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30 (목)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기생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사실

URL복사

시대의 ‘스타’가 ‘치욕’의 이름이 된 이유 <기생 : 꽃의 고백>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20세기 초 문화 엘리트였던 기생의 존재를 추적한다. 전직 기생과 학자 예술가 등을 인터뷰하고 신문기사와 사진 등의 자료를 통해 편견과 왜곡에 의해 잊혀지고 사라진 기생의 진짜 모습을 복원한 다큐멘터리다.

커피와 와인을 마시던 상류층

1930년대 기생은 쪽진 머리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이 아니었다. 세련된 서구식 복장에 지금봐도 손색없는 미모를 지닌 그들의 사진을 보면 현대의 연예인을 방불케 한다. 표정에도 자부심이 엿보인다. 실제로 당대 그들은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명성을 얻은 기생들은 존경을 받았고, 원두 커피와 와인을 즐겨 마시며 상류층의 삶을 영위했다.

왕을 위한 예인이었던 기생은 근대로 접어들며 귀족들의 향유 문화가 됐다. 근대 기생들은 문화를 수련해 대중에게 시연하는 문화 엘리트로서의 인식이 강했다. 신문화 또한 당연히 습득하는 것이 사명으로 받아들여졌다. 20세기 초 기생들은 서화 전통무용 전통악기 연주는 물론, 서양의 댄스와 음악 등도 가장 먼저 배웠다.

공연 스케줄이나 각종 예술 활동들이 신문에 게재되기도 했다. 고급 기생들은 예약을 통해서 기다림 끝에 만나야 하는 존재들이었고 그나마도 보통의 서민이나 타지방에서는 만나기조차 쉽지 않은 대상이었다. 그들은 지금의 연예인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는 위치에 걸맞는 모범적 행동도 많이 했다. 애국이나 봉사적 성격을 지닌 사회적 참여에도 앞장선 기록이 남아있다.

음반을 제작하고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기생은 섭외 1순위였다. 엔터테인먼트의 시초였던 것이다. 권번(券番)은 현재의 연예기획사 역할을 했다. 수익의 분배도 현재의 연예기획사와 비슷하다. 10대들로 이루어진 권번 산하의 기생학교는 연습생 제도와 흡사하다. 연기 무용 악기 연주는 물론 예절 글씨와 각종 지식까지 혹독하게 학습 받았다. “최승희 같은 무용가가 춤을 배우러 군산까지 내려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녀들의 기예는 출중했다. 증언자들은 입을 모아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실력”이라고 회고한다.

일제강점기 거치며 이미지 왜곡

하지만 그들은 왜 잊혀졌을까. 이 다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권번 출신 기생들의 현재 삶을 추적하는 학자와 기자, 예술가 등의 전문가들을 통해 대중예술인으로서의 기생을 기억한다. 기생이었던 여인, 기생을 지켜봤던 목격자들의 증언을 통해 당대 기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중문화의 풍경과 기생의 삶 또한 그려본다.

하지만 전직 기생들의 증언을 얻기가 쉽지 않다. “자식과 손자들이 반대한다”, “가족들에게 누가 된다”는 이유로 존재를 숨기기 때문이다. 신분노출을 철저히 금하고 얼굴을 가린다는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권번 출신 할머니들의 회고에는 기생으로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분명히 묻어나온다. 권번이라는 정체성은 당대의 자랑이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과거를 지워야 할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그 이미지가 왜곡돼 ‘퇴폐적’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현실과 다른 접대 여성의 이미지가 그들을 음지로 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말기에 기생의 본업인 가무가 금지되고 접대만 허용되면서 예술인으로서의 기생은 사라지고 접대부와 기생을 동일시하는 용어의 편견이 강화된다. 이는 최고의 예인으로 취급하면서 동시에 계급적으로 천시하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기생에 대한 이중잣대 또한 관련이 있다. 게이샤 문화를 전통문화로 인식하고 계승하는 일본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편견 바로잡고 가치 복원

전통문화 전승자들이 자신의 스승이 기생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명성을 얻었던 기생들은 자신의 이름을 지워야 했다. 지역 문화재 확정을 앞두고 있는 명인 장금도 또한 마찬가지다. 군산권번에서 춤과 창 시조 악기연주를 배웠던 장금도 선생은 탁월한 춤사위로 입소문이 나 당대 최고의 춤꾼들에게 전통춤을 사사했다. 하지만 아흔을 맞이한 할머니가 된 명인은 자신의 전직을 비밀에 부치고 요양원에서의 조용한 삶을 살아간다. 전문가들은 최고의 예술가였던 기생의 존재를 숨기다보니 이보다 훨씬 못한 수준을 명인으로 규정하고 전통문화로 공식화하면서 오히려 문화적 수준을 낮추고 자산을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안타까워한다.

이 다큐는 바로 이 같은 기생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예술가로서의 기생을 복원하고자하는 열망에 의해 만들어졌다. 마지막 예기들의 진술을 담을 수 있는 최후의 시대인 시점에서 감독의 절박함이 드러난다. 영화는 근대 기생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현재의 편견과 왜곡을 바로잡는다. 이는 정체성의 부정이라는 폭력에 대한 작은 저항이며, 문화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제시다.

기생의 춤으로 전승되는 문화를 재현하기도 하고, 군산과 동래의 권번과 기생학교, 일본의 명월관 터를 직접 방문해 유추해보기도 하는 등 당대 기생 문화의 시각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증언자들의 수가 적고 자료도 많지 않아 그 시각화가 학자들의 진술에 비해서는 많지 않아 조금 아쉽다. 진술자들이 생존해 있을 때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 구체적인 증언이 보다 풍부해지기를 기대하게 된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대한민국,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 선도..공급망 협력이 그 핵심”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을 선도할 것임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2025 APEC CEO 서밋’ 개회식에서 특별연설을 해 “20년 전 APEC에서 단결된 의지를 모아냈던 대한민국이 다시 APEC 의장국으로서 위기에 맞설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을 선도하려고 한다”며 “대한민국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역내 신뢰와 협력의 연결고리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고개를 들며 당장의 생존이 시급한 시대, 협력과 상생, 포용적 성장이란 말이 공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위기의 상황일수록 역설적으로 연대 플랫폼인 APEC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라며 “공급망 협력이 그 핵심이다. 경주 목조건축물 중 수막새라는 전통 기와가 있는데 서로 다른 기왓조각을 단단히 이어 비바람으로부터 건물을 지키는 지붕을 완성한다. 이처럼 인적·물적 제도의 연결이야말로 APEC의 성장을 위한 지붕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이다

경제

더보기
韓美, 관세협상 세부 합의..3500억불 대미 투자금 중 2천억불 현금..年상한 200억불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한국과 미국이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고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하기로 합의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해 이런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세협상 세부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관세협상 합의 내용에 대해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천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달러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며 “미국과 일본이 합의한 5500억불 규모의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200억 달러 한도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 충격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며 “외환시장의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의 조정을 요청할 근거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선업 협력 15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