 코드는 음악이다. 영상과 어울리면서도 놀랄만큼 아름다운 음악이 풍부하게 배치돼 비주류적 소재의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 관객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된다.

비록 초라한 인생이지만 치부와 상처를 서로 감싸 안아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가 말없이 잡아주는 손의 온기야말로 진짜 가족이며 진짜 크리스마스가 아니겠냐고 관객을 위로하는 듯한 영화의 결말은 소외된 자에게 꾸준한 애정을 보여온 션 베이커 감독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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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해외 건설 붐 최전선에서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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